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속에 성의를 입은 법관」이라고 불리우던 김홍섭 판사가 신병으로 작고한지 10년만에 「인간 김홍섭」을 다각적인 면에서 고찰한 단행본이 법철학을 연구하는 한 후배에 의해 출판되였다. 저자 자신은 법률학의 후학일뿐 김 판사와는 생전에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뜻있는 책을 쓰게된 까닭은 저자가 존경하는 독일의 법철학자 라드브루호(G Radbruch)가 『법학을 가장 잘 배우는 길은 위대한 법 사상가의 생애를 배우는 길』이라고 한 바에서 학문적 충격을 느껴 한국의 법 사상가로 김홍섭 판사를 연구하게 된데 있다 한다. 저자는 스스로 『문학을 하는 사람도 아니요 전기학을 배운사람도 아니다』고 겸손해 하였으나 이 책은 그 어느 전기문학가가 엮은 기록보다도 훌륭한 전기 문학작품이라 하겠다. 다방면의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김 판사 자신의 시문을 종횡으로 활용하여 실증적으로 다감한 문장력을 구사하여 가며 법관으로서의 종교인으로서의 문학인으로서의 그리고 또한 하나의 자연인으로서의 김홍섭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생명의 외경을 안 휴매니스트 법관이요 사랑과 청빈과 의지의 법관으로 법조계에 특이한 존재였던 김홍섭 판사는 바오로라는 본명을 가진 신앙인으로서도 성자적이었고 사도적인 활동을 실천한 점에서 가톨릭 교우로서 신앙의 사표이기도 한 분이다.
가톨릭 교계에서는 절망의 생명을 어루만지던 수인들의 대부로 널리 알려졌다. 원래 개신교 신앙에서 불교를 편력하다 마침내 천주교 신앙으로 귀정해온 그분의 고뇌를 생생하게 그린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무엇인가 깊은 것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최남선 - 김일약 - 김홍섭」의 만남의 정신세계의 한 편도 함축적이다.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한 지성인의 정신적 편력과 종교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큰 수확을 얻을 것이며 현대세계에서의 방황하는 인생에 안정의 심로를 이끌어 주리라 믿어 감히 졸필로 평하는 바이다.
(최종고 저 382면 값 1천2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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