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일 내린 비로 영동지방의 비보는 실로 가슴을 저리게 했다. 때아닌 비가 할 일 없이 내릴때 지루한 마음은 마치 예기치 않던 좌석에 앉음을 당한 것만큼이나 무의미하고 실증나는 불쾌감과도 같은 것이랄까?
자욱한 아침안개 속으로 활짝 날이 개인 날. 만추제에 주역인 작품을 다듬었다. 바구니처럼 생긴 화기에다 풍성히 늦가을을 담아 본 셈이다. 명랑한 오렌지 빛깔의 까치밥과 소나무는 그 색상이 뚜렷하여 조화를 잘 이루는 소재다.
먼저 까치밥의 긴 가지들을 다듬어 경사지게 꽂고 반대편에 소나무를 곁들여 꽂은 다음, 황금색 국화로 꽂힌 소재 사이를 안정감 있게 조화시키면서 꽂았다. 전체적인 화형은 경사 기본형으로서 제1주지(까치밥)는 40~50도 기울여 대각선상에 꽂아주고 제2주지도 역시 까치밥으로 0~15도로 제3주지는 소나무로 70~80도 정도 반대편 대각선상에 꽂는다.
화기가 바구니처럼 생겼으므로 위에 기재된 각도를 유지하도록 하기에는 무리일것 같으므로 종지를 처리할 때 융통성 있게 꽂아주는 것이 테크닉이다. 무한한 가능에로 발돋음한 것이 예술의 경지라면 꽃꽂이 형태 역시 어떤 규칙에 얽매여서는 창조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일상 생활속에서 마음을 비워 어떤꿈을 항상 잉태시키려는 생활의 자세는 멋스러운 생활의 모습일 것 같다. 한 바구니 가을의 풍요함이라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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