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
황폐해진 이 땅에도 새 아침은 밝았다.
새 아침의 햇살이 이렇게도 어둡게만 느껴짐은-.
몇억 광년의 묵은 햇살도 온 천지를 뒤덮은 인간의 죄악에 빛을 잃었음인가?
구세주를 쇠망치로 못 박을 때도 천둥은 하늘에서 우르릉거렸지.
그때도 당신은 우리를 용서하셨습니다.
영과 무한 사이에서 방황하는 군상들.
올해는 그래도 좀 덜 괴로웠으면 하는 안타까운 아쉬움.
억지로라도 새해의 기쁨을 느껴보고픈 심정들.
그래도 행여나 새해에는…
허공을 향해 합장하는 이 군상들.
어제도 오늘도 슬프기만 한데
이것과 저것 사이에 낀 인생이 차라리 굵거나 짧았으면 하는 이 허망감-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조차 느껴볼 겨를도 없이
불안과 공포에 굳어진 혈관 속에 역류하는 이 절망과 허탈의 피.
행, 불행에 불감증이 돼 버린 이 불쌍한 군상들!
그들에게는 이젠 슬픔이 가셔도, 또한 더 아픈 슬픔이 닥친다 해도 더 즐겁지도 안타깝지도 않다.
도의와 긍지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
현대화된 고층 건물 사이에 낀 낡은 판자집이 잇시
이의 찌꺼기처럼 보여지기만 하는 이 현실.
정의와 평화는 혀 끝에 춤추고 발을 붙인 땅바닥에 살을 에어내는 냉기뿐.
인정을 말하는 것도 그 옛날.
이제는 잃어 버린 복지.
주여! 소리 없는 이 외침을 들으시나이까!
눈물 없는 울음의 군상들.
주여! 오 주여! 이 사람들을, 이 사람들을 어찌 하시렵니까?
가난과 인내의 화신이 돼 버린 지금 그들의 이 안타까운 기원을 듣고 계십니까.
1일 생활권의 문명의 혜택은
도시 마님들의 전용물이던가.
손수레가 못 다니는 폭 넓은 고속도로는 자유를 값싸게 팔아버린 대가였던가.
자기에게 있는 자유는 이용하려 하지 않고 자기에게 없는 자유만을 원하는 어리석은 인간들.
헐벗은 군상들은 손발이 묶이고 자유에 목마른 군상들은 자갈을 물리웠는데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구원의 빛.
십자가의 신비.
그러기에 오늘도 당신에게 두 손을 모아봅니다.
새해에는 이끌어 주십사고. 용기를 주십사고.
그리고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해 주십사고.
주여! 이 사람들을 가련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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