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순교자에 관해 골롬바의 경우만큼 많고도 상세한 기록과 증언이 남아있는 것도 드물것이다. 증인들 중에는 골롬바의 언니와 올캐도 끼어있어 그 증언이 일층 자세할뿐더러 정확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올캐 김 루시아의 증언이 제일 상세하고 정확하게 생각되므로 주로 그의 증언을 근거로 하여 여기 골롬바의 생애 투옥 문초 순교 등을 요약해보고자 한다.
김 루시아는 골롬바의 남동생 안당의 아내이다.루시아는 고양땅 용머리에서 골롬바와 같이 살았기 때문에 그의 체포를 목격할 수 있었다.
또 골롬바와 아녜스는 옥 중에서 그들의 옥중생활을 자세히 기록하여 집에 전하였기에 때문에 루시아는 이 편지에서 그의 시누이들이 옥중에서 겪은 문초의 일부를 알수 있었다. 그밖에도 루시아는 시누이들의 투옥과 고문과 순교에 관해 직접 옥리들로부터 또는 같이 갇혀있는 교우들로부터 그밖에 당시의 많은 교우들로부터 여러 번 들어서 아는 사실이기에 이에 증언하는 바이라고 덧붙였다.
골롬바는 6남매 중 둘째였던 것 같고 넷째가 아녜스 다섯째가 글라라이다. 이상 셋은 모두 동정을 지켰다. 분다 자신의 증언으로 보아 분다는 첫째 아니면 세째일 것이고 또 하나는 본명이 마리아인지 아니면 안나인지 분명하지가 않으며 안당은 아마 막내였을 것이다.
김 루시아의 증언에 의하면 그가 이 집으로 시집오기전에 골롬바의 부친은 이미 죽었는데 외교인으로서 자살하였고 골롬바의 모친도 외교인이었으나 중년에 입교하게 되었고 이래 성실히 봉교하다가 정신부로부터 종부성사를 받고 선종하였다고 한다. 골롬바와 아녜스도 모친과 같은 때에 입교하였는데 이래 수정할 결심을 하였다. 그러나 모친은 그들에게 결혼을 권해 마지않았고 그때마다 그들은 거절하였으며 마침내 결혼한 여자로 보이기 위해 그들의 머리털을 땋아올려 쪽지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자매는 계명을 충실히 지키고 구령사정에 전념하면서 일주에 두번 재를 지켰고 남을 권면하는 한편 애긍도 많이 하였다. 그래서 당시의 모든교우들이 그들을 칭찬하며 그들의 덕행과 아름다운 표양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교우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기해년 음력 3월 초에 김사문이란 자가 골롬바의 집을 돈많은 교우집이라고 고발했다. 즉시 수많은 포졸들이 고양 용머리로 달려갔다.
이때 안당은 밖에서 활쏘는 연습을 하고있다가 잡히지 않았고 분다와 루시아도 피신할 수 있었다. 골롬바는 도망처 이웃집 나무더미에 숨었었지만 곧 포졸들에게 발각되었다. 아녜스는 처음부터 피하려하지 않고 집에 남아있다가 잡혔다. 포졸들은 가산을 몰수하더니 개와 닭을 잡아 잔치를 베풀었다.
날이 밝자 포졸들은 골롬바와 아녜스를 묶어 서울로 압송하여 좌포청에 가두었다.
포장이 골롬바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시집을 안 갔는가』『내 몸과 마음을 깨끗이 보존하여 천주를 진심으로 공경하기 위해서 입니다』『네 교에서는 어찌하여 제사를 안 지내는가』『제사는 헛된 것입니다. 세상에서도 자녀들이 옥에 갇혀있는 부모를 위해 음식을 많이 준비해놓고 청한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나올 수 없거던 하물며 지옥에 떨어진 자들이 어찌 그들을 위해 마련한 음식 맛 볼 수 있겠습니까』동정의 목적이 천주께 보다 의합하려는 것이라고 판관앞에 동정의 신분과 의의를 명백히 밝힌 것은 골롬바가 처음이다. 이때까지는 모두가 이런 질문을 회피하거나 아니면 다른 구실로 변호하는데 그쳤다.
포청에서 주리와 주장형을 받았다. 골롬바의 옷을 벗기고 형벌하는가 하면 불로 몸의 열두군데를 지졌으나 골롬바는 굴복하지 않았다. 며칠후에는 불로 지진 상처가 완전히 나으니 포졸들은 귀신을 접한게 아닌가 의심하여 그 몸에 부적을 써붙이고까지 했다.
형조에 이르러 골롬바는 이후의 순교자들을 위해 판관에게 용감히『포졸의 행실이 여자의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동여 매어달고 능욕하며 때리며 조롱하고 불로 살을 무수히 태우니 사부녀나 저나 여자는 한가지옵고 나라 법대로 죽이는 것은 감수하려니와 국법외의 형벌을 하오니 원통하옵니다』고 하소연하니 판관이 대노하여 『저 옥 같은 처녀들을 누가 감히 핍박하는가』하고 말하고는 즉시 포졸 두 놈을 불러내어 고문한뒤 귀양보냈다고 한다.
「기해일기」 에는 포졸에게 골롬바의 옷을 벗기고 욕을 보이라고 분부하였고 이때 은총이 연약한 골롬바를 보호했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골롬바의 진정에는 그와 같은 구체적 사실이 지적되지 않고있다. 하지만『알몸으로 동여 매어달고 능욕하며 때리고 조롱한다』고 한 골롬바의 하소연속에서 우리는 포졸들의 저 야만적인 행실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골롬바는 옥에서 염병을 4ㆍ5차례나 앓았다. 그러나 죽지도 않고 굴복하지도 않으므로 결국 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8월 19일 서소문밖 네거리에서 칼을 받고 그의 영광스러운 투쟁을 마치니 나이 26세에 골롬바는 그의 천상배필로부터 동정과 순교한 이중의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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