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성년」「교회의 현실 참여」등 내적 충실의 해로 다사다난했던 개축년도 어느덧 가고 새 아침이 밝아왔다. 한 해가 저물면 으레 지난 일을 돌아보게 되는 게 인지상정, 이에 본보는 숱한 회한과 혼란 등 교회 전반에 걸친 지난해의 교회를 돌아보며 새로 맞이하는 74년도 교회의 자세를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 3인을 통해 들어 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김몽은 신부 - 본당사목 벗어나 전체 교회 보아야
비인간화된 사회에 인간성 회복이 시급
안이한 사목 사회에 대한 설득력만 상실
해가 저물 때마다 버릇처럼 되돌아보는 한 해의 발자취에는 언제나 못다한 아쉬움과 함께 본의 아니게 저지른 일들에 대한 회한이 얼마 되지 않는 성취한 일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크게 덮쳐 옴을 막을 길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돌아오는 새해에는 무엇인가 꼭 이룩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주님 앞에 다짐하여 보곤 한다.
73년도를 회고해 볼 때 대체로 안이하고 현상 유지를 위한 활동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사회는 분초(分秒)를 다투어 가며 변천해 가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사회 변천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갈 것이며 이러한 가속도는 현대인이 지니는 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그 결과로 현대는 비인간화 및 양극화에 따르는 각종 공해로 인하여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문화로 인하여 인간이 짓밟히는 현상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하에서 우리 교회의 역할은 비인간화 된 사회에 다시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빈부의 격차를 메꾸는 데 앞장서야 하며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에까지 손을 써야 한다는 사명을 짊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하게 전근대적 사목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와 방법으로써 안이하게 사목에 임하는 것만으로는 자꾸만 사회에 대한 설득력을 상실해 갈 뿐이다.
하기야 제도적으로 많은 계획과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 있어서의 사제 연수회라든가 매스콤에 대한「세미나」라든가 현시대에 대한 효과적인 사목을 이룩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즉 교회에서도 새로운 방향을 걷기 위해서 임원 개선이 있었고 주교회의의 사무처 개편과 더불어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주교연찬회의와 성년 특별행사와 가톨릭 학생문제 가톨릭 노동청년문제 등 많은 것이 논의되었다. 그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교회 내의 관심이 그러한 곳에 크게 기울어지게 되었다는 것은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74년도의 교회상은 본당 사목이라는 테두리에만 머물지 말고 보다 넓은 견지에서 전체 교회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했으면 한다.
현사회는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져서 세분화되고 기능화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인구 증가와 더불어 증대되는 현상이 불가피적으로 전근대적인 사목 방법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시대가 요청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안이한 사목 방법을 지향하고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제시한 명확한 새로운 교회상을 파악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하겠다.
첫째는 보다 투철하게 성신의 역사하심을 보아야 할 것이며 성신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쇄신과 더불어 친교와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다양화되고 기능화되어 가는 사회 안에서 효과적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교회 구성원 전체가 깊은 유대와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항상 종말에 대한 희망 안에서 좌절이나 낙망함이 없이 어떠한 역경에도 주님의 영광이 깃들어 있음을 보는 슬기와 인내를 가지고 열의와 정성과 무엇보다도 사랑을 가지고 사목에 임해야 한다.
◆김영근 신부<성베네딕또 신학원장> - 모든 수도단체 현대 토착화가 시급
수도자, 수도에 앞서 성실한 신자 돼야
쇄신 통해 격변하는 사회에 침투해야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설계를 계획하는 이때가 되면 나는 마음이 착잡하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만을 떠들지 않았는지?
혹시 수도자로서 기본적인 자세마저 등한히 하지나 않았는지 또한 이렇게 연말엔 실천 방법이 비효과적이었는지 등 나는 자아비판을 하게 된다. 우리는 시작에 앞서 성직자로서 수도자로서 솔직한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교회가 사회와 국가에 대해서 부정부패를 일소하라고 외치지만 과연 우리 정의로운 생화을 영유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교회는 사회 정의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이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내적 충실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봉사와 순명과 희생을 맹세했지만 얼마나 형제들을 위해 실천했는지 심각하게 통회할 시기라고 본다. 수도자는 수도에 앞서 떳떳한 신자가 돼야 한다. 한국에는 아직도 많은 외국 선교사들이 복음 전파에 활약하고 있다.
이들에게 먼저 한국에 적응하려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한국말과 외양적 풍습을 익히기보다는 한민족에 얽힌 정서와 사고 양식을 이해해 줄 것을 바라고 싶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국경과 민족을 초월하여 내한한 선교사들에게 종종 느낄 수 있는 것은 사고 양식과 감정이 맞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에 현존하는 54개 남ㆍ여 수도단체 중 방인 수도회가 10개 미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분석할 때 한국 교회의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자 수도회의 경우는 많은 회의 장상이 한국인으로 임명됐지만 남자 수도회의 경우 아직도 요원하다.
특히 남자 수도회 장상연합회 총회를 보면 우리는 이 사실을 절감한다.
참석자들이 거의 외국 선교사일 뿐 한국인 장상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 회의서는 외국인에게 비춰진 한국인 복음화 문제가 다뤄진다.
한국인이 본 한국 현상이 아닌 역사와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인이 본 한국인 복음화가 거론된다.
로마 문화권의 소산인 정통적인 수도정신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한국 역사 속에서의 현대 토착화 문제는 복음화의 선결문제다. 새해는 수도자들은 먼저 성실한 신자로서 한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인류 공동체 완성을 위해 겸손 봉사와 희생의 십자가를 되새기면서 새해를 맞아야겠다.
곁들여 각 수도 단체 간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 우리는 쇄신을 통해 격변하는 사회 급류 속에 침투해야 할 공동 운영을 굳혀야 한다.
◆문창준 씨 <한국 꾸르실료 전국협의회 회장> - 현대는 진리와 정의 구현에 매진할 때
먼저 성직자와 평신도간 간격 좁혀야
“죽은 교회 아닌 생동하는 교회 만들 터”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졌다.
해마다 한해가 지나면 의례히 다가오는 새해의 아침이련만 올해는 유난히 밝은 새 아침을 안고싶다.
회상하건대 지난해는 무엇보다도 큰 결실은 평신도 자질향상을 위한 기초작업을 끝마친 일일게다.
각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신자 재교육 교재편찬을 서두르게 된것은 평신도운동의 풍성한 결실을 앞둔 징조가 아닐 수 없다.
평신도운동 즉 평신도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하기위해선 먼저 신자 각자가 변모해가는 교회에 대해서 잘 알아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다소 늦은 감이 들지만 편찬을 서두르게된 것은 교회의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평신도운동의 가장 큰 저해요소인 피라밋형 교회 구관념을 우리는 빨리 탈피하고 제2차「바티깐」공의회 정신에 따라 원(圓)형 체제에서 성직자를 보완, 일선 사목에 능동적인 활동을 전개해야겠다.
작년에도 교회일치 운동을 활발히 운운했지만 현실적인면에서 어느정도 실효를 거뒀는지 자못 의아스럽다.
성직자와 신자의 일치는 먼저 두사이를 좁히는데 있다고 본다.
평신도는 의식적이라도 성직자와 나란히선 위치를 확립할 때 진정한 의미의 일치가 이룩된다고 생각한다.
성직지와 평신도의 간격을 좁힐수록 교회일치는 선결된다.
마침 교회는 화해의 성년을 맞았으니 새해는 자신의 성화는 물론 교회내의 일치를 달성시켜 그리스도 한 형제의 공동체를 이룩해야겠다.
국내외가 긴박한 역사안에 있는 이때 특히 74년도는 공동체결성에 중요한 계기가 요청되며 이 내부의 단단한 공동체는 대사회적인 정의실현 진리구현에 매진해야할 시기라고본다.
급격한 사회변천에 따라교회는 죽은교회가 아니고 역사안에 살아움직이는 생동하는 교회임을 명심하여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해서는 안되겠다.
종래 성직자만이 복음전파의 사명이있다고 생각했던 구태의연한 사상을 버리고 신자들은 모두가 성직자와 함께 손을 맞잡고 사목활동에 능동적인 태세를 갖춰야 되리라 믿는다.
사회상을 잘 알고있는 평신도들이 직장과 단체인 생활주변에서 복음을 전파하는데는 다소 사회와 거리가있는 성직자와 수도자들 보다는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자각해야된다.
그러므로 교회당국은 이러한 이점을 포착, 일선사목계획을 수립할 때는 평신도와 자리를 같이하여 현사회 현실에맞는 효과적인 사목방법을 강구해야 되리라 믿는다.
우리는 신자개인이 곧 교회이며 또한 그리스도공동체의 한 지체임을 각성하고 새해에는 더욱더 그리스도 증인으로서 사회 각 분야에 침투하여 그리스도정신인 사회정의 실현과 진리를 행동으로 심어주는 사도가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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