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이란 것이 어떤 수학적 결과와 같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인생에 대한 의미의 풍부화」가 곧 행복에의 과정이라고 보고있는 것입니다. 하기야 행복이란 다분히 세속에서는 물질적인 부를 가지고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전체적으로 볼 때 물질적인 부는 행복의 겉치장은 될지 모르지만 결코 행복 그 자체는 아닌것 입니다. 가령「풍부함」이 행복의 한가지 기준이 될수는 있을지 몰라도「풍부함」이 곧 물질로써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인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풍부함 안에는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령 그것을 돈과 지성으로 비유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을런지 모릅니다. 돈이 많은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을런지 모르며 돈없는 사람에게 돈은 하나의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학생들에게 있어서 지식 즉 우수한 학업성적은 희망이요, 그래서 그것이 행복의 한가지 조건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목표하는 돈을 모았다고 행복을 성취한 것이 아니며 공부하는 학생이 목표하는 점수를 땄다고 행복을 성취한 것도 아닙니다.
행복이란 그보다 훨씬 범위가 넓고 그보다 훨씬높은 차원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먼데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것이 그렇게 어렵게만 달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인간의 소망으로서 행복이란데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동안 나의 제자들은 조금도 의심하는 빛 없이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순간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나의 이야기가 과연 그들에게 얼마나 먹혀 들어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져 옵니다. 왜냐하면 모든 설명이 그러하듯이 인간의 소망을 행복에 연관지워 설명하는데도 혹시 너무 허구적인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되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희양이 비로소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진희양의 이야기로는 내가 걱정하는것과는 조금 다른 각도의 것이었습니다. 나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나의 고교시절과 대학초년 시절의 그 꿈들을 한번 더 상기해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은 그때의 모든 꿈들이 오히려 내가 오늘 이들에게 하는 설명보다 더욱 허구적인 것이었음을 알고 비로소 안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시 나는 행복론을 펴기로 했습니다.
나는 행복이란 것을 좀 더 친밀하게 감지할 수 있도록 몇가지 특징을 들어 설명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우선 행복이란 인생의 맛들임 과정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맛들임」이란 맛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흡사 메주와 소금과 물이 합쳐 간장과 된장이 맛을 내는것과 같은것 또는 누룩과 밥과 물로써 술이 되듯 포도에서 포도주의 맛이나듯 하는 그런「맛들임」을 말하는 것입나다. 인간의 육체와 주어진 시간과 주어진 공간과 그리고 그 많은 소재와 여건들이 얽히고 설키고 해서 인간적인 어떤 맛을 내는데 그 맛들임이 나는 행복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장맛이 집집마다의 주부의 솜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포도주의 맛이 솜씨에 따라 또는 여러가지 여건에따라 다르게 나타나는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맛도 주어진 여건에따라 다 다르게 나타나는 법이랍니다. 이 말은 행복이란 것도 여러가지 음식맛이 다양한 것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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