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라 만나는 사람마다『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도 하고『올해는 소원 이루라』고도 한다.
글줄이나 쓰고 사는 나 같은 사람이야 세월에다 그리 큰 포부나 계획을 걸 것도 없고 또 그리 천진스러운 나이도 아니다. 그렇지만 저러한 이웃들의 선의의 축복을 되새기고 또 자기 자신의 삶을 살펴보는 뜻에서 내가 이 새해에 부쳐 볼 가장 절실한 염원이나 포부가 있다면 그 무엇일까?하고 곰곰 생각해 본다.
정직히 말한 대로 나에게 있어 소위 돈이나 출세가 제일의 소원일 수는 없고 결국은 내 시를 새벽빛 같이 찬란하고 힘찬 시를 써서 그 시를 읽는 이마다 자기의 본명을 살피게 하고 삶의 꿈과 용기와 신뢰를 지니게 하여 이 나라 이 사회에는 정의와 풍요를 가져오며 나아가서는 온 세상에 평화를 누리게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저러한 황금의 시를 쓰자면 나의 삶이 이렇듯 맹목감과 동요 속에 있어서야 감불생심일 수밖에 없다.「지천명」의 나이도 지났건만 솔직히 말해 삶의 본의도 방법도 더욱 몰라만 지고 캄캄해지는 것이 나의 오늘의 실상이다.
이러한 나에게 염원이라기보다 욕심을 그대로 표현한다면 홀연대오! 즉 영적에나 접하지 않고선 삶의 아무런 해결도 있을 것 같지 않고 또 다시 공운만을 되풀이할 것이요 거기에 따른 나의 모든 소약이나 소위도 도로로 끝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나의 이와 같은 영적의 헛된 바램에 대해서 예수께서는『사람들은 어찌하여 영적만을 구하는가(말구 8-12)』『너희들은 영적과 증험을 보지 않으면 믿지를 않는구나(요한 4-48)』하고 탄식하였음을 안다. 그러니까 나의 저러한 형이상적 발돋음도 저 돈이나 출세를 탐하는 형이하적 허욕과 매일반으로 오히려 자추락만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고 또 설사 비의에 접혔다손 나의 삶의 여건이나 상황이 아무런 변동도 없을 것도 간접 경험을 통하여 이미 알고 있는 바다. 즉『성서에 쓰여진 것보다도 더 뚜렷히 신의 비의에 접했다』는 20세기 은총의 시인<뽈ㆍ끄로델>은 『너희가 신을 알았을 때 신은 너희를 그대로 쉬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고 이러한 소식은 전 중국의 어떤 고도승이 見性한 뒤『깨치고 보아야 별것이 아니었네! 허산은 여전히 안개로 덮이고 절江은 여전히 파도가 치네(到得侵來無別事 虛山 雨절江潮)』하더라는 일화가 있다. 결국 나의 삶의 맹목감이나 삶의 동요를 바꾸어 말한다면 믿음의 불철저 즉 신앙의 부실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내가 정녕 빛나는 시를 쓰고 축복 받은 삶을 살기에는 기적을 바라기보다 먼저『보지 않고 믿는 자는 진복자로다(요한 20-29)』하신 저 예수의 말씀을 내 것으로 하는 수밖에 딴 길이 없음을 이제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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