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혹독한 고문과 굶주림에 병들어 미처 처형장까지 발을 딛지 못한채 11명의 신자가 옥중에서 순교한 잊혀지지 않아야 할 성지가 있다.
지금의 대구 서성로 북쪽끝 대안동성당 남서편 골목 일대로 옛날 경상도 감영시대때 죄수들을 가두었던 옥이 있었는데 이 옥이있던 곳과 옥으로 통하는 골목을 옥골(獄골)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서성로 끝에서 옥골로 들어가는 어구에 있던 문을 서소문(흑西野門)이라 불렀다고 하니 서울의 서소문과 함께 서소문은 과히 순교자의 문이라 할만 하다.
이렇게 많은 신자가 옥사한 것은 모진 고문과 굶주림에다가 중앙에서의 사형집행재가가 늦어서인데 이로 인해 옥중생활 13년만에 참수당한 이들도 있다.
당시 옥(獄)은 내옥과 외옥으로 구분, 내옥은 미결수를 가두는 옥이었고 외옥은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들을 수감하였기 때문에 외옥으로 옮겨지기 전에 내옥사한 사람들이 더욱 많다.
이 옥골에서 옥사순교한 이들로는 서석봉, 최여옥, 김시우, 김 아가다, 안치룡, 이윤집, 김명숙, 김장복, 안군심, 김군미, 박경화 등 11명인데 모두가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쪽같이 굳은신앙심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불굴의 투쟁과 형제애속의 옥중생활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들은 옥중에서 서로 돕고 위로하면서 저녁기도와 묵주의 기도를 함께 바치고 신앙심을 키우는 한편 모범된 생활로 옥졸들을 감격시켰다. 또한 청송과 진보에서 교우 3~4백명을 잡히게한 배교자 전치수가 죄를 지어 가명으로 붙잡혀와 한동안 이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전치수를 위로하고 음식을 모아 먹이고 석방될때는 옷까지 입혀보냈다. 이러한 사실들이 옥리들을 통해 대구성안에 퍼짐으로써 박해가 끝나고 종교자유를 누림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입교, 교구 교회가 급속도로 성장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옥골은 복음의 씨가 뿌려진 거룩한 곳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 대안동성당에서는 오래전부터 11명의 옥사 순교자들의 유적비를 세울려고 고심해 왔으나 성당 구내에 잔재해있는 수채의 옛날민가가 터무니없이 많은 철거비를 요구, 구획 정리를 마치지못해 지금까지 유적비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내로 이 문제의 해결가능성이 엿보여 시복50주년을 맞은 금년에 세우지 못하는 아쉬움은 커지만 머잖아 잊혀져가는 성지란 누명을 벗게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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