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다리로서 농산물의 원활한 유통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우리나라 최대의 농수산물 종합시장인 서울 가락동시장내 직판장에서 마늘과 생강 등 우리음식물의 필수양념을 도ㆍ소매하고있는 홍정원(36ㆍ야고보) 문옥순(33ㆍ마리아)씨부부.
내세울 것은 없어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누구보다 건강하고 열심한 삶을 엮어가고 있는 이들 부부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3시면 일터를 향해 집을 나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있을 이시각에도 가락시장은 전국각지에서 온 야채ㆍ과일ㆍ생선들로 성시를 이루고 곳곳에서 경매ㆍ입찰광경과 물품운반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모습을 볼수있다.
막내딸의 이름을 따서「진주상회」라 이름한 두어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들 부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 점포를 통해 유통되는 마늘은 하루3백 여접、성수기 땐 5백접 이상이 거래되기도 한다.
주로 소ㆍ도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벽매매를 끝내고 따끈한 차라도 한잔 마실 여유가 생기려면 정오가 가까워야 한다. 그 사이집과 가게를 오가며 부인 문옥순씨는 8살ㆍ6살ㆍ5살의 세 딸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해야 하고 홍정원시는 때늦은 소매업자와 질 좋고 값싼 물건을 찾아온 소비자를 기다린다.
『좋은날 가족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합니다. 일년중 확실한 공휴일인 설날과 추석엔「쉬느라」나들이는 엄두도 못내요』
하루쯤 쉴 수도 있으련만 자신의 편함을 위해 수십 개 거래처의 상인들과 소비자와의 신용과 유통 질서를 깨뜨릴 수 없다는 책임이 이들 부부를 쉬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한때 중동근로자로 일한 적이 있는 홍정원씨가 장사를 시작한 것은 8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그날의 시세를 짐작해 낼만큼 베테랑이 되었다.
『장사꾼이 소비자를 속이려들면 어려울 게 없읍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돈이나 재물보다 귀한 것이기에 손해를 볼지언정 양심을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지요』
우직하고 성실한 성품의 홍정원씨는 그러나 자신이 양심적으로 해도 속아 살아온 사람들이 못 받아들일 때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소비자 중에는 좋은 것을 찾으면서 겉만 번드르한 물건을 최고로 알고 고집하는 사람도 있읍니다. 사람이고 마늘이고 속이 알차고 실해야 하는데…』
가족 모두가 단란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욕심을 부리자면 물건을 저장ㆍ수매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여유와 내집 마련이 목표이자 꿈이라는 홍정원씨 부부.
8년 전부터 이 꿈을 위해 매진해온 이들 부부는 최근 직판장이 시장관리공사에 의해 가락시장 내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자리 옮김을 하면서 매상이 떨어져 계획보다 3~4년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며 가벼운 한숨을 쉰다.
『체험에서 나오는 상인들의 의견과 현실을 무시하고 논리와 이론만으로 이뤄지는 정책이 많은 상인들을 좌절케 합니다』
17만8천여 평의 부지에 하루 평균 10만 명의 인구가 드나드는 농수산물 유통의중심지인 가락시장.
이곳에 홍정원씨와 같은 중도매상이 2천호에 이르고 그밖에도 가격형성에 핵심이 되는 경매인과 중매업자、납품업자、하역인 등 1만명 이상의 종사자가 있다.
업종과 분야에 따라 천태만상의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 나름대로 바라는 것이 많지만 펜으로 이뤄지는 행정ㆍ관리가 아닌 체험과 의견수렴을 통해 「몸과 귀」로 이뤄지는 시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관과 민」이 서로 믿고 이해하고 보호해주는 풍토는 언제쯤 시장사회에 정착될지 기약할 수 없고 또 소시민의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도 고충과 어려움이 산재한 현실이지만 어린 딸들이 자라듯 가정의 꿈과 희망도 자라고 무르익게 되리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는 홍정원씨 부부는 성실함으로 「오늘」을 채워나가고 있다.
<金仁沃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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