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급격한 물질문명의 발달에 정비례하여 현대인의 인간성은 날로 타락돼가고있다. 경향 각지에서 빈발하는 각종 흉악 범죄도 인간성의 타락, 인간 본연의 사랑의 상실에 그 원인을 찾을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는 그 어느때보다도 인간성의 아쉬운 때이기도하다. 이에 본보는 잊혀져가는 인간적인 사랑을 되찾고, 타락된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대구교육대학 김재만 교수의「사랑의 대화」를 게재키로 했다. 김 교수가 다년간 연구정리한 이「사랑의 대화」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희생적 사랑에서부터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본질을 규명하고 우리에게 망각하기 쉬운「사랑의 길」을 제시해 줄것이다. (편집자 주)
「사랑」이란 말에 대하여 무감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입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들대로, 또는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사랑에 대한 어떤 그리움이나 향수나 또는 막연한 동경이거나 희망찬 설레임이 있을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사랑」이란 누구에게도 생소한것이 아니고 누구에게도 배척당하지 않는것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친밀하고 누구에게나 환영되는 이「사랑」이 왜 이렇게도 푸대접을 받고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것이 아이러니라고 할수도 있을것입니다. 그 많은 인간의 노력들 가운데는 말의 성찬이라 할만한 것도 허다히 있는데, 유독이「사랑」에 대한 성찬은 그리 탐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나는 이런것에 대하여 꽤 오랫동안 그리고 제법 열성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애쓴 노력에 비하면 그 결과는 보잘것 없는 것입니다. 차린 것은 없어도 나누어먹고 허기나 면했으면 하는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입니다. 나는 이 글을 써내려가면서 다음과 같은 것에 유의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글은「사랑」이 인간의 근본적 본질임을 강조하게 될것이며 그 이유가 대화를 통해 증명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사랑」을 빼놓고「인간적」인 것을 이야기 할 수 없다는것이 확실해질 것이며 그러기 위하여「사랑의 원리」라고 할만한 것이 여러가지 모습으로 설명될 것입니다. 아울러 독자여러분의 의견이나 의문이 이 글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 있다면, 이 글의 문맥속에서 반드시 해답을 주거나 상담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탄없는 충고와 지도가 이 글을 더욱 값있게 다듬어지도록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바라고 싶습니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에게는 사랑」-사랑이야말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게 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느끼게 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처신케 하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케 하는 사람다움의 정표일것입니다. 선태(善泰)군이나 진희(眞姬)양도 사실 이 사랑에 대하여 실상 여러번 나에게 설명을 간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그들에게 설명을 미뤄온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입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사실 어렴풋이 그것을 머리속에서 윤곽을 그리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무어라고 분명히 들어내어 누구에게 설명해 주기엔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야『그것은 이것이다』고 할 자신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감히 이제 이렇게 글을 쓸 용기를 내게 되었는가 하고 묻겠습니다만 그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할수 밖에 없습니다.
선태군이나 진희양은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들입니다. 그들은 항상 나의 곁에서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학생들 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학교의 강의시간 이외에는 별로 이야기를 나눈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분명한 사실은 나는 나의 제자들에게 보다 친밀하게 해주고싶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가까이서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쪽의 생각이 저쪽에 그대로 전해지지도 않고 또는 저쪽의 생각이 나에게 그대로 들릴리도 만무하니 서로가 속으로 품고 있으되 그것을 풀지 못하여 갑갑하기만 하고, 그런대로 세월만 가니 피차간에 안타까움만 더할따름입니다. 그리하여 흘러간 세월도 허다히 많습니다.
그러한 안타까움 속에서 나의 앞을 거쳐간 제자도 꽤 많은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가고 또 책을 통하여깨 달았던일, 깊은 사색으로 혼자 터득한 일, 또는 나의 생활을 통하여 체험한 일들 가운데서 이것만은 꼭 후배들에게 전해줌으로써 나의 고되고 후회스런 전철을 밟지않도록 이야기 해주고 설명하고 지도해줄 의무감 같은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편 선태군이나 진희양은 근년에 와서 노골적으로 나에게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곳 저곳 다니면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상당부분이 이「사랑」에 관한 것이라는데 그들은 더욱 불만이었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선태군이나 진희양만의 불평이 아니라, 그들 클럽이나 그들 학년 전체의 불평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정해진 시간의 교과에 대한 강의만 하면 나의 책임은 다하고, 또 그들로서는 그것으로서 배울것은 다 배웠다는 안이한 학점병 같은것이 잠재해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하간 이제 적극적으로 공세해 오는 선태군의 열성에는 어쩔수 없습니다. 반찬이 없다고 밥을 먹지않을 그만한 여유가 선태군에겐 없습니다. 무엇이라도 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도 순수하게 무모하게 다그치는 선태군의 성의와 열성에는 도저히 겸손이란 미명하의 사양이나 후퇴가 통하지를 않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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