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중 신부는 “내 작품은 우리네 가슴에 선뜻 다가오는 아름다운 모자이크처럼 어떠한 주장이나 선동이 없는 온전한 봉헌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하느님의 창조. 그 무한한 힘의 한 컷을 포착한 듯 김인중 신부(도미니코수도회)의 그림들은 생명력이 넘친다. 화폭 위에서 해체된 색과 형태는 하늘에 쓰인 아름다운 글처럼 자유롭다.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1974년 도미니코수도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김인중 신부. 사제가 된 뒤에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친 그는 ‘빛의 화가’라 불리며 프랑스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저의 그림은 예수님의 존재를 잘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밝힌 김 신부는 「그림 시편」(381쪽/10만원/블루베르미디어)을 펴내며 예수님과 만날 수 있는 길로 신자들을 인도한다.
김 신부가 시편의 내용에 자신의 그림을 더한 책을 내게 된 것은 오래전 있었던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30년 전, 프랑스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 때였어요. 십여 명의 유다인이 전시를 보더니 감동을 했다며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그러더니 제게 ‘가톨릭과 유다교의 벽을 무너뜨린 역할을 당신이 해냈다’며 ‘제 그림 앞에서 기도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종교적 장벽을 넘어 통합할 수 있는 힘을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죠. 그일을 계기로 제 그림과 시편을 엮은 책을 내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울러 종교 간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팽배한 이 시대에 시편이 전하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이유도 컸다.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유대교, 로마 정교회 등 많은 종교인들이 시편과 함께 기도를 합니다. 그 안에 담긴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는 시대와 종교를 초월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신부가 시편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89편이다. ‘당신께서는 인간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아, 돌아가라.’ 정녕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때와도 같습니다.’
김 신부는 “제가 그림을 그리는 목적이 바로 이 안에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우리의 천년은 하느님의 하루와 같다는 메시지는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며 “시편을 묵상하며 제가 얻은 답은 영원한 현재를 그림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