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따사로운 산중턱에 여러가지 열매들이 익어있다. 찔레랑 까치밥이랑 망개와 이름모를 고운 열매들이 엉키고 설키인채 소나무나 참나무나 갈대나 아카시아를 벗하며 혹은 귀엽게도 들국화 곁에서 제법 얌전히 사지를 펴뜨리고 누워있기도 하다.
조용한 서재나 거실의 한구석에 이 앙징스런 계절을 옮겨본다. 값이 싸고 알이 많은 소국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얌전히 다듬어 함께 곁들이면 생활에 분주하여 미처 가을을 느끼지 못한 가족들의 마음에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다.
먼저 열매의 긴 가지를 다듬어 왼편으로 대각선상에 45도 정도 기울여 제1추지로 꽂은후 제2주지는 제1주지의 4분의 3으로 다듬어 중심에서15도 정도 왼편으로 기울여 꽂고 제3주지는 소국으로 정면에서 80도 기울여 꽂은 후 나머지 종지는가지를 잘 살려서 입체감이 뚜렷하며 공간의 멋도 곁들여 자신의 임의대로 꽂으면 된다. 전체적으로 열매와 가지의 한편에 꽃이 곁들여 핀 모양이 된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의 색으로 인하여 더욱 계절의 진미를 감상하게 되면 닥아오는 공휴일에는 가뿐한 마음으로 가까운 산에라도 단풍맞이를 가야할 것 같다고 누군가 이야기해올까? 눈짓해 본 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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