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새벽6시에 가상、6시30분 호텔로비에 집합、공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페낭으로 향하는 싱가폴 항공에 몸을 싣는다.
비행기 안、이륙하자 바로기내식이 나왔다. 금방아침을 먹은 참이라 거절했더니 승무원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따로 과일만 갖다 주었다. 그러면서 내게『제페니스?』냐고 묻는다. 깜짝 놀라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정색을하고『한국인』이라고 대답했다. 그 소리가 조금커서 그녀는 내가 화를 내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으로、자기는 한국인을 좋아한다면서 미안하다고 얼른 사과를 한다. 마침 바로 뒷자석에 일본인들이 앉아 있었는데、아마 그들과 같은 그룹으로 혼동을 한 모양이다.
곧 페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우리일행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그녀가 서툰 우리말로『안녕히가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자 우리일행 중에 한분이 난데없이 대답했다.『아리가도 고자이마스』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내게 갸우뚱 눈짓을 했다. 그러니 일본인이라고 착각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표정이다. 그 짧은 순간、마주해야만했던 그 착잡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에게 그저 웃어보이고 말았다.
말레이인종이 47%、중국인종이 34%、인도인계가9%、그 밖의 인종이10%라는 말레이시아. 그런만큼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할 줄 알아야하고、각 민족의 명절 때마다 놀다보니 세계에서가장 공휴일이 많은 나라이다.
짙은 열대림으로 뒤덮여 코끼리의 코처럼 길게 뻗은 말레이반도. 그 반도의 북부 서해안에 있는 페낭은 본토에서 불과 3㎞의 좁은 수로를 사이에 둔 작은 섬이다.
동양의 진주라 불리우는 페낭.
정서적이면서 소박한 이 섬은 아름다운 해변뿐만이 아니라 페낭 힐을 비롯하여 식물원ㆍ뱀사원 또한 풍부한 색채의 대불탑이 솟아있는 말레이 최대의 사원인 극락사 등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정글에 둘러싸인 산골짜기에 자리한 식물원은야생원숭이들이 뛰놀아 멍키공원이라고도 한다는데 과연 원숭이의 천국이었다. 언덕에 드러누워 있는 녀석、나무위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녀석、바위 위에 앉아 서로 이를 잡아주고 있는 행복한 원숭이의 모습도 보인다. 길 가까이 어정대는 꼬마 원숭이가 있기에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 놓았더니 냉큼 달려와 채 간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손을 사용할 줄 안다는 그들. 그 손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가 궁금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페낭 신학교를 찾아보는 일이었다. 빠리외방전교회가 1807년에 세운 신학교로、박해로 인해 신학교를 설립할 수 없었던 조선ㆍ중국베트남ㆍ일본ㆍ버마ㆍ태국ㆍ말라카이등지의 동양 10여 개국에서 온 신학생들이 사제수업을 받던 곳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비교적 박해가 완화된 철종시대에 이르러서야 페낭에의 신학생 파견을 서둘렀다. 1854년에 메스트르 신부에 의해 선발된 세 사람이、1858년에 다시 세 사람이 파송됐다. 그 뒤 1866년 병인박해 이후에 신학생파견을 중지했다가、1876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고 점차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1882년ㆍ1883년ㆍ1884년의 3차에 걸쳐 21명의 신학생을 유학 보냈다. 그들은 이곳에서 인종과 풍습이 다른 10여 개국의 유학생들과 함께 4~9년 동안 교양과정ㆍ철학과정ㆍ신학과정을 공부했다. 이들 중에서 12명은 고국에 돌아와 사제서품을 받았지만、다른 사람들은 풍토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이름없이 죽어갔다.
공교롭게도 신학교는 이미 방학에 들어가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신학교와 성당ㆍ사제관을 모두 기웃거렸지만 사람 그림자 하나 비치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우리는 성당 초입의 성모상 앞에서 묵주신공을 바쳤다.
바다에 면해 있는 호텔로 돌아가면서 이곳의 또 하나의 명물인「페낭브릿지」를 스쳤다. 바다를 가르는 14㎞의 긴 다리. 바로 한국의 현대건설에서 공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죽은 한국인의 수도 상당하다.
위대한 역사 뒤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희생자들.
밤바다에 나가보았다. 어디선가 별 하나가 떨어진다. 문득 풍토병에 사라져간 이들이 떠오른다. 별이 떨어진다. 바다에서 죽어간 이름 없는 이들도 스쳐간다. 별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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