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방외교의 일환으로 공산권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많은 경제계 인사들이 중국ㆍ소련등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 인사들 중에는 천주교신자들도 적지않아 방문중 그곳 성당을 찾는 등 친선을 도모하는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주)뉴부산관광 대표 김종호(레미지오ㆍ62)씨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23일부터 12월3일까지 중국 국제신탁투자공사의 초청으로 중국 관광산업시찰을 다녀왔다. 김씨는 시찰 중 북경남당성당을 방문 ,미사를 봉헌한 뒤 본당신부를 만나 보았다. 다음은 김씨의 남당성당 방문기이다.<편집자註>
홍콩을 거쳐 광주(廣州)계림(桂林)북경(北京)소주(蘇州)상해(上海)등 중국의 유명한 관광산업단지를 시찰했다. 계림의 아름다운 산수와 천혜의 풍부한 관광자원,9천9백99칸이라 일컫는 웅장한 자금성, 호사의 극치를 다한 서태후(西太后)의 이화원(頤和園),길이가 장장5천3백여㎞에 이르는 만리장성, 그리고 경이의 명조(明朝)13릉과 지하궁전 등 오랜 역사의 유물들을 둘러보았다.
국민들의 개인소득 증가에 대한 욕망과 개방정책의 도도한 물결, 그리고 관광투자에 대한 당국의 열의 등이 한데 이루어져 현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대륙의 용트림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출발시의 다소 불안하던 마음은 간곳없고 불편한 점 하나 없는 훌륭한 관광시설로 어느 때의 해외여행보다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러한 관광단지 시찰보다 북경 남당(南堂)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것이 더 큰 보람과 영광으로 기억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11월28일 북경 시내를 달리는 차안에서 안내자에게 북경 남당성당의 방문주선을 부탁하였더니 차안에 있는 카폰을사용하여 몇군데 연락을 취하더니 다음날 아침 6시에 미사가 있고 신부님이 마중을 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주었다. 동행한 시찰단일행과 안내자가 의아한 눈으로 보기에 나는 마이크를 잡고 설명해 나갔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지리ㆍ역사ㆍ문화와 종교적으로 깊은 유대관계가 있지만 특히 한국천주교와는 크고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1271년 마르코 폴로가, 일본에는1549년 성 프란치스꼬 사베리오가 천주교를 각각 전파하였습니다. 한국은 1770년대 천주교에 대한 연구가 일부 젊은 선각자들 사이에 이루어져오다 이승훈(베드로)이1784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북경에서 영세를 하고 귀국, 전교를 시작함으로써 오늘의 한국천주교를 이룩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한국천주교신자는 외국선교사의 의존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하느님의 진리를 찾아 하느님의 은혜를 받고 갖은 고난과 박해 속에서 수많은 순교자를 내었고 이 때문에 1백3위의성인을 탄생시킨 큰 영광을 얻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교회의 숭고한 역사를 소개하면서 내일 아침 유서깊은 북경 남당성당을 함께 가볼 것을 권유하였더니 다행히 일행 중 서울 뉴 코리아여행사 이옥기 사장과 전주 전일관광의 조혜선 상무가 뜻밖에도 교우이어서 이들과 함께 가보기로 하였다.
2백4년전 온갖 고생을 다하여 이곳까지 와서 세례를 받은 이승훈 신앙선조를 떠올리며 나도 내일 아침 미사에 참례한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고조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11월29일 새벽5시 호텔을 출발하여 5시40분 남당성당에 도착하였다. 성당 안에는 1백여명의 신자들이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새벽이어선지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령층이었다. 넓은 성당 안 제대 정면에는 십자고상대신 큰 성모초상이 모셔져 있었고 그 좌우에는 성부상이 모셔져있었다.
30대 신부님이 60대 노인복사의 시중을 받으며 큰 성모상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으며 20분후에는 60대 신부님이 15~16세의 복사를 데리고 정면 옆의 성부상 앞에서 별도의 미사를 집전하였다. 미사중 성가와 예물봉헌이 없는게 특이했다. 조금 지나서 젊은 신부님의 성체분배가 시작되었다. 영성체는 제대 앞에 나가 무릎을 꿇고 손을 흰 천 아래넣고 성체를 입안에 모시는데 여느 때의 영성체 보다 감격적 이었다.
『주님, 우리 조상이 당신의 은혜를 받은지 2백4년이 지난 이 새벽, 저도 무한한 주님의 은혜를 받고 있읍니다 이 은혜 무엇으로 보답하오리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길이 없었다.
영성체후 묵상을 하는데 50대의 한 신부님이 오셔서 일행은 별도의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우리일행 세 사람과 중국인 안내자는 신부님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하였는데 이 신부님이 바로 남당성당 주임 석옥비 신부님이었다.
한국교회의 발전상과 그 발전의 첫 시초가 된 2백4년전 이곳에서 한국사람이 영세한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신부님은 한국사람이 이곳에 와서 영세를 하고 갔다는 기록이 있으며 세례를 받은 곳은 이 남당성당이 아니고 북당성당이라고 말했다. 북당성당은 한번 소실되었다가 다시 지었고, 이곳 남당성당은 약 3백60년전 마테오 리치신부가 지은 성당이며 근간 한국에서 신부님 일행이 한번 다녀갔고 또 신자 일행도 방문했으며, 우리는 세 번째 방문자라는 설명이었다.
중국의 종교자유화에 대하여 질문하였더니 문화혁명후종교의 자유가 다소 허용되었으면 현재는 개방정책에 따라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인정되어 중국에도 많은 성당과 신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준비한 미사예물을 드리고 내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참석을 초청하였더니 감사의 뜻과 형편이 되면 가겠다는 뜻의 말을 하였다.
신부님께서는 7시에 미사집전을 해야 하기에 서로 아쉬워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성당 앞에 나가보니「北京天主敎愛國會」라는 간판이 약간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차츰 밝아오는 아침 출근길의 수많은 자전거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되는 마음으로 남당성당을 뒤로하고 호텔로 되돌아 왔다.
김종호
<(주)뉴부산관광대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