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1525호에 이어 이번호부터 성서해설을 계속 게재합니다. 이번호부터는 이정순 수녀(가타 리나·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께서 성문서편을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주(註)>
성문서는 46권의 구약성서중 모세5경과 21권의 예언서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거룩하게 쓰다」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한 성문서(聖文書)는 주제나 문학 유형이 다양하여 정경으로 채택·결정되는데 많은 세월이 걸렸다. 현재의 성문서 목록은 기원후 3세기에 이르러 확정되었다.
1. 목록
가톨릭에서는 히브리인들이 분류해 놓은 시편·잠언·욥기·아가·룻기·애가·전도서·에스델·다니엘·에즈라·느헤미아·역대기 상·하 와, 제 2경전인 토비트·유딧·지혜서·집회서·바룩·마카베오상·하·다니엘과 에스 델의 일부를 성 문서에 포함시킨다. 원래 히브리어로 쓰여진 성서를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유다인 들을 위하여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 역 성서는 율법서·예언서·성문서의 3부로 나눈 히브리 분류를 따르지 않고, 모세5경·역사서·시서와 지혜서·예언서의4부로 구분하여 역사서에 역대기 상·하·에즈라·느헤미아·룻기·토비트·유딧·에스델·마카 베오 상·하를, 시(詩)서에 시편·잠언·욥기·아가를, 지혜서에 집회서·지혜서·전도서를, 예언서에 다니엘·바룩·애가를 배열하고 있다. 라틴어 역 불가타(Vulgata)는 욥기를 중요하게 여겨 시편과 순서를 바꾸었다.
유대교나 개신교에서는 제2경전을 외경(外經)으로 간주하여 구약성서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2. 형성 과정
기원전 6세기경부터 바빌로니아와 페르샤의 침공으로 유배와 강제 이주를 겪은 이스라엘은 주권 왕국을 재건하지 못하고 대신 성전의 재건과 예전(禮典)의 녹원으로 민족의 단결을 시도하였다. 그 때 한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을 이끌어오던 예언자들이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현인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현인들은 모세의 가르침과 율법을 다섯 두루마리에 담아 기록하고, 예언자들에게 내리신 야훼의 신탁을 역사서와 예언서로 엮었다. 다수의 성시(聖詩)들도 수집하여 1백 50편의 시편도 편찬하였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감으로「율법서와 예언서와 그 뒤를 이은 후대의 저서들」(집회1, 1)을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아무것도 더 보태거나 뺄 수 없는 모세의 가르침과 율법을 해설하고 주석하며 민족 집단으로서의 이스라엘이 아니라 개개인을 대상으로 말을 건네며 개인 존중의 풍토를 조성하였다.
기원전 10세기경부터 이미 존재하던 여러 문학 형식에 바탕을 두면서 야훼의 구원경륜에 대한 찬미와 감사와 탄원을 주제로 하여 인간 지성에 대한 평가와 활용을 넓혔던 현인의 저서들은 후대에 거룩한 책들로 불리우게 된 것이다.
3. 문학 유형
오직 한 분이신 야훼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행위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을 문학 형식을 빌어 기록했다하여 성 문서 집은「응답의 성서」라고도 한다.
풍부한 직관력을 지닌 이스라엘인들은 일찍부터 춤과 노래와 시문학에는 전문가들이었다. 성문서 저자들도 시문학을 즐겨 애용하는 한편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율법이나 예언의 기록과는 다른 문체로 백성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어떤 이들은 유배의 쓰디쓴 체험으로 소견이 좁아진 유다인을 지적하면서 모두가 선인으로서 유대교 선포의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풍자 법으로 상기시켰다. 다른 이들은 이상적인 유다인의 모습을 그려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또 다른 이들은 에제키엘, 이사야, 즈가리야의 예언에 심취하여 그 골자를 묵시문학으로 표현하였다. 더 이상 우상 숭배를 비난하는 말이나 하느님에 대한 언급도 없이 그저 인간의 성격·품행·약점·실패·행복에 관하여 썼다. 그리하여 청중이나 독자로 하여금 사제와 예언자들의 하느님 중심의 세계를 떠나 지혜로운 인간의「착한 생활」이 중심을 이루는 세계에 사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현인들의 책은 나날의 삶의 지침이 되었고 회당 의식에서 읽혀졌다.
성 문서에 주류를 이루는 몇 가지 문학유형으로 학자들은 시문학·미드라쉬·지혜·묵시문학으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시문학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문학 유형을 살펴보는 것은 성문서 날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디드라쉬 문학
유배지 성전이 없는 남의 나라에서 야훼께 제사를 드릴 수 없었던 이스라엘은 회당을 만들고 민족의 지주인5경과 초기 예언서를 읽으며 그 말씀에 대한 랍비들의 성서 해설로 성전 의식을 대신하였다. 고국과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고초를 겪는 암담한 시기에 성서의 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활약이 불가피 하였고 제관들과 율법학자들로 구성된 랍비 그룹이 절기에 따라 선택한 성구를 전체 문맥 안에서 연구하여 명상적이며 실용적인 해설을 하였다. 바로 이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미드라쉬(단수) 미드라 쉼(복수)문학이라고 한다. 히브리 동사 다라쉬(Darash:찾다. 조사하다. 연구하다)에서 파생한 명사 미드라쉬(Midrash:연구·해설·주석·강해)가 랍비들에게 적용되어 성서 해설, 또는 성서 해설 문학이라는 전문용어가 된 것이다.
ㄱ)할라카 디드라쉬: 출애굽기에서 신명기에 이르기까지의 율법을 해설한 율법적 미드라쉬로 기원전 2세기까지 구전으로 내려온 것은 미슈나(Mishnah:반복)에, 기원후 3~6세기의 것을 탈무드에 수록 되었다. 에즈라느헤미야·역대기가 이에 속한다.
ㄴ)학가다 미드라쉬: 신앙을 일깨우기 위한 성서 이야기 해설. 사건이나 인물을 통하여 교훈을 남긴다. 예)요나서, 토비트, 에스텔, 바룩 지혜10~19, 다니1~6 : 13~14.
ㄷ)페세르 미드라쉬: 옛 예언을 청중들 당대의 사건에 비추어 실용적으로 해설.
예)라니9장, 사해 두루마리의 하바꾹.
(2)지혜 문학
다윗의 치세 때 이집트 학자의 등용과 함께 도입된 인접국의 격언·우화·변론·비유·수수께끼·교훈·설화 등의 지혜문학은 솔로몬에 이르러서는 토착화되어갔다. 그 후왕도 예언자도 맥을 못 추던 유배 후에 현인들은 지혜문학의 황금기를 이루었다. 인문주의적 성격을 부각시키면서도 인간적 차원을 넘어 야훼 신앙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던 이 문학은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지혜로 운자와 어리 석 은자를 구별함에는 이웃의 지혜문학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지혜롭다는 것을 경건함과 하느님을 두려워함과 동일 시 함으로써 이스라엘고유의 지혜문학을 형성하였다
(3)묵시 문학
바빌로니아의 점성술과 창조신화, 후기 그리스 문학과 유다인의 종말 예언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으리라 여겨지는 묵시문학은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1세기까지 성행하였다. 세말이 오면 하느님 친히 세상을 심판하고 구원하리라는 것을 상징과 은유법으로 구사하였다 예언자시대에 이미 유행하던 이 문학은 헬레니즘의 매력으로 이스라엘 민족의 붕괴위기에 다시금 그 진면목을 드러내었다. 저자의 주관적인 계시체험은 권위 있는 인물의 이름으로 기록되었고 선 과 악 현세와 내세의 이원론적 종말론을 바탕으로 상선 벌악의 주재자이신 하느님의 승리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선사하였다. 대표적으로 구약의 다니엘서와 신약의 요한 묵시록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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