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날 받아주소서. 주여! 날 받아주소서』처절하게 외치며 죽어간 정 바오로의 부르짖음이 아직도 귓전에 메아리치고 있다.
정 바오로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검거되어 4~5년 옥살이끝에 한많은 이 세상을 교수대 위에서 끝마쳤다.
작년 5월 14일 막 점심식사를 들려고 하는 순간 전화벨 소리가 요란히 울린다.
정 바오로가 형 집행을 당한다는 소식이다. 기분이 영점 이하로 내려가는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재촉의 전화다. 밥맛이 뚝 떨어진다. 부랴부랴 종부 가방을 챙겨 성체를 뫼시고 교도소로 달려갔다. 이미 정 바오로는 사형집행 장소에 안내되어 있었다.
교도소까지 오는 도중 급한 마음 중에서도 걱정은 태산같았다. 무슨 걱정인가 하면 신앙의 깊이가 바오로의 마음안에 어느정도일까 하는 문제다. 성세는 작년 2월 28일 형 집행 당한 서 스테파노와 1973년 7월에 함께받았다. 그러나 정 바오로는 영세준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고 더군다나 공산주의를 주장해온 사상범으로 사형을 당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하느님의 가치를 죽음의 순간까지 마음안에 깊이 지탱하고 있을 것인지크게 염려되었다. 집행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좁은 형 집행장소를 교도관과 검찰청 직원들이 꽉 메우고 있었다.
『신부님 저는 이제 죽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게 저를 도와주십시오』표정은 극도로 흥분된 것 같았지만 억지로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오로지 주님의 거대한 자비가 죽음을 앞에둔 바오로에게는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주여! 날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날받아 주소서』하면서 계속 중얼거린다. 교도소 소장의 인정심문이 시작된다. 한마디의 원망없이 과거의 죄과를 뼈저리게 뉘우치는 심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전부 긍정했다. 마지막 할말이 없느냐고 소장이 물었을때『주님을 알고 믿게된 것을 크게 자랑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한 사랑이 사회를 진정으로 지배할때 나같은 불행은 종식되겠지요. 신부님 제가 죽으면 천주교 공동묘지에 묻어주십시요』하면서 애원의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비로소 나는 크게 안심했다.
왜냐하면 평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현실의 부조리를 개탄하던 그의 지난날의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깊이 신앙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을것을 확신했지만 하느님을 자유롭게 믿고, 하느님을 믿는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 더 많은 배리가 득세를 하니 현재 당해야하는 죽음의 모든 책임을 하느님께로 돌려 원망할수가 충분하다고 보았기에 더욱 바오로의 확신에 찬 태도에 감사했다. 인정신문이 끝나고 종교의식 절차가 남았다. 양 어깨를 펴고 약간의 경련을 일으키면서 주님의 이름을 계속 부르는 바오로앞에 다가섰다. 『바오로 먼저 바오로의 깊은 신앙에 감사드립니다.
수천년을 산들 인간답게 살지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에 모든 이들이 재주껏 산다고 발버둥치며 인생을 즐겨보지만 진정 하느님을 모르고 사는 자들은 너무나 불쌍합니다. 또한 돈과 물질에만 혈안이 되어 동분서주하는 인간이 있다면 철없는 하루살이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바오로 나는 바오로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주님의 영광에로 달음박질을 재촉합시다』이렇게 얘기하고 고백성사를 듣고 성체를 영해주고 성가 53번을 함께 불렀다. 나도 모르게 너무나 불쌍한 정이 온 전신을 엄습해온다. 『바오로 걱정하지 마시요. 우리 함께 천국에서 만날 날이 있을것입니다』하면서 바오로의 머리를 내 가슴에 안고 주님의 무한한 축복을 빌었다. 이제 남은것은 형 집행 절차뿐이다. 자루같은 천으로 얼굴을 덮어씌우고 천정에 메단 밧줄의 올가미를 목에다 걸면 끝나는 것이다. 바오로는 극도로 당황하는것 같았다. 『주여! 날 받아주소서. 주여! 날 받아주소서』떨리는 음성으로 소리쳐본다. 형은 곧 집행되었다. 바오로는 살인강도와 같은 흉악범이 아니고 사상범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더욱 긴장이 되어 주님의 자비를 기원했었다. 유물사관에 젖은 공산주의자로서 하느님의 가치를 철저히 죽음으로 증거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짤막한 시간이었지만 깊은 확신가운데 끝내 주님을 위해 주님을 증거하면서 죽어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생활한 가치를 크게 이릅게 한 장한 사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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