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4월 어느날 이 날 따라 바오로의 안색은 대단히 좋았고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아마 짐작컨데 일전에 유물론에 기초를 둔 공산주의를 유신적 이론으로서 반박했던 것이 바오로에게는 반대에 대한 반대를 할 수 있는 정신적인 만족감인것 같다.『또 만나니 대단히 반갑군요』하면서 악수를 청하고 자리에 앉았다『신부님이 말씀하시는 하느님은 인간이 인간의 기호에 맞도록 만들어낸 가상적 존재이겠지요』하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그쳐 묻는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못해 왔다면 이상한 일이지요. 신의 존재를 당신의 입장에서 부정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공산주의 사상을 고집하는 결과가 됩니다. 공산주의를 고집한 것도 더 나은 행복을 누려보겠다는 소망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당신은 더 나은 행복은 커녕 죽음의 불행이 임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순수신이기 때문에 경험의 세계가 되는 시간과 공간의 간섭을 받지 않습니다. 시공을 초월하기에 무한한 존재입니다.
경험되어지는 대상만을 인식의 전부로 보는 물리적 사고방식으로는 하느님의 가치가 포착되질 않습니다. 단지 하느님을 찾아내는 유일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생각하는 힘, 즉 정신 작용입니다. 누구든지 노력하면 얼마든지 하느님의 존재를 의식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굳게 닫혀진 마음의 문을 열고, 접근해오는 하느님의 존재 의식을 두려움 없이 입장시킨다면 당신의 의식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올 것입니다』
바오로의 이러한 왜곡된 사고방식이 습성화 된 이면에는 부산부두 미군기지 탄약창에 근무하면서 사귄 친구때문인것 같다.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료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가 무척 친하게 지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주막에서 술잔을 나누며 우정을 더욱 깊이했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서로 의논했다. 이 동료친구가 바오로에게 베푸는 인정은 대단했다. 항상 술값은 친구가 먼저내고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때면 이 친구가 경제적 도움을 베풀때가 허다 했다. 그러니 관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서로가 만나면 현실의 모순을 개탄하고 사회제도를 비판하는 대화로 일관했다. 바오로는 단 하루라도 이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못 견딜 정도였다.
그러던 중 바오로에게는 상상도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깊은 우정을 나누면서 형제처럼 지내던 이 동료친구가 숨겨온 자신의 정체를 밝힌것이다. 이북에서 정식으로 밀봉교육을 받고 남파한 간첩이라는것이다. 간첩활동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면서 확실히 살 길이 있다면 이 길 뿐이라고 감언이설로 꾀었다.
바오로는 망설이다가 끝내 동조하고 말았다. 직장속에서 간첩으로 암약해왔던 이 친구에게 포섭돼 그때부터 틈만나면 만나 공산주의 이론에 대한 토론을벌이고 서로 맞장구를 쳤다. 바오로는 월북해서 밀봉교육을 받고 남과해서 본격적인 간첩활동을 하려고 마음으로 결심했다. 친구와 1차 월북 계획을 마련하고 월북의 약속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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