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배를 모우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씨앗을 뿌리는 일은 쉬워도 그 씨앗을 자라나게 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인생이 무엇이라고 하는 일이야 쉬울런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이 주어진 것이니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해봅시다.
말이야 쉽게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래서 나는 가끔 선태군이나 진희양에게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곤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대강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이유를 따질것 없이 우리는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별로 넉넉치못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쪼달리는 살림살이에서 학교 같은건 사실 생각할 여지도 없었던 처지였다. 나만이 그런것이 아니라 나의 세대가 함께 겪은것이다. 고교시절부터 고학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원을 졸업할때까지 학비는 자담이었다. 몇번인가 죽을까 하고 생각했다. 대학 4년 동안은 점심도시락을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엔 남의 야경(夜警)품삯으로 대학에서는 가정교사로 지냈다. 그것을 이야기하자면 도무지 마음이 우울해짐을 어쩔수가 없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혹시나 나의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만에 일이라도 용기의 원천이 될까 해서 해 보려 하다가도 자기가 겪은 너무도 뼈아픈 과거이기에 그만 주저하고 맙니다. 다만 한 마디로 하자면 희망에 대한 열렬한 의지라고나 할까요, 끈기라고나 할까요 혹은 백절불굴의 정신이라 할까요. 좌우간 그런 말하자면 마음속에서 흠연히 버티고있는 힘, 희망 같은 것이 있어 가지고 그때 그때의 절박한 장면을 용기있게 헤쳐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해둡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세대들에겐 이런 이야기가 진부하게 들릴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부 호사스런 가정에서는 더욱 그러할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선태군이나 진희양의 경우라면 절대로 내 이야기를 진부한 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가진다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희망이 없는 인생이란 혼돈만이 있을 뿐입니다. 희망은 인생에 용기를 주고 위안을 주고 의욕을 주고 인내를 주고 그리고 내일을 줍니다.
희망은 발전을 기약하고 만족의 원천이 되고 인간사회에 부드러움을 줍니다. 온갖 현실에의 불만들은 찬란한 희망앞에서 용해되어 버립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희망은 스스로 발전을 기약하는 야망을 품게하는 것입니다. 야망이란 보다 큰 의욕을 수반하는 희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고 그만둘 작정이었는데 이번엔 선태군이 한마디 할려고 일어섭니다. 나는 들어보자고 했더니 그는 예의 그 논리적이고 또록 또록한 말솜씨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가운데 희망이란 것은 제가 듣기에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릴때의 어떤 필수적인 조건같은것으로 들리는데 그렇다면 희망 이외에 인생을 긍정할 수 있는 조건은 없는 것입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시려는「사랑」이란 것과는 어떤 관계도 없겠습니까?
선태군의 이 질문은 좀 성급하기는 해도 결코 무가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우선 이 질문을 보다 충실히 대답하기 위하여 희망이란 것을 다시 행복(幸福) 이란데 연결지워 설명해두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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