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성성은 전 세계 선교사들의 총본산. 1622년에 창설됐으니 꼭 3백53주년이 되는 셈이다. 이곳에서 한국과 일본을 위해 일한다는 푸옹(월남인) 신부가 안내를 맡았다. 전 세계 선교사들의 활동상과 귀중한 교회사 자료로 가득찬 거대한 문서고(庫)들은 바로 보고(寶庫)였다.
번호에 따라, 정리된 각 나라 각 교구의 수발문서들의 견본, 선교사들이 보내온 전교지역 풍속기, 1630년 꼽트교회에서 교황께 일치를 요청한편지, 최근에 시성된 올리버ㆍ플랑켓 성인의 서신뭉치(참으로 달필이었다), 한국이 없는 괴상한 세계지도(1570년 작성) 등을 구경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교회의 서적을 정리해둔 방에서 또 한번 실망했다. 거의 모두가 일본책이었다. 눈에 띄는 한국책은 주소록, 전망, 공의회 문헌, 가정의 복음서, 라한(羅翰)사전 한국 가톨릭 어제와 오늘, 5분명상,가정문고 5권,교리책 1권이 전부였다.
일본교회의 서고는 별도로 하나 더 있었는데 이것은 최근에 일본인 수사신부가 수개월에 걸쳐 정리했단다. 성청에 한국인 직원이 한사람도 없고, 성청이 초청한 세계 평신도 대회에도 불참한 사실 등등으로 미루어『동방의 쇄국이란 인상을 씻지 못하고있다』는 이상훈 신부의 말에 수긍이 갔다.
이날(10월 18일) 오후 6시는 김 추기경의 명의본당인 펠리체성당에서 우리 순례단 본진이 미사를 드린다기에 따라나섰다. 변두리에 위치한 이 성당은 우리가 「로마」에서 처음보는 현대식 성당이었다. 미사는 장병화 주교를 비롯한 한국인 사제 19명과 이태리 사제 6명이 공동 집전했는데 본당 신자들이 많이 참여했고 우리말과 이태리말이 번갈아 사용되었다.
장 주교는『김 추기경의 명의본당이기에 이 본당은 한국교회와 특별히 밀접한데다 이 미사로써 참으로 한 형제임을 증명했다』고 강론했다. 미사가 끝나자 정열적인 본당 신자들은 우리 사제들에게 포옹과 악수세레를 퍼부었다. 우리가 퇴장할때도 마찬가지여서 갑자기 무슨 VIP가 된 기분이었고, 어떤 노인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달려들었다. 본당 신자들은 버스에 탄 순례단을 내리게 하여 즉석 다과회를 베풀었다. 순례단은 아리랑을 합창한후 대표가 나와「먼 산타루치아」「라스파뇨라」를 불러 그들을 영광시켰다. 나중에 우리 여성들은 입고있던 한복 50여 벌을 벗어주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19일 오전 10시엔 시복식에 참여하고(본보 11월 2일자 참조)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이용, 성베드로 대성전 옥상 전망대와 원형경기장인 꼴로세움을 관광했다. 대성전 돔속에 한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3백여 개의 계단이있고 그 계단으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로마 문명의 위대함과 인간의 잔인성을 동시에 드러낸 꼴로세움, 5만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높이 53m 지름1백60m~1백90m둘레5백27m의 이 거창한 4층 석조건물이 1천9백년전에 인간의 힘으로 이룩됐다니!『꼴로세움이 무너질때 로마가 무너질 것이고 로마가 멸망할 때 세계도 함께 멸망할것』이라고 어느누가 갈파했던가. 얼마나 많은 검투사와 야수들이 피를 쏟았으며, 피를 본 군중의 광적인 잔학성은 또 얼마나 진동했을가. 폭군 네로에 의해 무참히도 학살당한 순교자들을 위해, 18세기 교황 베네딕또 14세가 세운 십자가가 폐허위에 쓸쓸했다.
만 8일동안「로마」에 있으면서 틈나는대로 명소들을 관광했다. 그 가운데 인상깊은 곳은 판테온 신전, 애천(愛泉)이라 불리우는 폰타나 트레비, 공회장(公會場)인 포로 로마노 등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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