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7월 28일 아침이었다. 그날은 다행히 수녀원에 미사가 있었다. 사세야마기꼬 수녀는『그때 제 손바닥의 상처는 그렇게 지독하게 아프지 않았으나 그래도 피는 역시 자꾸 흘러나왔습니다. 저는 그 상처가 남의 눈에 띠지 않게 하기위해 거기에 반창고를 붙이고 그 손으로 미사중 성체를 받아 영했습니다』라고 그날의 일을 말했다. 그런데 기꼬 수녀의 말에 의하면 그날 오전 아홉시 조금 지나 아키타교구장인 이또오 주교(伊藤장治郞)가 기꼬 수녀를 불러 그녀는 이또오 주교의 사무실로 갔다. 그때 이또오 주교는 기꼬 수녀에게 이것저것 세밀히 물어보고 자신도 여러가지 얘기를 들려주며「성체봉사 수도회의 기도」가 있는 장소에서「성체안에 꼭 실존하신 예수님의 성심이여」라는 문구를 넣어 기도하라고 기꼬 수녀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즉 성체안에 예수님이 틀림없이 계신다는것을 강조하는 의도에서「꼭」소리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이또오 주교는 기꼬 수녀에게 다음과 같은 3가지 과제도 주며 다음번 성모께서 또 발현하시거든 꼭 그 3가지 과제를 물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 과제는『①성체봉사회 수도단체가 천주님의 성의에 맞는가? ②현 상태대로 이 수도회가 좋은지? 나쁜지? ③세속에 있어서 관상(觀想)기도가 꼭 필요한가?』이 3가지였다. 기꼬 수녀는『그날 주교님의 이 세 가지 질문의 과제가 제게는 무척 과중한 짐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일 질문할 기회가 오기만 기다리며 그저「모든 것이 천주님의 뜻대로 되어지이다」하고 기도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뜻과 천주님의 뜻이 다를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하고 말했다.
그 후 일주일이 되었던 첫 금요일(주 73년 8월 3일 금요일) 기꼬 수녀는 보통때보다 좀 더 길게 성체감실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오전중에는 별일이 없었고 오후 2시쯤 그날은 첫 금요일이기에 기꼬 수녀는 예수 수난에 대한 묵상을 깊이함과 동시「묵주의 기도」도 하며 한시간 이상 성당에서 지냈다.
기꼬 수녀는『그날은 저의 수호천사도 저하고 같이 주의기도를 염하고 계셨답니다. 저는 속으로 오늘이야말로 주교님이 부탁하신 질문을 여쭈어 봐야겠다고 맘을 단단히 먹고 있었습니다』하며 조금후 그녀의 기도가 성취되는 은총을 받았다고 했다. 즉 그녀의 수호천사가『기꼬 수녀! 수녀는 지금 뭔가 내게 질문할 것이 있지? 자 염려말고 말해봐라』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침을 삼켜가며 주섬주섬 그 3가지 질문을 또렷이 말했다. 그런데 그때 오전과 같이 성모 마리아 목각성상 있는 쪽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운 음성이 기꼬 수녀의 귀에 들려왔다. 바로 성모 마리아의 말씀이었다.
『내 사랑하는 딸아! 내 수련수녀야 너는 주를 사랑하고 있느냐? 주를 사랑한다면 내 말을 잘 들어라. 이것은 아주 중대한 일이다. 그러니 네 장상에게 고해야 한다. 이 세상 많은 사람이 주님을 슬프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주님을 위로해 드릴 자를 찾고있다. 천주님의 진노를 풀어드리기 위해 죄인들과 배은망덕한 자들을 대신하여 고통과 가난을 참아 받고 대신 속죄하려는 영혼들을 예수님과 함께 찾고있다. 천주성부께서 이세상에 대하여 진노하시고 계신 것을 알리기 위해, 즉 천주성부께서 전 인류위에 큰 벌을 내리시려 하시는 것을 예수님과 함께 나는 무진노력하여 그 진노를 풀어드리려고 하였다.
더구나 오 주 예수의 십자가상에서 받으신 고통과 흘리신 성혈을 천주성부께 보이면서 그분을 위로해 드릴 사랑스런 영혼들을 저많은 죄악의 속죄보상자로 모아드려 오늘까지 그 진노를 막아 온것이다. 기도하고 고행하며 가난함을 찾아받고, 용기있는 희생적 행동은 천주성부의 진노를 풀어드릴 수가 있다. 네가 소속되어 있는 이 수도회에서도 나는 그렇게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청빈을 사랑하고 가난한 생활 가운데서 많은 사람의 배은망덕과 천주님을 능욕하는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개심참회하며 기도하여라. 그리고 성체봉사회 수도원에서 바치는 기도를 진심으로 하고 악인들의 죄악을 대신 속죄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고 각자의 능력과 처지대로 모든 고통과 희생을 이 뜻으로 바쳐달라고 권유해주렴. 세속 가운데서도 관상기도는 절대로 필요하다. 벌써 기도하려는 영혼들이 모여들고 있다. 형식적으로 하지말고 진심으로 예수님을 위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도하기 바란다』성모 마리아는 일단 여기까지 말하고 조금 간격을 뒀다가 다시 이어 말했다『네가 지금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은 정말이냐? 진정 너는 내어버린 돌과 같이 될 각오가 서있느냐? (주ㆍ베드로전서 2절6~7절 이사야 28장16절 시편 118장22절) 주님의 정배가 되겠다는 각오를 가진 내 수녀야! 신부가 신랑에게 의합한 자로 보이기 위하여 너는 3개의 못으로 십자가 위에 못박힐 결심을 갖고 네 수도회 서원을(주ㆍ기꼬 수녀는 당시 수련중에 있는 수련수녀였다)하여라. 청빈 정결 순종 이 세가지 서원이 세 개의 못인것이다. 그 세가지 중에서도 제일 기본되는 덕은 순종하는 덕이다
완전한 순종으로써 네 장상에게 복종하여라. 네 장상은 잘 이해하여 주는 자가 되고 너를 올바로 인도하여 주겠기에 하는 말이다』
여기서 성모의 말은 끝맺어졌다. 기꼬 수녀는 당시의 일을『그 소리는 이 세상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주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성이며 천상에서 울려오는 음성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었는데 그 목소리가 사라져가자마자 제 옆에 서 계시던 저의 수호천사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저는 그전과 같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저 황공무지하여 굴복한채 한마디라도 빠뜨릴세라 전 신경을 귀에 집중시키고 잘들어 두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그 후 죽은듯이 적막만 꽉 차있는 성당에서 그녀는 혼자 그녀 자신을 잃은듯 기도에 몰두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위의 성모메시지 속에는 이또오 주교가 부탁한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포괄적으로 나타나있어 안심했으며 기뻤다고도 한다.
이상 많은 기록이 남아있으나 지면사정으로 다 싣지 못함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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