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따가운 들빛으로 갈대의 낱잎은 금색으로 반짝이고 얄밉도록 한가로운 바람에 코스모스는 벌써 웃음을 터뜨렸다. 어딘가에서 반가운 벗이라도 와주었음 좋겠다는 뚱딴지같은 생각도 해본다.
요즈음에 가장 인기있는 소재는 갈대다. 값도 싸고 소박한 품위가 어떤 화병이든 듬뿍 꽂아두면 장식으로 멋스럽고「한적」「불근실 」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소재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며 어떤 소재와도 잘 어울린다.
갈대를 층으로 다듬어 뒷배경으로 풍성히 꽂고 맨드라미와 소국과 오렌지색 카네숀을 서양꽃꽂이의 삼각형으로 어울려 꽂은 작품이다. 특히 네프로 네피스의 유연한 곡선으로 갈대와 더불어 화형의 아웃트라인을 잡아 주었으며 공간처리로서 동양 꽃꽂이의 운치도 함께 표현했으므로 딱딱한 느낌이 전혀없다.
어제밤 무섭게도 휘물아치던 비바람에 떨어진 곱게 물든 사과들이 아직도 시그러운 맛인 채시장 바구니에 멍들어 끼어 있다. 여름을 모두다 앗아간 폭풍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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