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추수할 때가 다 되었습니다. 당신의 낫을 들어 추수하십시요(묵시록 14ㆍ15)
이 추수의 계절에 김해동 신부 당신은 한자리에 모인 동창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누워있다니 이 무슨 말이요.
1월초 본당으로 당신을 찾았을때 정답던 모습이며 9월초 병원으로 갔을때 벗의 점심을 걱정하던 그 우정! 우람한 체격에 어울리는 웃음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이요.
무정한 친구 이 좋은 가을 풍경을 한번만 더 보고 가지. 신부된 지 2년도 되지 않아서 이렇게 빨리 가야할 이유가 무엇이요
그렇게도 열심히 쉬지 않고 본당 일을 하더니 서둘러 가려고 그랬었소.
우리는 이미 당신이 위험중에 있음을 알면서도 차마 말을 할 수 없었소.
주께서 만일 당신을 데려가실 계획이시면 대신 나를 데려가실수 없으시냐는 기도는 당신의 그 좋은 성품과 재질을 아끼는 우리 모두의 진심이었다오. 그리고 당신 앞에선 우리의 참을 수 없는 이 슬픔은 너무나 짧은 생애, 너무나 젊은 나이에 할 일이 많은 젊은사제인채 우리 곁을 떠난 안타까움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김 신부, 우리가 너무 좋아했던 당신이 병실에서 가장 아팠던 9월에 마치 우리가 이달에 특별히 기억하는 복자들이 아픔을 넘기듯 아낌없이 바친 그 피와 그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고 믿으며 그리되기를 기도하고 있소.
이제 당신이 사제품에 오를때 잡았던 그 촛불을 우리가 잡을 수 있게 간청해 주구려.
우리 동창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험난함과 외로움 가운데 당신이 함께있어 용기를 주리라 믿으며 마지막으로 당신 이름을 부릅니다. 김해동 신부 편히 가시오.
10월 9일 영결미사에서 벗 김유종 신부가 곡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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