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10월23일 그리스도 왕 첨례. 미사 중에 교우들을 간단히 타이르다. 이웃 마을들에서 대단히 많은 교우들이 몰려와 성당이 몹시 비좁다. 가마리 맞은편 산에 위치한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묘소 참배. 오후에는 알릭스 신부, 그리고 몇 몇 교우들과 함께 갓등이 에서 약 10거리에 위치한 왕릉을 찾아보다. 무덤지기들은 못내 불안해하면서도 우리가 능을 돌아보도록 내버려두었다.
11월 2일 미사집전 및 연옥에 대한 강론. 강론 내용을 미리 글로 써 놓았었지만 그것을 익힐만한 시간이 없어서 몹시 과장된 표현의 강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 요셉 성당은 곧 완공될 것이다. 남자석과 여자석을 구분하느라 한 가운데를 갈라놓다니,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데에 너무 큰 방해가 되지 않는가!
11월 6일 오늘 성 요셉 성당의 낙성식이 거행되었다. 교우들은 처음으로 그 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하였다. 성당 내부의 애벌 바르기는 열흘쯤 뒤에나 끝날 것 같다.
11월 7일 봉신부와 함께 새문안대궐을 방문. 지난 봄 이후로 왕의 접견실이 몹시 황폐해졌다. 몇 몇 문들이 없어지거나 쓰러져 버렸고. 그렇지 않은 문들도 반쯤 부서져버렸다.
11월 14일 동정마리아 천주의 성모성탄첨례. 여느 때에는 없던 장식 등이 사방에 산재해있다. 이거야말로 유럽의 풍습인데 조선인들의 관습 속에 참으로 쉽게 도입되었다. 우리도 집의 북쪽부분에 일본식 등을 1백 개쯤 밝혀 놓았다.
11월 19일 성공회 수녀들과 마주쳐 지나치다. 그들은 어디서나 가톨릭 수녀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며, 성공회 선교사들은 역시 이곳에서는 수단을 입고 망토와 로만 칼라를 하고 다닌다. 「수염이 수도자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더 더욱 놀라운 일은 이 수녀들이 성 베드로를 주보성인으로 하는 한 수녀회 소속이라는 점이다.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종도(宗徒)첨례. 오늘 아침 조선 성 교회의 주보성인이며 장래 대성당의 주보인 성모무염시태 첨례를 준비하기위한 9일기도를 시작하다. 우리들의 특별한 지향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중재로 대성당 공사를 계속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십사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이라고는 1천5백 불 정도뿐이다.
12월 2일 오후 늦게 두 세 신부 집으로 가서 성 요셉 성당을 구경하다. 드디어 완공되었다. 한 가운데를 갈라놓아 시야를 해치고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것 외에는 정말 아주 훌륭하다.
12월 3일 프랑댕씨를 방문. 그가 나를 보고자한 것은 의무성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조선의 주교에게 신중함을 요구한 것에 대해 프랑댕씨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더 더욱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성신선교회 신부들로 하여금 같은 요구를 하게 하기 위해 그들을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뿐 만 아니라 나로 하여금 교우들에게 모든 소송사건을 피하도록 하라는 사목서한을 쓰게 하기 위해 공사가 스스로 까다로운 일에 손대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정말 백 번째로 나는 공사에게 다시 말했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이며, 이제는 아무 쓸모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주교가 납득을 하고 따랐다는 보고를 본국 정부에 할 수 있는 것이 좋든 좋아 보이든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2월 9일 조선의 상황은 참으로 서글프다. 파렴치하게 매매된 관직들. 궁궐의 지각없는 사치, 대낮의 도적들하며 관리들의 앞잡이들, 관직에 있는 사람들과 양반들로부터 핍박받고 피폐한 백성, 거렁뱅이들, 길가마다 날뛰는 강도들. 거의 도처에서 보이는 빈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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