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인간과 복음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단군신화를 보면 환인께서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내주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하라고 훈시한 것을 알 수 있다.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건국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서 홍익 인류를 뜻하는것이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참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 아닌 남에게 이익을 주는 홍익인간의 인간상을 이상으로 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해 왔다. 그리고 또한 동학(東學)의「인내천(人乃天)이니 사인여천(事人如天)」하라는 사상은 한국인이 인간의 존엄성과 본성을 어느 정도로 높이 중시하였는가를 알 수 있게 하며 더욱이 인존시대(人尊時代)라는 사상에 이르러서 대담하게 인간의 시대적 우위성까지 주장하고 있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내천이니 사인여천하라는 사상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문제가 깊은 차원에서 하느님의 문제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리고 또한 한국인들이 의식하지 않고 있더라도 암암리에 마음으로는 이미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고 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 사상이야말로 육화하신 말씀의 신비이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에 있어서만 옳게 이해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하며 그리고 또한 인간을 하느님의 생명에 의해 살리기 위해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신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완전한 인간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스스로 더 완전한 인간이 된다」(司牧 40)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 따라서 한국에 있어서의 복음화는 인간의 신비를 문제의식의 중심에 놓아야 할 것이다. 하여「하느님의 자녀들의 자유를 알리고 선언하며 최종적으로 죄에 기인하는 온갖 노예상태를 배격하고, 또한 양심의 존엄성과 그 자유 결정을 거룩히 존중하고 인간의 모든 재능을 하느님께 대한 봉사와 인간들의 행복을 위하여 유효하게 사용토록 하는 (司牧 41·參照) 복음화는 인간의 신비를 핵심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① 복음운동과 육화의 신비
예수·그리스도의 육화의 신비로 말미암마 인간성에 관한 것으로서 그리스도와 관계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사실 혈육을 취하신 말씀의 신비를 떠나서는 인간의 신비가 참되게 밝혀지지 않는다. 인간성은 그리스도 안에 취해졌지만 소멸시키지 않으셨으므로 우리 안에서 인간성은 자동적으로 고상한 품위에까지 들어 높여졌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은 육화로 말미암마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 모든 인간과 일치시키신 것이다」(司牧 22 參照)
그러므로 육화의 신비는 어떻게 해서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인간 이상의 것이 될 것인가 하는 새로운 조건 안에 삶의 문제를 제시한다. 인간이 이러한 뜻의 참 인간이 되는 것은 우리들이 인간성의 심층(深層)에 현존하는 하느님의 신비에 마음을 열고 그리스도와 결합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복음화의 만남에 있어 그리스도께 자기 자신을 결합시키려는 근본적인 결단을 통해서 현실의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인간성을 취하는 육화의 신비로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적인 제가치를 위한 하느님의 궁극적인 계획을 나타내고 있는 까닭에 육화의 신비야말로 복음운동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② 복음화와 인간 해방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 주고 눈 먼 사람들에게 시력을 주고 억눌린 사람들을 놓아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8·18·19)고 「나자렛」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말씀하셨듯이 우리도 지금 오늘의 한국 땅에서 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소리 높이 외쳐야 하겠다. 특히 인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하는 인간, 노동하는 까닭에 가난을 면치 못하는 대중의 인간화에의 해방을 성취해야 한다. 사실 복음의 핵심은 인간의 참 자유와 해방에 대한 하느님의 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예수가 선포한 인간 구원도 인간의 자유이며 해방이다. 이 메시지는 현실 사회 속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 회복을 이루게 하고 억압되고 짓밟혀 있는 보잘것 없는 사람들에게 해방을 가져다 주고 비인간화된 일상생활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형제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는 동시에 인간화를 수립케 한다.
따라서 복음화는 압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의 내적 해방인 동시에 인간관계를 개척하여 혁신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의 완성을 향하는 인간 해방인 것이다. 이 인간 해방의 복음화는 부활의 신비로 인간을 희망에 찬 새로운 약속된 미래로 불러들이고 새로운 인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인간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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