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월북 계획-.
어느날 부산시 동래해변 모지점에서 밤 12시 정각에 직장에서 암약한 간첩친구와 약속된 시간에 서로 만났다. 친구가 돌맹이로 세 번 딱-딱-딱 소리내니 바다에서 조그마한 고무보트가 해변으로 나온다.
바오로는 이 보트를 타고 바다 중간에 대기하고 있던 간첩선에 몸을 실었다. 간첩이었던 친구는 자기를 고무보트에까지 안내를 하고 떠났다. 간첩선은 빠른 쾌속정이었다. 허름한 배에 일장기를 달고 일본어선으로 가장을 했다. 원산항에 도착하는데 3일간의 시간이 걸렸다. 원산에 도착해서 분에 넘치는 환영을 받고 밤차로 평양으로 내려갔다. 바오로가 탄 차가 침대차인데도 대단히 허술하고 시설이 엉망이어서 경험은 적지만 침대차 하나만 보더라도 피부로 이북이 가난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평양서 밀봉교육을 받고 월북했던 경로로 다시 남하하여 간첩활동을 했다. 바오로는 이상의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하면서 밤을 낮 삼아 두더지 생활을 한 불안의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바오로, 수고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바오로의 수고는 결과적으로 바오로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덤을 파는 수고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바오로가 얼마나 어리석었습니까! 결국 바오로는 공산주의를 위해 모든 수고를 몽땅 지불했다가 결국 수고의 대가로 값비싸게 얻어낸 공산주의의 선물이 이상하게도 당신의 죽음입니다. 수고의 대가로 주어진 선물이 너무나 엄청납니다.
지금의 당신의 심정은 공산주의를 위해 깨끗이 몸바쳐 영웅이나 된 것 같은 기분에 죽음을 환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당신은 당신만을 알아주는 가치밖에 안되는 보잘것 없는 영웅입니다. 당신 같은 분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영웅입니다. 공산당들은 당신의 죽음을 핑계삼아 이북 동포들을 탄압하는데 공산당을 위해 고혈을 짜내는데 더 많은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바오로의 죽음은 공산당의 배꼽이 더 튀어 나오게 하는데 선사한 죽음입니다.
공산주의가 당신 같은 어리석은 죽음의 희생위에 어느때까지는 득세가 있겠지만 결국 멸망은 명확합니다. 바오로가 주장하는 유물론이라는 측면에서도 멸망이 분명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인간은 순수한 기계가 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고도로 발달된 물질인 기계로 본 데서 유물론이 나온 것입니다. 실제는 인간이 고도로 발달된 기계 이상의 다양하고 섬세한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작업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가능성을 하나의 기계적인 목적에다 획일적으로 몰아친다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무리입니다. 자발적인 인간능력 계발에 민감한 인간조건을 너무나 외면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시적일 수는 있지만 계속되는 시간에는 인간성 자체 때문에 장구한 간격으로 유물론적 주장이 능동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은 기대하기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니 멸망의 시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인간을 기계적인 물질로만이 보느냐 물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위대한 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인간에 대한 존엄사상이 결정됩니다. 불행하게도 인간을 하나의 물질로 보는 공산주의는 공산주의의 집합체가 되는 공산당을 위해 모든 인민은 절대적인 맹종으로 희생되길 제도적으로 강요하고 있습니다.
당을 위해서는 죽음도 사양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 사회 모든 인민은 공산당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기계적인 봉사하는 동물밖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바오로가 지금 죽는다 하더라도 당을 위해서는 마땅한 죽음으로 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을것입니다.』
『바오로, 내 말이 어렵게 들리지는 않지요?』『예 신부님, 말씀을 듣고 보니 지금까지 전연 생각못한 신천지에 던져진 고아가 된 같은 느낌입니다. 상당히 흥미가 있네요』『바오로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게 보입니다. 왜 바오로를 불쌍하게 보는지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셔서 다음 만날때 이야기 하십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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