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아침, 울바노대학 강당에는 인류복음화성성 초청으로『로마』에 순례온 전 세계 전교지역 교리교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일본 필리핀 홍콩 태국대표와 같은 버스를 탄 우리가 강당으로 들어갈때 복음화성성 차관인 루르드사미(인도) 대주교가『아, 꼬레아!』하며 손을 들어 환영했다. 재작년인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그는 태극마크를 보고 우리를 대번에 알아봤다.
강당안은 마치 인종 전시장같아, 피부색깔은 달라도 한 형제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교지역인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피부색이 거무스름한데서 부터 이른바「연탄」에 이르기까지 검은사람 일색이었다.
60여개 국에서 약 4백명이 모였지만 단 1명이 참석한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인도에선 60명, 자이레에선 31명이나 참석했다. (특히 인도와 자이레 대표단은 대주교들이 직접 인솔, 침식을 같이하며 참여하여 그들 교회의 전교에 대한 열의와 교리교사에 대한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
복음화성성 장관 로씨 추기경은 환영사를 통해, 성성은 전 세계 교리교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재삼 강조하고 주교ㆍ신부와 영적으로 합일된 포교사로서의 교리교사로 겸손되이 봉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로씨 경은 용돈으로 2만 리라(한화 약 1만3천5백원)씩을 나눠 주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프랑스에 유학중인 이상훈 신부와『로마』의 서우석 신부가 찾아왔다. 교리신학원 원장인 이 신부는 우리의 인솔자로 나서, 드디어 뭔가 제대로 되가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인 성지순례는 이날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안내원은 성베드로 대성전의 후원(後園) 인『바티깐ㆍ가든』부터 구경시킨후 성베드로 광장 입구로 안내했다.
첫 눈에 정면 저쪽의 대성전과 온 인류를 품에 안듯 늘어선 두 개의 반원형 주랑(柱廊), 그리고 광장은 천연색 사진에서 본 그것이 아니었다. 말끔하게 단장된 최신식 건물만 보아온 탓일가.
검푸른 이끼로 얼룩진 돌기둥, 눈과 목 겨드랑 무릎밑 등 시커멓게된 성상, 무질서하게 오가는 각양각색의 수많은 순례객들…
이 같은 인상은 성전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경탄으로 바뀌어졌다. 성전안에 들어섰을땐 그 웅장함에 완전히 압도되었고 그 아름다움의 극치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이룩할 수 없다』는 확신앞에 잠시 멍해진 정신을 수습해야 할 정도였다.
의외의 사태는 또 있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엄숙할 줄 알았던 대성전 안이 시장처럼 붐비는데 또 한번 놀랐다. 언어별 또는 지방별로 나눠져 성가를 합창하거나 기도문을 합송하며 줄지어 들어가고 나가는 순례단들 십자가에서 운명한 예수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성모의 통곡』(삐에따상)앞에 빽빽히 늘어서 안내원의 설명을 듣는 그룹들, 순례객들의 입맞춤으로 발가락이 형체조차 없어진 성베드로동상의 발에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볼을 비벼대는 사람들, 네로 황제의 박해로 예수처럼 십자가에 순교한 베드로의 무덤 그 위에 베르니니가 만든 청동 발코니로 둘러싼『공백의 제대』앞에서 베드로의 무덤속을 들여다 보며 숙연히 묵상하는 그룹, 미켈란젤로가 만든 높이 1백9미터57센티 직경 42미터의 돔을 정신없이 쳐다보는 사람들…
이처럼 수많은 순례자들이 성전안의 수십개 성상과 모자이크로 된 성화 그리고 작은 제대앞에 옹기종기 모여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어지럽게 오가는 가운데 맨 안쪽 제대에서는 미사가 엄숙히 봉헌되고 있었다. 이 모든것이 길이 1백86m36cm인 대성전 안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 저녁엔 박준영 김창훈 이기정 신부가 우리를 방문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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