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간통죄 폐지요강을 마련하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함에 따라 간통죄 존폐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이 연구한 후 결정한 것이라면 타당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싶다. 또 어떤 법조항을 넣을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통」이 죄의 항목에 들어있든 빠져있든 그 윤리성은 변함이 없다.
그래도 어쩐지 개운치 않은 느낌이 있다. 현대사회의 제반 여건이 성숙해서 된 일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성적 문란으로 사면초가가 된 상태에서 이 조치가 문란해진 사회 풍조에 밀려서 그런 결정이 나지 않았나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까 본래 여성의 권익보호를 이유로 제정된 간통죄를 여성의 피해가 오히려 많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옛날은 남성만의 전유물이던 성문란이 여성도 그만큼 문란해졌다는 표현이 아니겠는가?
교회는 혼외정사를 항상 비윤리적 행위로 단죄해왔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성본능을 귀한 선물로 받았다. 이로써 인간은 부부의 육체적 사랑을 통하여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조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은「하느님이 짝 지워준 」부부가 그들의 사랑을 더욱 깊게 하고 사랑의 일치를 통한 자녀의 출산을 위한 도구이다. 이 도구가 그 목적(부부일치ㆍ자녀출산)에 위배 되면 남용이 된다. 이 남용은 본래의 사랑이신 하느님을 드러내는 「하느님모상」이 아니다. 이는 자신을 더럽히는 행위이며 하느님 성령의 궁전을 훼손시킴이 된다. (고린도전서6,12∼20참조)
나아가 부부의 사랑을 해치는 모험을 각오한 것이다. 이는 가정의 파괴를 의미한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룰 때 둘은 서로의 신의를 지키기로 서약한다. 혼외정사는 이 신의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그래서 혼외정사가 드러나면 그 배우자는 크나 큰 배신감을 갖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죽을 때까지 신의를 충실히 지킴으로 자신의 인격적 가치가 드러나고 부부의 사랑을 성장된다. 인간이 이 신의를 버릴 때는 자신의 성욕을 이기적으로 채우려는 것이며 자신을 내주는 사랑을 혼동해서 다른 사람을 자기 것으로 가지려는 욕심에서 그렇게 한다.
성서는 이 신의를 버리고 간통하는 행위를 우상숭배라 했다 (호세아서2,7 : 4,10참조 ).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인간이 배신한 것이다.
부부가 신의를 지키지 않음으로 생기는 결과는 더욱 크다. 혼외정사로 생기는 자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며 또 파괴되어 가는 가정의 자녀들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부부된 책임은 이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성을 띠게 된다. 현재 청소년 문제, 그들의 비행과 폭력 등이 어찌 그들 청소년만의 문제인가? 그들은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어른들로 부터 배운 것이다. 청소년들의 혼전 성문란은 바로 만연된 어른들의 혼외정사를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오늘의 긴급과제는 가정의 존엄성과 부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 「간통죄」를 폐지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국에서는 가정파괴범이나 인신매매단을 중벌에 처하고 퇴폐향락산업을 우리 주변에서 몰아내려는 이때 일반시민으로서는 『야, 이제 간통이 죄가 안된다며?』 한다면 이런 사고가 사회를 성적혼란으로 더욱 가속화시킬 한가지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책상 뭔가 이가 맞지 않는다. 아무도 간통죄자체의 비윤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간통은 그자체로 비윤리적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즉 무의식적이라고 하든 비록 좋은 뜻이라 해도 결코 정당화시킬 수 없는 행위이다. 그래서 아무도 간통죄의 비윤리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리성의 성격이나 비중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날 우리는 산아제한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산아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낙태행위와 산아제한을 같은 비중으로 착각해 버렸다. 낙태가 바로 산아조절인 것처럼 혼동함으로써 사실상의 살인인 낙태를 그 비중에 있어 가볍게 여겼다. 그 결과 신자의 70%가 낙태를 경험했다고 대답한 결과가 「가톨릭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간통죄폐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혼동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떤 신문 에서는 간통죄와 동성동본의 결혼금지법폐지를 함께 제목으로 뽑고 있다.
이 둘은 윤리적비중이 전연 다른 차원이다. 「동성동본결혼금지」조항을 폐지하면 결혼할 수 있지만 「간통죄」는 폐지해도 그자체로 비윤리적행위이기 때문에 「간통」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간통」이 죄가 안된다고 생각할 때, 적어도 간통해도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을 할 때「간통죄」폐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 질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의 과제는「간통죄」자체 보다 그 폐지에 따른 윤리적 책임이 문제이다.
신앙인은 신앙의 기초위에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가는 자이다. 또 하느님의 모상을 보여 주는 자이다. 이로써 인간의 본모습을 되찾고 자기 성취를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법이 어떻게 바뀌든지 상관없이 윤리적 인간으로서 책임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성적으로 문란해만가는 세상에 살면서 이 현상에 대한 책임감을 깊이 통감하고 이 시대적 소명에 현실적으로 충실히 살아야 할 것이다.
신앙인이 충실히 신의를 지키는 것만이 세상에 참사람의 가치관을 전해주고 보여주는 책임있는 삶의 교육이 될 것이다. 이것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받는 길이 된다. 부부가 신의를 지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신의에 충실한 증표가 된다.
서경윤
<신부·성베네딕또회 서울피정의집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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