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위의 큰 휘장
때는 6ㆍ25동란 중이었다. 전주천 하류에 있는 마을 어느 초가집에 나이 많은 할머니가 중학교를 다니는 손자를 데리고 살았다. 그들은 신자가 아니었는데 바로 치명산 아래 살기 때문에 치명산의 내력만은 잘 알고 있었다.
동란으로 한창 전주시내가 시끄럽고 피난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외로운 할머니는 피난을 가지 못한채 그 집에 눌러 살고 있었다.
그 어느날 새벽녘이었다. 할머니가 일찍 깨어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치명산 위에 흰색 비단의 넓은 휘장이 펼쳐있는 것을 보고 놀라 방으로 들어가 아직 자고있는 손자 학생을 깨웠다
『아가 저것 보아라. 저 중바위 산 위에 희고 넓은 휘장이 펼쳐있고 휘장 가운데에 무슨 서양 글자를 크게 쓴 것이 보이더라.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인지 읽어보아라. 너는 영어를 배우니까 알겠지』 하고 손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함께 그 현상을 보았다. 그러나 손자는
『그런데 할머니 저 글은 영어가 아닙니다. 영어 글자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어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하였다.
아직도 날이 샐 때가 멀어서 이웃 사람들이 자고있을 때였는데 바로 할머니집 이웃 집에서 사람들이 깨어 그들도 그 휘장을 바라보고 모두 감탄하였다.
그런 현상이 한참동안 계속하다 날이 훤하게 새기 시작하니 그 휘장이 점점 희미하게 보이다가 아주 사라지고 말았다. 소문이 한입 두입 건너서 어떤 교우에게 들려와서 그는 즉시 교구청으로 달려가 당시 전주교구장이었던 고 김 바르톨로메오 주교께 이 사실을 전하였다.
김 주교는 이런 현상이 종종 있으니까 별로 이상히 여기지는 않았지만 사실의 확실성을 알기 위하여 그 교우를 데리고 치명산 아랫마을 그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알아보니 위에서 말한 그대로의 현상인 것을 확인하고 그외 다른 사실 유무를 알아보았으나 별로 없었다.
▲무덤위의 둥근 해
역시 필자가 김 주교에게서 듣고 즉시 현상을 목격했다는 장본인을 찾아갔다. 그 장본인은 열심한 신자로서 당시 전주사범학교 선생인 고 김증엽(金曾燁)이란 분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였다 함) 그분은 내가 평소 잘 아는 분이었고 전동성당에서 자주 만났던 분이었다.
그분의 말은 어느 주일날 아침 나절 그는 역시 사범학교에 다니는 자기 딸과 자기반 여학생을 데리고 어디 소풍을 가기로 약속하였는데 그녀가 찾아왔던 것이다.
선생의 딸은 옷을 갈아입으려고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선생은 그 여학생을 마루끝에 잠깐 앉아 기다리라고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그 여학생이 놀란 목소리로『선생님! 저걸 보세요 치명산에 둥근 해가 떠오릅니다』하였다.
선생이 빨리 나오면서 치명산을 쳐다보니 참으로 크고 둥근 붉은 해가 바로 루갈다의 무덤 위에서 천천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 선생의 집도 치명산 아래 전주천변에 있어서 그 기현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수 있었다.
그래서 선생은 자기 딸을 불러 그 현상을 보라 하였는데 딸이 나와 치명산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선생과 동부학생은 안타까와 못 견디며『저렇게 똑똑한데 둥근 해를 못 본단 말이냐? 참 이상하구나. 네 눈은 어떻게 생겼기에 우리들이 똑똑히 보는 것을 못 본단 말이냐?』고 하였다.
그러나 종내 그 딸의 눈에는 둥근 해가 보이지 않았단다. 그리고 그 해는 얼마동안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차츰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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