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행복을 말할 때 우선은 인생에 가장 급하고 중요한 것부터 말하게 됩니다. 그럴때 우리는 의ㆍ식ㆍ주를 말하겠습니다만 가령 음식을 가지고 말하더라도 고기는 고기맛이 따로 있고 밥은 밥대로 맛이 따로 있으며 나물맛은 나물맛대로 따로 있습니다. 그러나 각 고기나 밥이나 나물은 제각기 제 맛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어떻게 맛들이느냐 또는 요리솜씨가 어떠냐에 따라 그맛이 달라지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또 우리가 항상 입고 다니는 옷을 한번 봅시다.

체육복은 운동할 때 무용복은 무용할 때 예복은 예식 때 입음으로써 그 맛이 한 층 더하게 됩니다. 그 옷의 맵씨 뿐아니라 입는 당사자의 옷에 대한 감각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요.

한편 우리의 주택만해도 그렇습니다.

원칙적으로 주택 구조나 설비는 기후나 풍토나 가족수나 성원이나 직장관계, 통학관계, 수입, 지출 등을 고려하여 건축하거나 선택해야 할 것은 물론입니다. 신방은 신방의 맛이 있어야 하고 노인방은 노인방의 맛이 있어야 하고 산실은 산실대로 병실대로 각각 그 나름대로의 맛이 나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맛들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의 기본적인 의미와 결합해 있습니다. 그러기에 남자는 남자로서, 여자는 여자로서 노인은 노인으로서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맛을 보는 눈이 다르고 맛을 아는 태도가 다릅니다. 시대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고 직업 여하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맛은 다양합니다. 여자의 행복과 남자의 행복이 같을수 없고 어린이의 행복과 노인의 행복이 동질의 것이 아니듯이 행복의 맛들임이란 십인십색(10人10色)으로 다 다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전능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행복이 사람에 따라서 그 감도가 다르고 그 고도가 다르며 그 시간이 다르고 대상이 다르다는 말입니까?』하고 선태군이 질문을 했습니다. 바로 그것이지요. 우리는 간혹 엄청나게 엉뚱한 희망을 가지는 수가 있는데 즉 행복이란 것이 똑같은 모양을 하고 오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다섯살밖에 안된 어린아이에게 스물다섯살 아니 서른다섯살짜리 정신을 가지도록 희망하는 수가 있고 이제 겨우 걸음마하는 어린아이에게 마라톤 선수의 걸음을 욕망하는 수가 있으나 이건 다 허사이지요. 허사일 뿐아니라 만약 그런 기대나 희망이 채워졌다간 낭패가 나게 됩니다. 몸은 다섯살짜리로 있으면서 스물다섯살짜리 서른다섯살짜리 정신을 가졌다면 이거 낭패가 안되겠습니까? 정신능력은 한살밖에 안되는데 육체는 마라톤 선수처럼 할 수 있다면 이것도 낭패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하느님이 세우신 계획에 따른 기대라야 그것이 옳은 것이지 부질없이 꽃을보고 고기맛을 보려해선 안되며 예식장에 체육복 차림도 맛이 안나는 것이란 뜻입니다. 이러한 맛들임은「맛 봄」과 떨어져서 생각할수 없습니다. 행복한 생활이란 인생의 참맛을 보는 것을 뜻합니다.

흔히 우리가 인생의 『참 맛을 본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이 말은 맛을 찾아내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맛을 지닌 음식이라도 그것을 옳게 먹을줄 모르고는 참 맛을 알 수가 없습니다.

행복과 연결되는 인생의 맛을 어떻게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