1974년 1월 25일 성공회 주교의 주례로 윌리암 씨튼과의 결혼은 엘리사벳 씨튼 성녀의 삶의 제2기로 숨은희생과 가톨릭교회로 개종하는 중요한 시기다.
윌리암 씨튼은「뉴욕」은행의 지배인이며 선박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씨튼가의 맏아들로 영국과 이태리 등에서 교육과 무역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했으나 상업적 재능은 없고 음악을 좋아했으며 병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엘리사벳의 신혼생활은 세상의 안복으론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시집식구들의 따뜻한 환영과 태어나는 아기들은 인간적 사랑안에 충족케 하였다.
이때에도 기도는 계속하여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가족이 외출후 종교서적을 읽으면서 세속은 점점 작아져 물러가고 고요가 흘러넘쳤습니다.』하며 묵상의 한면을 보여준다.
또한 개신교 부인 봉사단에도 가입하여 가난한 이들을 도왔고 하도 열심이어서「프로테스탄 수녀」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주님은 성녀에게 다른길을 예비하고 계셨으니 친히 걸어가신「갈바리아」의 길이었다. 이때 기록하신 묵상을 보면『성부께서 주시는 잔을 어찌 마시지 않겠습니까 … 앞서가신 당신의 발자국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투덜되겠습니까? 당신은 당신 은총의 위로로 우리들 지탱시켜 주십니다』라고 닥쳐올 고봉을 모르면서도 결국 고통에 대한 준비를 한 셈이다.
고통의 시작은 시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모든 책임을 지게 된 월리암이 결핵에 걸린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에 돌아오던 선박들이 파선되어 얼마안가 씨튼가는 파산에 이른것이다. 결국 부와 명예를 결별하고 남은것은 다섯아이들과 병이 위중해진 남편뿐이었다.
이때 남편의 이태리인 친구 필리치가 형제의 권유로 씨튼 부부는 이태리로 요양을 떠나게 되었다. 이태리로의 긴여행은 외적으론 너무도 슬픈고통의 길이었다. 도착하였어도 전염병 문제로 입국이 거절되어 한달간 검역소에 수용되어야 했고 이때 쓴 성녀의 일기가 후일「레그혼 일기」로 출판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이 검역소에서 극도로 병이 악화되어 입국허락을 받은후 필리치 형제가 빌려논「아로노 」강가의 아름다운 저택에서 겨우 일주일을 보낸후 36세로 임종하였다.
이태리 여행은 성녀께 대한 하느님 섭리의 증표였다. 열심한 필리치 형제를 통하여 성체와 성모께 대한 신심을 키워 가톨릭으로 부르고 계신것이다. 성녀는 이들의 권유로「플로렌스」여행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성모영보 성당에서 무릎을 끓었을때 하느님 집에 있다는 천상적 기쁨을 맛보았고, 성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는 「십자가의 내리심」이라는 성화를 보며『십자가 밑에 계시는 마리아의 얼굴에 나타난 그 표정, 칼에 찔린듯 고통에 쌓인 모습이 주님의 천상적 평화와 대조되어 마치 아드님의 고통이 마리아께 내려온것 같다』고 기록하여 성모께 대한 신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개종의 직접 동기는 성체께 향한 신심이다.
성공회에 계실때도 가끔 기념으로 하는 영성체가 불만족이었는데 가톨릭에선 매일 미사때마다 영성체할뿐만 아니라 성체안에 예수님의 현존을 믿는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님을 매일 모시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기념으로만이 아닌 현존하시는 예수님 몸엔 의혹이 일기도 하였다.
그때 쓴 서간을 보면『이들이 믿는 것을 우리도 믿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성체 안의 주님은 성당안에 계속 거주하고 아플때 그들에게 모셔올 수 있어 … 며칠전 성체가 지나갈때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무릎을 끓고<만일 당신이 거기 계신다면 나를 축복해주십시요>하고 기도했어』라고 쓰고 계신다. 이렇게 성체와 성모께 대한 신심은 계속 자라나면서 가톨릭에로의 개종을 준비시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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