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적 인간」은 인간에겐 신앙이 필요하다는 의미와 인간은 신앙을 필수요건으로 한다는 양면의 뜻이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현대의 고도로 발달한 과학 자체도 이러한「신앙적 인간」의 진면목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초기형태는 의뢰심과 믿음이지요. 대자연속에서 자기의 엄청나게 무력함을 의식하면서 무엇엔가 의지하고 싶은 심정이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오늘날에 있어서도 자기를 둘러싼 세계 질서나 우주 질서가 자기를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이미 신앙적 경지에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것이 선조 부모의 권위라도 좋고 그것이 알라신(神)이라도 좋고 그것이 하느님이라도 좋고 그것이 부처님이라도 좋은것입니다. 일단 그것이 신앙적이란데는 이의(異議)가 있을 수 없습니다.
신앙의 또 다른 형태는믿음의 본능적 경향이 그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약한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오늘과 같은 과학시대에도 미신과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무엇이든 믿지 않고는 베기지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지나가는 남학생이 지나가는 여학생을 보고 하는말이『야-그 애 잘생겼다. 날씬한데』하고 악의없이 말을 했더니 얼굴이 빨개가지고 지나가는데 한쪽에서는 지나가는 여학생을 보고『야-그애 추하게 생겨먹었다. 꼴 보기 싫어』하고 뱉어댔을때 그때의 여학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감 때문에 당장에라도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어쩔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왜 하느냐 하면 사람이 얼마나 약한 것인가를 비유코자 하는말입니다. 이 비유를 듣고있던 선태군은 빙그레 웃으면서 동의를 표시해 주었고 야무진 진희양은 남자와 여자의 예를 바꾸어 했어야 옳다고 하면서도 인간의 약점으로서 믿음의 심사에 대해서만은 동의했던 것입니다. 사람에게 믿음이 없었다면 지나가는 남학생이 칭찬한다고 기분이 좋을리도 없고 추하다 한다고 기분이 나쁠리도 없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예쁜 얼굴이 말로해서 추하게 될 리도 없고 추한 얼굴이 말로 해서 예쁘게 될 리도 없겠거늘 사람의 심사는 묘한 것이라서 남의 말을 믿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아무렇게나 뱉어버리는 말도 곧잘 믿는 심사가 때로는 꼭 믿어야 할 것을 믿지못하고 있는것도 사람의 약점입니다.
우선 여기서 우리가 믿는다고 하는 점에 동의를 해놓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 나중에 사랑을 설명하기다 쉬워질 것이기 때문에 이만큼 해둡니다.
그런데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로 합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나의 뜻대로가 아니라 나는 태어남을 받은 것이며 나는 그러기에 나의 생명을 나의 소유물시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각 처에서 걸핏하면 자살이라 하고 또는 살인이다 하는 험악한 소식들이 있읍니다만 나는 이런 것을 어떻게 어린이나 젊은이들이나 또는 허무를 느끼는 노인네들에게 옳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들은바로도 나의 곁에 있는 선태군이나 진희양으로부터 이 생명에 대한 불확실한 신념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왔고 실상 나 자신부터 젊은시절 그러한 심정에 사로잡힌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또 자기나름으로 내 이야기에 주석을 달고해서 선태군은 자기 존재에 대해서 무언가 눈이 밝아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자기존재, 자기가 이 세상을 살고있으며 살아야 하고 자살해서는 안되며 자살은 죄악이란데까지 자각하기에 이르렀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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