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매일 교리에 빠지지 않고 나갔으며 새벽4시 미사에도 매일 참석할만큼 아주 열심했습니다.
저에게는 예수님이 큰 위로자였고 마음 든든한 아버지 였습니다. 항상 침묵 속에서 저를 사랑해 주시고 저의기도를 곧 잘 들어 주시는 참 좋으신 분이였기 대문입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술취하신 음성을 듣고『예수님! 오늘 밤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지 않게해 주시고 우리들이 쫓겨나 모기에 물리지 않고 방에서 편안히 잠을 자게해 주세요』라고 기도 드리면 아버지는 신기할 정도로 곤하게 잠이 드셨습니다.
저는 교리반에 일 년 넘게 다녀도 영세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보호자가 미신자였기 때문입니다. 하얀 미사포를 늘어뜨리고 두손 모아 영성체를 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그 모습들이 무척 부러웠고 이는 어린 제 마음에도 무척 서운한 일이었습니다.
그후 5학년 때 우리는 아버님을 따라 광주로 옮겨가 살게 되었습니다.
변함없이 성당을 찾아서 교리와 마사에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성당에 나가는 것을 항상 못마땅하게 여기셨고 미사에 참례치 못하도록 저를 붙들어 방해하셨지만 항상 어머니께서 제 편이 되어 주시어 성당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큰언니를 권면하여 보호자로서 입교시켰으며 1966년 8월15일 광주계림동 성당에서 언니가 먼저 세례를 받게 되었고 그해12월24일 드디어 저도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4년 만에 안게 된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웠던 그날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남들 다 입는 하얀 옥양목 한복 한 벌 못입고 영세식에 임했지만 온 세상이 내 것만 같았고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보배로운 것을 얻은 것만 같은 기쁨이었습니다.
『이제 넌 소화 데레사란다. 성녀 데레사 같은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시던 수녀님은 제게 좋은 본명을 지어주셨고 대모님이 되어 주셨습니다.
크리스티나수녀님은 제게는 천사와 성모님 같이 생각되어지는 아주 사랑이 많으시고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가정환경 속 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 갈수 있었고 더욱이 중학교에 진학도 못한 처지에서 실망하지 않고 영세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께서 붙들어 주셨기 때문이며 사랑으로 가득한 수녀님의 격려 때문이었습니다.
영세하기 전해에 어려운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은 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입학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망 하지 않았습니다. 제안에 계신 우리 주님께서 꼭 이루워 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모님의 뜻도 묻지 않고 몰래 신문배달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힘들었던 것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장마철과 세찬 눈보라가 거세게 밀어닥칠 때였습니다.
소장님과 선배 언니、오빠들은 말이 없는 저에게 귀여운 막내라면서 늘 친절히 대해 주었습니다.
결국 식구 모두가 알게 되어 반대하는 분도 계셨지만 저는 아랑곳없이 열심히 보급소에 나가 신문을 배달했습니다. 호외가 있을 때면 새벽 일찍 나가야했고 밤늦게까지 고생을 해야 했지만 친구들처럼 하얀 칼라를 단 검정 교복을 입기 위해서는 저는 어떤 고생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매달 월급을 타서 어머니께 갖다드린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께서는 중학교 시험날이 닥아올 무렵、술에 만취가 되셔서 어머니께로 부터 그 돈을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그 돈을 화투놀이에 몽땅 없애버리시고 말았습니다.
글ㆍ이애자 / 그림ㆍ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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