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9세의 김○○부인이 상담소를 찾았다. 스물다섯에 결혼해서 아들만 셋을 둔 김부인은 단칸 삭월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남편은 세째 아들이었지만 시부모를 18년 동안 모시고 살았다. 시누이 시동생들을 자식하고 같이 길러 시집、장가를 다 보냈다. 80이 넘은 시부모님이 몇 달 사이로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였다.
남편의 박봉으로 대가족의 살림을 꾸려가면서 고생으로 여길 사이도 없었다. 아들 둘이 대학생、막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남편은 주벽과 외도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소리내고 싸움한번 못했다. 시부모、여러 시누이、시동생、어린 아이들 때문에 싸워 볼 수도 없었다.
삭월세 보증금을 늘려대기 바쁜 나날 속에서 전세를 얻고 또 늘려 집도 한 채 마련했다.
남편은 한 여자가 싫증나면 또 다른 여자를 사귀는 식으로 계속 바람을 피웠다. 너무도 견디기 어려워 10년 전부터 성당을 찾았다. 세례를 받고 나름대로 신앙의 힘으로 남편을 용서하고 어려운 가정생활을 이겨낼수 있었다.
3년 전 남편이 새 여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였다.
과부가 된 여자로 아이도 둘이나 있는 여자였다. 남편은 너무 빠져들어 갔고 그 여자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 집에 들어오면 욕설과 구타요、주먹은 점점 더해갔다.
차라리 외박을 하는 날이 마음 편했다. 아이들이 어릴 땐 대문 밖에서 떨다가 잠이 들어야 들어오기도 했었다.
차라리 여자집에서 외박하는 것을 묵인해주는 대신 집에 와서는 주정을 하지말아 달라고 간청을 했다. 그러나 약속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도 허망한 생각에 큰아들에게『너희들 때문에 엄마는 일생을 희생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어머니 인생을 산 것이지 왜 우리 때문에 희생했다고 말하느냐』고 내뱉었다.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식들 기르고 시집식구 뒷바라지해온 자신의 인생이 아들의 말 한마디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1년이상 성당에 나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남편을 저주하고 아이들을 미워하며 하느님을 원망하며 자꾸만 죄를 짓기 때문에 고백성사를 볼수가 없다고 하였다.
여자 나이 50、이제 남은 여생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혼하고 위자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숙명처럼 살아온 김○○부인은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법적으로는 남편의 부정한 행위와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이혼 및 위자료청구를 할 수 있다. 지난 세월 살아온 고통을 위자료 얼마로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마는 막상 이혼을 결심하고 보니 단 한달 간의 생활비도、발 뻗고 누울 방 한칸의 값도 김부인의 손에 쥐어있지 않았다.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자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지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집을 팔아 반은 갖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한 것을 하느님이 탓하시겠느냐고 울부짖으며 이제 다시 성당에 나가고 싶다고했다.
이것이 죄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김부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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