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 채송화 이렇게 심으면 언제쯤 꽃이 피나요?』
『한 달 후면 되지』
『그럼 전 이 꽃들이 필 무렵이면 교도소를 나가 자유로운 몸이 되겠네요』
『그렇고 말고』
『아저씨, 저 이곳을 나가면 이렇게 꽃을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착하게 살겠어요』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그만 그림 꽃가게에서 꽃을 팔고있는 노총각이지만 아름다운 꽃씨를 뿌리는 마음가짐으로 외롭고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이 사회속에 아름다운 마음의 꽃씨를 뿌려주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교도소 뿐만 아니라 고아원 양로원 등을 돌아다니며 꽃을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악한 것으로만 보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바로 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고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것도 사회였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꽃가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 동네 구역 담당 경찰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무허가 술집을 떠나게 된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남자 삼형제를 남기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로 설상가상으로 형과 동생이 번갈아가며 몸이 아프게 되자 나는 남자「솔뚜껑 운전수」 노릇을 하며 그나마 원예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러나 막상 돈을 벌려 해도 길이 막막했고 더구나 형이 중병을 앓아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게 되자 우리는 퇴직금으로 무허가 술집을 차리게되었다.
스물여섯의 젊은나이에 별별일을 모두 겪으며 술장사를 하던 중 무허가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파출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처음엔 무섭게 호령을 하여 죄인 취급을 해오던 경찰은 아버지가 잡역부였다는 것, 그나마 몇 해 전 병환으로 돌아가셨고 어버니까지 돌아가셨고 병든 형제들과 생계를 꾸려나가느라고 술장사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는 사실을 듣고난 뒤 눈물을 글썽이며 오히려 내 어깨를 툭툭 쳐주며 격려해 주었다.
원예고등학교를 나왔다는데 착안한 경찰아저씨는 오히려 자기 일이라도 되는듯 전공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라면서 꽃가게를 할 수 있도록 알선해 주었다.
여기서 용기를 얻은 나는 마침 모 방송국에서 벌이고 있는「성실한 사람 잘 사는 사회를 이룩하자」는 캠페인에 감동한 바 커서 성실한 사람으로 잘 살아 보자고 결심하였다
내가 꼭 이렇게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가 라고 한숨을쉬며 나날을 보내던 나는 경찰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공터 하나를 얻어 구청 도로변에 2백개의 화분을 마련해 내놓았고 꽃병에 꽂은 꽃들도 진열을 해서 꽃장사를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장사가 번창하던 어느날 나를 도와준 경찰아저씨가 찾아와 큰일났다고 하며 화분을 사기위해 갖고있던 오천원을 소매치기 당했으니 어쩌냐고 난처해했다. 나는 보답할 기회라 생각하고 선인장 화분을 거져 내주었다. 그랬더니 한바탕 웃던 경찰 아저씨는 밖게 있는 여자를 부르더니 화분을 건네주는게 아니가.
사실인즉 돈을 잃은 사람은 그 여자였고 사정이 하도 딱해 경찰 아저씨가 거짓말을 해서 그 여자를 도우려 했던 것이었다.
여기에 충격받은 나는 앞으로 불쌍한 사람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깊은 결심을 하였다. 세상살이는 이렇게 서로 서로 도와야하는 것임을 깨닫고 나는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꽃장사인 내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 후로 나는 능력껏 사회를 위해 일하려고 노력했다. 고아원을 찾아가 꽃씨를 전달하였고 내게 용기를 준 방송국을 찾아가 은혜에 보답코자 꽃씨를 기증했다. 처음엔 이들 모두가 의아해했으나 나중엔 내 뜻을 이해하고 매우 뜻깊은 선물이라고 좋아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이 꽃씨를 뿌려 새순이 날 때 아이들은 생명의 신비를 배우고 자랄 것이며 봉오리가 생길 때 생명의 존엄성을 배울것이며 꽃이 피고 향기가 날 때는 사랑의 환희를 노래할것 아니겠습니까』
꽃이 피지 않는 겨울엔 신문이나 잡지를 모아서 고아원ㆍ교도소 등에 보냈다. 겨울엔 꽃이 피질 않으니까 대신 소식과 지식을 전해줌으로써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
한번은 병에 시달리는 다방 레지를 도우려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다가 오해를 받아 곤란했던 적도 있다. 돈으로 여자를 매수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터무니 없어 본 적이 없다.
형님도 이젠 병고에서 벗어나 재기하셨고 동생도 그 동안 자라서 군에 입대했고 앞으로 제대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이젠 장가를 들어야겠다.
착실하고 얌전한 아가씨로 결혼선물로 꽃반지를 끼워주어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맘씨를 가진 아가씨를 반려로 나머지 생을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씨로 성실성을 목표로 살아가노라면 꽃이 피는 곳에 열매가 맺히듯 언젠가 행복의 열매가 열릴 것으로 믿는다.
또한 이러한 마음을 사회에 하나씩 씨 뿌리면 언젠가는 성실한 사람이 잘 살아가는 사회로 탈바꿈을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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