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신학교생활은 무척 힘이 들었다. 방학이 없었으므로 계속 학교에서 생활해야 했는데 난로 하나를 놓고 70여 명이 같이 생활을 했다. 동상에 걸려 다리가 퉁퉁 붓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 것도 큰 고역중의 하나였다.
그래도 겨울이면 얼음지치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스케이트는 따로 없었지만 오래 신기위해 구두에 얼음위에 미끄러지면 스케이트 신은 것 같은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학교시설은 70여명이 함께 자는 침실、교실、공부하는 복습소、 소지품ㆍ옷을 두는 옷방이 있었다. 옷방에 용무가 있을 경우는 특별히 관리국장 신부님한테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그 이유는 옷방에는 여자들이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학교식사는 대우가 좋은 편이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고기국을 먹은 기억이 난다.
라띤어 사용이 관면되는 소풍날은 우리의 큰 즐거움이었다. 소풍은 매주 목요일 실시되었다. 비가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소풍 장소는 팔공산 등 주로 대구 근교 산이었는데 이때 교장 신부님이 앞장을 섰고 교장신부님이 안계시면 관리국장 신부님、관리국장 신부님도 안계시면 데까누스였던 주재용신부가 데리고 갔다.
소풍 외에 여가를 이용해 축구 비슷한 공차기、배구 등을 하였다. 지금 성 김대건 기념관 자리는 중국사람들이 벽돌을 만들던 장소였는데 이 건물을 이용해 벽치기를 하기도 했다.
대구에 계산동 비산동성당 뿐이던 그 당시 우리는 대축일에 계산동성당에 가서 라띤어로 성가를 불렀다. 대축일 외에도 입학 후 1년 동안은 신학교 성당이 축성되지 않아 계산동 성당의 주일미사에 참례했다.
지금 계산문화관 앞은「버드나무골」이라 불렸고 시냇물이 흘렀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계산동성당 근처가 진흙탕으로 둔갑、바지를 둥둥 걷고 다녀야했다.
공부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으나 시험ㆍ서품식 때 뵐수있었던 안(드망즈)주교님은 인자하셨으나 조그만 행동에도 매우 엄격하셨다.
3ㆍ1운동이 일어났던1919년、대구신학생들도 만세운동에 참가하기 위해 술렁거렸고 운동장에서 독립노래를 부르는 등 분위기가 격화되었다. 이에 안주교님은 신부를 포함해 전학생을 체육실에 집합시키고『복종을 하지않는 신학생은 원치 않으며 신학생들과 상관이 없는 이러한 정치적 행동이 하나라도 일어난다면 유죄ㆍ무죄 불문하고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신학교 문도 닫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셨다.
이에 학생들은 주교님께 사죄、복종을 약속했고 주교님은『어떠한 경우에도 복종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질서를 위해 신학생들의 태도를 정리한 인명카드 작성을 학교 신부님께 요구하셨다.
어린 나이에도 보통분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안주교님은 키는 크지 않았지만 몸이 비대해 인력거를 타면 두사람이 끌어야 했다. 말을 타고 현 대구경찰서 앞을 지날 때 일본순사가 비대한몸집을 흉보다 톡톡히 야단을 맞기도 했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 7품 제도가 사라져 지금 신학생들은 7품중 부제품ㆍ사제품만을 받지만 그때는 삭발례도 있었고 또 부제품 밑에 부제와 사제를 도와주는 차부제품이 있었다. 모든 품을 받기 전에는 반드시 피정을 실시했고 차부제품 때는 동정서원을 했다.
신학교 생활중 공부외에 힘들었던 것은 삼구(세속마귀ㆍ육신)중 육신을 지키는 일이었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독신생활을 하는 성직ㆍ수도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평신도들은 독신생활을 예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극복 의지도 필요하지만 정말 주위사람들이 많이 기도해주어야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
이러한 유신의 유혹、어려운 철학ㆍ신학공부 등 신학교 생활은 갈수록 산이었지만『신앙이 있으니 죽으면 더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겨주신 양떼를 잘 치십시오(중략)그러면 목자의 으뜸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월계관을 받게 될 것입니다』(베드로전서5、2~4)라는 성경구절을 위안삼아 견뎌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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