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저변에서 가장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특정 생활인과 직업인이 많다. 요즘 민주화의 열풍과 함께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가치 인식을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본보는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작은 역량이지만 미래의 밝은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회의 일꾼을 찾아 그를 통해 단편적이나마 그 분야의 삶과 고충 그리고 소망을 담아보는「우리는 사회의 모퉁잇 돌」이란 시리즈를 기획했다.
『우리들은 사회의 한 기둥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 건물의「얼굴마담」이라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읍니다』
서울 가톨릭회관의 개원과 함께 경비원으로서 건물의「간판」노릇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이병학(마태오34)씨는 사회구조 안에서 경비원 역할에 대한 재인식은 경비원의 질적인 향상과 함께 경비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좀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활짝 웃는다.
사회에서 경비직 종사자는 건물 및 단체의「얼굴마담」「방패자」「일차서비스맨」 한 장소에 오래 근무한 이도 제법 많아 그 건물의「산 역사 및 정보통」등 맡고 있는 다양한 역할과는 달리 소수 특정단체 소속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소수인이 경비근무를 서고 있기때문에 근무조건 및 제도개선을 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세우지도 못한다. 단지 이들의 내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직책에 충실해야한다」는 성실한 사명감뿐.
지난 86년 6월 용역회사에서 가톨릭신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응시、갑자기 강원도 산골을 떠나 낯선 서울에서「감색제복」을 입게 됐다는 이씨는 24시간이란 힘든 격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지내온 경비원생활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던 듯、『경비원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것은 근무시간이 공휴일 개념없이 거의 연중무휴로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제도이기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의 중첩에다 가정생활을 평범하게 꾸려나가기 힘든 고충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경비원은 현재건물주가 직접 고용하거나 용역회사를 통해서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들 경비원의 근무제도와 급여수준 등은 앞서의 어떤 방식으로 채용되는가 보다는 그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와 건물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때문에 경비원 종사자들은 대학교、은행、공공기관、대기업을 이 직종에서 괜찮은 자리로 손꼽는다. 이런 몇몇 장소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근무조건 및 근무시간은 비슷해 이직업종사자들은 유사한 생활구조와 시간대를 갖고 살아간다.
이씨의 근무는 오전9시부터 시작된다. 출근하면 우선 전일 근무자에게서 업무를 인수받고 건물 및 주변을 점검한다. 이일을 시작으로 이때부터 건물의 현관정문순찰근무를 1시간씩 밀어내기식 방법으로 오후7시까지 계속한다. 오후7시 이후부터 다음날 9시까지 야근을 서게 되는데 실상 이 야간근무가 제일 힘들다. 낮에 거의 서서 근무하기 때문에 밤에 피곤이 닥친는 것이다.
경비근무 중 이씨를 비롯、같은 종사자들에게 닥친는 애로점은「야간근무시의 졸음과 홀로 밤을 지새워야하는 적막감」「비인격적인 언사」「가끔 건물의 출입자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느껴지는 아픔」「음주방문사의 행패」등으로 모아진다. 또한 근무 외에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적은노임에서 오는 생활의 쪼들림이며 이것은 맡고 있는 직업의욕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다. 이씨와 같은 경우 한 달 월급이 식대까지 포함 26만 원정도.
직장에서 1시간반 정도 걸리는 김포의 4만원 짜리 월세방에서 부인과 두자녀와 함께 사는 이씨에게는 너무적은 액수이다. 때문에 이씨는『술한잔 값이면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술자리를 될 수 있는 한 사양하는 편』이라면서『보수규정이 바뀌어져 급료가 오르고 8시간 근무、제가 되는 것이 우리들의 공통된 바램일 것』이라고 대변한다.
아울러『우리가 맡고 있는 소중한 역할에 대해 사회의관심이 모아진다면 더 더욱이 일이 신명날 것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한다며『우리는 박봉이지만 식대와 교통비등을 아껴가며 저축、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덧붙인다.
<許楠기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