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의 표징」으로 불리는 떼제공동체는 가톨릭ㆍ개신교를 포함한 초교파 기도공동체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교회일치를 위해 일하는 공동체임이 쉽게 드러난다.「공동기도」를 삶의 중심으로 하는 형제들의 수도공동체인 떼제는 1940년 창설할 때만 해도 프랑스 동부지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 이름에 불과했으나 오늘날에는 전세계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와 묵상을 함께하며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순례지로 변모했다.
아침ㆍ정오ㆍ저녁 하루3차례의 공동기도가 핵심을 이루는 떼제공동체의 이 기도모임에는 원하는 이는 남녀노소、종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성가와 성서봉독ㆍ침묵ㆍ다른 이들 특히、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로 이뤄지는 이 기도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피부와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자신들의 삶과 관심사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면서 종파의 벽도 없어져가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 이곳에서 새 경험ㆍ통찰력을 얻은 뒤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자신이 속한 이웃에서 신뢰의 순례자가 되고 모든 사람 사이에「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떼제는 창설 당시부터 각 교파로 갈라진 기독교 신자들 사이의 화해를 위해 일해 오면서 인류전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일치」란 용어대신에「평화」「사회정의」란 말을 최근 들어서는 더 자주 사용한다.
연일 끊이지 않는 떼제의 순례객들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하곤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수와 복음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세계 상황 속에서 열렬한 기대만 지닌 채 머물 수 있는가』『어떻게 잊혀진 채 버려진 사람들의 고난에 자신을 던질 수 있나』『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불의의 탑을 무너뜨리기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위해 근본적으로 갖추어야할 보다 균등한 부의 분배를 꾀해야 하나』등등.
금년으로 한국진출 10년째를 맞은 떼제공동체는 그동안 가톨릭ㆍ개신교 등 수군데서 지속적인 기도모임을 가지면서 화해를 갈망하는 많은 이들을 도와왔으며 특히 젊은이 공동체 활성화에도 밑거름이 돼왔다. 그리고 매년 1월18~25일 일치주간에 각 종파기도모임의 진행을 맡고 있으나 유럽과는 달리 활발한 편이 아니다.
떼제공동체의 한관계자는『떼제는 구성원을 모아 어떤 새로운 운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가 보편적 일치에 근거를 둔 지역교회공동체에 깊이 소속되기 바란다』면서『떼제에서처럼 1주일씩이라도 종파를 초월 함께 생활하고기도한다면 뭔가 달라질 것이지만、그럴 기회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낀채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고있다』고 말했다.
떼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1940년 스위스 목사의 아들 로제 슈츠가 지상의 교회가 하나로 일치할 것을 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일치의 비유」를 함께 창조해낼 이상을 갖고 시작했다.
떼제공동체는 거대한 조직체가 아닌 탓에 현재 전세계 떼제 수사 수는 한국인 수사1명을 포함 90명에 불과하며 이중 과반수는 가난한 나라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떼제공동체 수사들은 각 대륙에서 또 가톨릭ㆍ장로교ㆍ루터교ㆍ성공회 등 각 종파에서 왔지만 어느 교파에서 왔는지는 문제가 안 된다. 그리스도와 복음을 따라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삶의 방식이 다르지만 상대방을 배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점까지 포용해 그리스도 안에 하나 되려는 노력으로 삶의 모습을 변화시켜간다.
이 같은 떼제의 활동모습에 역대 교황들은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교황 요한23세는 제2차 바티깐공의회에 원장 도제수사를 업저버로 초대한바있다.
또 떼제 수사들은 동방정교회 국가들을 정기적으로 방문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일치를 모색하는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와도 연관관계를 맺고있다.
떼제는 60년대 후반부터믿음의 원천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자 이를 계기로「젊은이 공의회」를 구상、4년간의 준비를 거쳐 74년 4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 모임을 열었다. 이는 어떤 조직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의미를 오늘의 세계 안에서 찾으려는 일치된 모색이었다. 신뢰추구를 위한 이같은 대규모 모임은 떼제에서뿐 아니라 전세계 대도시에서 정기적으로 마련된다.80、82년에는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초청으로 로마 라떼란대성당과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공동기도모임이 열렸다 또 82년에는 비극적 분단에 처한 레바논에서「범세계적 화해의 순례」를 개막、85년에는 인도「마드라스」에서 공동기도와가난한지역방문ㆍ그룹모임 등을 가졌다
특히 87년 여름 떼제에서 열린 모임에 참가한 아시아ㆍ아프리카 가난한 지역 젊은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은 무력감과 방관 상태로 보낸 유럽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던져주었다. 이 모임 후 유럽 젊은이를 초대、함께 기도와 모임을 가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희망을 보임으로써「유럽의복음화」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李蓮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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