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0월 11일부터 25일까지「로마」성년행사를 직접 취재하고 돌아온 본사 허종렬 기자의「로마」현지 르뽀이다. 취재기자의 눈에 비친「성년의 성지」모습들을 몇 차례에 걸쳐 생생하게 엮어나갈 것이다. 차제에 본사 기자출국을 도와준 주한 교황대하 도쎄나 대주교와 CCK 사무국 이종흥 신부에게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 주>
『꼬레아! 꼬레아!』「로마」공항로비. 잘생긴 이태리 청년이 우리를 찾았다.「로마」시간으로 12일 오전10시(한국시간 12일 교리교사단은 일본팀과 함께 청년이 운전하는 최신 고속버스로 시내로 들어갔다. 얼핏보아「로마」의 산천은 우리나라와 별다름 없다는 인상을 주었다. 다만 소나무 가로수가 많은 것이 특이하게 생각되었다.「바티깐」에 인접한「아우렐리아」가「라디우스」호텔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피부 색깔이 흑인이나 다름없고 가난티가 물씬나는 인도 파키스탄 교리교사들이 지기나 만난듯 반갑게 손을 잡고 말을 건네왔다. 이 같은 환영은 호텔 현관에 들어설때까지 계속돼 우리를 약간 당황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를 진짜로 당황케 한 것은 호텔 프론트에 우리의 도착을 신고했을 때였다.『당신들은 내일 오후부터 이 호텔에 들기로 돼있다』는것. 막막한 심정으로 모두들 로비에 일단 자리를 잡고 대책을 궁리했다. 마침내가 박준영 신부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어 연락을 했으나 부재중이었다. 그러던 중 인류복음화성성 직원인듯한 사람이 인근「라가넬」호텔에 임시숙소를 정해주었다. 오후에는그 직원의 주선으로 관광버스를 타고「로마」시내를 주마간산식으로 눈요기했다. 곳곳마다 즐비해 있는고색창연한 고적들과 석상들 그리고 아름답고 울창한 정원수들을 보고감탄을 연발했다.
담벼락 도처에는 붉은 페인트로 그려진 소련국기 마크와「프랑코를 죽여라」「반 파시스트는 도전적이다」는 등의 선동문구가 난잡했다.
이튿날 13일에도 지루한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오후 2시경「라디우스」호텔에 방을 정한 것 이외는 하루종일 호텔 로비에서 서성거렸다. 이 같은 기다림은 김포공항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11월 아침 7시30분에 모여 비행기가 이륙할때까지 3시간10분, 일본「하네다」공항에선 무려 10시간20분을 기다렸다.(알라스카「앙코라지」와 벨기「부루셀」에서 약 1시간만도 19시간이었다)괴로운 기다림이었지만「로마」성지를 앞둔「대림」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복음화성성이 초청해준「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성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것을 다짐하며 용기를 가다듬었다.
13일 이른 아침 박준영 신부와 통화가 됐다.
교리교사단이 16일에 오는줄로 알고 있었다는 박 신부는「로마」에 유학중인 한국인 신부 17명은 11일밤에 이미 도착한 한국순례단 103명을 안내하는데 매달려 있다면서『내일쯤 가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아침을 먹은후 이태리주재 한국대사관에 우선 입국보고를 했다. 이어 현석호 선생이 부치는 선물도 전할겸「바티깐」주재 한국대사관에도 연락을 했더니 신현준 대사는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피난민처럼 호텔 로비에 진을 치고 지루함과 외로움을 달래고있던 교리교사단에 이 소식을 전하자 일제히 박수를치며 기뻐했다.
저녁 6시쯤 우기에 접어든「로마」엔 오락가락 하던 빗줄기가 제법 거세어졌다. 약속보다 30분 앞서 신대사의 영국인 비서 크리스틴양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함혜룡 여사와 신 대사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들였다. 이국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이었기에 우리의 반가움도 컸다.
신 대사 부부는 그날이 바로 셋째 따님의 생일이라며 칵테일과 한국식 저녁을 대접하면서 자상하고 다정한 얘기로 우리의 맘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대사관은 순례단1백3명을 15일(수요일) 오찬에 초대해놓고 있어 그 준비에 비상이 걸린듯 했다. 우리는 대접으로 지새는듯한 대사관의 입장에 어떤 동정심까지 느꼈다. 그러나 신 대사 부부는『이때까지 은혜를 받고만 살았으니 여생을 희생하고 봉사하며 사시라』는 둘째 아드님의 충언을 되새기며, 모든 일을 기쁜맘으로 처리하고 있어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우리는 14일부터 시작되는 공식일정에 참여하기에 앞서 대사관의 젓가락 포장지에 인쇄된 태극마크를 명찰에 오려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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