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성지순례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사실 동남아에서의 가톨릭 성지순례란 적당한 말이 못 된다. 기독교 문명이 발생하고 자라고 간직되어온 유럽과는 달리、동남아의 거의 대부분이 불교 문화권에 속해있음은 익히 아는 일이다. 그래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작성되어 있지 않은 채 현지 가이드에만 의존하다보면 갈등이 생기기 십상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와의 조우、그것이 제시해주는 경이로운 세계에의 눈뜸에서 오는 넉넉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일행은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것은 파타야를 거쳐 성당이 흔치않은 방콕에서 일요일을 맞이 했을 때 극대화됐다.
방콕을 감돌아 흐르는 메남강、황금색으로 빛나는 첨탑과 시정 넘치는 사원들. 우리를 매혹시키는 독특하고도 섬세한 문화도 봐야겠고、그 이전에 미사도 드려야겠고.
그라나 그 도움은 가이드의 도움으로 잘 해결이 되었다. 즉 루암 루디(거리이름이라고 한다)성당에 오후 5시30분 미사가 있으니 그 이전에 방콕관광을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고 싶은 것을 빼놓을 수는 없으니 행동을 빨리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수상시장、새벽의 사원、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의 관광은 한 달 위로 묶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수상시장은 매일아침 5시경에서 9시까지 열리는데、그 시각에 맞추어 관광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수상시장이 열리는 메남강의 지류인 차오프라야강을 따라가다보니 강 양쪽으로 수상가옥들이 즐비하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 아무데나 일을 보는 한편에선 그 물로 목욕을 하고 빨래도 한다.
대개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한다고 하는데、더러는 강물로 밥물을 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정부에서 아파트를 주었는데、집세를 물어야 한다든지 하는 일이 번거로와 디시 이곳에 돌아와 산다고.
하루세끼 먹을 것을 벌어놓으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는 그들. 그럼에도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역사 이래 한 번도 남의 나라의 식민지가 된 적이 없다는 독립국、자유국가의 자부심 .그것은 새벽의 사원이나 에메랄드사원、왕궁을 방문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왕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을 방문할 때는 태국인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외국인 가이드들이 안내를 맡으면 그들의 왕조를 비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무료인 에메랄드 사원입당이 관광객에겐 유료이기도하다. 사원에 들어갈 때 우리도 태국 아가씨의 안내를 받았다.
인구의 95%가 불교신자인 태국. 왕손이라 할지라도 남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불문에 들어야하는 나라. 불교는 그냥 그들의 삶이었다. 거부도 특별한 열렬함도 없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어쩌면 저마다 불성을 지니고 있는 듯도 하다.
「미소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전통적인 불교의 나라 태국. 그러나 그 나라의 보이지 않는 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유려한 문화의 전통 속에서도 막을 수 없는 성개방풍조로 인하여 아시아의 AIDS 온상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14、15세 소년들이 접대부로 일하고 있다니 어떤 의미에서 태국이 남성들의 천국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라고까지 말하는 에이즈、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한국 관광들이 가장 많이 찾아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후 5시30분、예정대로 루암 루디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렸다. 성당 안에는 영어와 태국어로 된 미사예절 책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신부님은 서양신부님이었고、신자들대부분도 관광객들이거나 현지 외국인들로 보인다. 현지 주민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듯 쉽게 동화되지 않는 태국、그 자랑스런 자유국의 한쪽 옆구리가 그렇게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걸인조차 자유로운 이 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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