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 가난한 이웃과 불우한 사람들을 돕자는 운동이 연례행사처럼 치러지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 누가 얼마를 내고 어디를 방문 얼마를 전달했다고 등등….
과연 우리주위에 가난한 이웃은 누구이고 불우한 사람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서울 도봉구 우이동계곡으로 가는 길, 8번 버스 봉점 앞의 「청백약국」.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약국이지만 동네사람들은 이곳을 「사랑의집」이라고 부른다. 1백년이 넘은 느티나무와 마주하고 있는 이 약국에는 지난 25년간을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불우한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해온 장례(張例)(51·안젤라·미아5동 본당)씨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가난한 사람이 아닐 까요』라고 반문하는 장 씨는 자신은 물론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목말라하는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녀 50여명에 3백여 명을 영세입교 시켰고 1백여 명을 대세주었고, 무의탁 노인 돕기,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전달, 50여 차례 꽃동네약품 전달(한 달에 한번) 노인대학 학생지도 등 장 씨가 지난 20년간 행해 온 수많은 활동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충남 부여군 홍산면 남촌리 농가의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난 장 씨가 불우이웃을 위해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게 된 것은 지난 66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삼양동 산동네에서 처음 약국을 개업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가난한 동네로 또한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이름이 나있던 삼양동 산동네에서의 약국 개업은 장 씨에게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됐다.
『간난한 사람들일수록 아픈 사람도 많더군요. 그러나 병원은 고사하고 약하나 제대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산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약사였지만 의사역할도 겸했다는 장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약 가방을 메고 산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말로만 듣던 산동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다보니 그 사람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도움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힌 씨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산동네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고 그때의 일을 회고했다.
『그러나 물질적인 도움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도 함께 전하리라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20년을 살다보니 이제는 약을 사러오는 손님들만 보아도 신자인지 비신자인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장씨는 82년 도시계획에 밀려 이곳 우이동으로 이사 올 때 3일 동안을 울었다고 한다.
『대자녀들의 열심히 신앙생활과 예전 산동네, 사람들이 희망찬 모습을 볼 때면 하느님의 사랑을 피부 깊숙이 깨달을 수 있다』는 장씨는 『19년 전 삼양동에서 용하기로 유명한 무당 (성복순씨)을 5년간의 노력 끝에 가톨릭에 입교시킨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는 남편이 아직 입교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얼굴을 붉힌 장 씨는 남편의 입교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아5동 본당 아퀴나스노인대학교에서 학생과장을 맡고 있는 장씨는 2백여 명의 노인들에도 다정한 자식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복음말씀대로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불우이웃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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