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처녀의 몸으로 백발이 성성한 70 고령이 되기까지 수륙 수만리 길을 단봇짐 하나로 오르내리며 오직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한 평생을 바친 장한 전교사 할머니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경북 달성군 성서면 본리동 620번지 대구 수성본당 소속 용계공소 전교회장으로 있는 박봉학(70ㆍ프란치스까)할머니.
10년전에 회갑을 지낸 할머니답지 않게 그는 그동안 40년 가까이 멀리 평안북도 만포진에서부터 경남 거제도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았던 지난 날들을 2백여 장의 퇴색된 사진들을 꺼내놓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전교에 나서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19살때 수녀가 되기위해 서울 샬트르 성바오로회에 입회, 1년간 살다가 신병과 집안사정으로 퇴원한후 수차에 걸쳐 수녀원에 가겠다던 꿈이 좌절되면서부터 였단다. 3대째 교우 집안으로 부모들과 수녀원에서 배운 교리지식을 밑천삼아 전교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경남 거창본당으로 그때 나이 33살.
여기서 7개월간 전교하다 집에 다니러 왔을때 역시 평북서 전교사로 일하던 친구를 만나 그의 권유로 강계로 가게됐다는 것. 강계서 다시 2백리를 들어가는 만포진공소에서 3년간 일하다 부친 병환으로 대구에 내려온 것이 북녁땅을 다시 밟는 마지막 길이 될 줄이야 자신도 예측 못한 일이었다.
당시 그가 만포진에 갔을때 천주교 신자라곤 4ㆍ5명 정도였다. 그러다 3~4일이 지나면서부터 하루에 1백명이나 넘는사람이 몰려들어 자신도 모르게 교리강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으나 일주일이 지날무렵 그 숫자가 10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는것. 나중에 사연을 알고보니 그들은『천주교를 믿으러 온게 아니라 대구서 온 33살의 처녀구경 왔다』고 말하더란다.
대구에 내려온 후 화원, 예천, 27육군병원, 거제도 등지를 두루 돌다 현 공소에 머무르게 된 것이 1966년이었다. 그동안 28번이나 보따리를 쌌단다. 지금까지 자기가 가르쳐 영세시킨 숫자는 몇만명이 되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중에서도 가장 인연이 깊고 오래 활동한 곳은 거제도로 그곳은 3번씩이나 오가며 18년간 살았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적으로 친하는 것이 전교의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그는 전교를 위해 남들이 멀리하는 폐병환자나 나환자의 간호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장례를 도맡아 처리한데서 많은 외교인 집안이 천주교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한번은 거제도에서 폐병걸린 청년이 병을 비관, 자살했다.
그들 부모까지도 온 방안이 피로 물들고 악취풍기는 그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그도 처음엔 망설였다.
전염될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살한 사람을 과연 천주교 법대로 장사지내도 될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그는 후에 자신이 벌받을 각오를 하고 이 청년을 계기로 외교인들의 개종을 위해 장사를 치르고 연도까지 바쳤다.
이를 지켜본 많은 외인들은 그의 모범에 탄복, 하나 둘 천주교를 찾 는이들이 늘어만 갔다. 처음 거제읍의 신자가 5명에서 오늘날은 5천명을 육박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듣고 있단다.
박봉학 할머니는 낯설고 물설은 곳을 갈때마다 성모님께『엄마, 엄마! 가렵니까, 가지 말렵니까?』엎드려 물었다. 강계서 만포진까지의 2백리길을 발이 부르터 맨발로 걸으며 주님의 말씀을 전하겠다는 일념에서 눈물도 참았단다. 후배들에게『자신의 고집을 내세우기에 앞서 성실한 심부름꾼이 되라』고 당부한다.
금년말로 전교회장직을 떠나는 그는『지금 남한 어디에선가 살고있을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자기를 아는 사람들의 반가운 소식을 고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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