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로가 선교일선에 투신했을 때는 이미 교회 공동체가 성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회 안에 실존하는 그리스도와 신자들과의 관계가 그의 주관심사였다.
그리스도 체험
바울로는 젊은 시절에 교회를 박해하는 데에 극성이었으나 다마스꼬에 가는 도중에 극적으로 그리스도를 체험하여 개종하였고(사도 9、1~19)『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로다』(사도9、5)하신 말씀에서 그리스도와 교회는 하나이라는 진리를 터득하여 신비체 사상을 전개하였으며、유대인들이 이 사실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묵은 이스라엘의 사명은 끝나고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형성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초대교회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그의 뿌리인 유다이즘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였다. 개종한 유대인들은 성서에 예언된 메시아가 오셨으니 모든 신자는 할례를 받아서 정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유대인에 동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도15、1ㆍ5). 이에 대하여 개종한 비유대인 들은 구약과는 관계없이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교인이 되었으니 교회는 유대인의 율법에 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하느님의 새 백성
바울로는 이 두 가지 경향에 대하여 교회는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라고 대답한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이스라엘에게 하신 약속은 메시아의 파견이었는데 이제『하느님의 모든 약속이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대로 이루어졌으니』(2고린1、20)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아브라함의 정신적 자손이고 약속에 의한 상속자가 된다고 한다(갈라3、29). 이 말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브라함의 후손의 자격으로 약속의 성취를 얻었다는 말이다.
올리브 나무에 야생 올리브 가지를 접붙이면 뿌리에서 양분이 올라와서 접붙인 가지에 공급되는 것처럼、이방인으로서 개종한 신자들은 약속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접붙인 가지인 셈이다(로마11、17~18). 그래서『복음은 먼저 유대인에게 그리고 이방인들에게까지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준다』(로마1、16).
그러면서 바울로는 유대인의 독선적 주장도 반박한다. 그들은 아브라함의 혈족이라는 우월감에서 할례 받은 사람들만의 구원을 주장하지만(사도15、1)、성서에 예언된 메시아인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되었음을 믿는 사람이야말로 신앙으로 의화(義化)된 아브라함의 참된 자손이요(갈라3、7)、하느님의 참된 계약의 백성이다.
자유로운 백성
이 계약은 사람에게 죄의식을 일깨우면서도 죄를 극복할 힘을 주지 못하는 율법의 글자로 된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피로 맺어지고(I고린11、25)、성령의 은총으로 사람을 성화하는 새로운 계약이다(2고린3、6).
구약의 백성은 혈연과 율법으로 반강제적으로 형성된 백성이지만、신약의 백성은 성령의 은총으로 인도되는 자유로운 신앙으로 가입하는 새롭고 자유로운 백성이다(갈라4、7).
『그리스도는 자신을 희생하여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었으며』(에페2、15)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아무런 구별이 없고、같은 주님께서 만민의 주님이 되시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모든 사람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리신다』(로마10、12).
이렇게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약속과 축복에 이방인들도 그리스도로 인하여 참여하게 되었지만、이 새로운 백성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를 배척하는 묵은 이스라엘이 회개하여 그리스도께 돌아왔을 때에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로마11、25~26).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 백성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다.
새 백성의 형태
1、이 백성은 이스라엘처럼 하느님께서 소집하셨다. 하느님은 인간의 자격이나 선행을 보시고서 부르시지 않고 당신의 뜻대로 부르셨고(로마9、12 : 갈라1、15~16)인간이 자랑할 수 없도록 지혜로운 자나 유력한 자보다는 어리석고 약하고 미천한 자들을 오히려 선택하셨다(1고린1、26~30). 또 그 부르심은 공동체를 이루게 하셨고(에페4、4)한번만이 아니고 계속 부르고 계신다(I데살5、23~24 : 로마8、30)
2、이 백성은 이스라엘처럼 전례적이요 사제적인 백성이다. 이스라엘이 가장 하느님 백성다운 면모를 보인 것은 사막에서 경신례(敬新禮)를 위하여 모였던 순간이었는데、신약의 백성도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때가 가장 하느님 백성다움을 나타낸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성전이고(I고린3、6 : 2고린6、16)이 성전 안에서 찬미와 애덕의 영신적 예배를 드리기 때문이다(히브9、25~28 : 로마12、1).
『영적으로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그리스도 예수를 자랑하며 세속적인 것에 의지하지 않는 우리는 진정한 할례를 받은 사람들이다』(필립3、3). 이들은『하느님의 한 가족이며』(에페2、19)、그리스도를 모퉁이돌로 하는 하느님의 성전의 구성요소이기에 거룩한 무리이다(동22절).
이방인도 한백성
3、이백성은 이스라엘처럼 한백성이다. 구약의 백성이 사방에 산재해도 아브라함의 혈연과 야훼께 대한 충성으로 한 백성을 이룸같이 신약의 백성도 그리스도의 피로 맺은 계약과 신앙으로 하나인 백성 크리스찬이 된다(사도11、26). 그들은 그들을 부르신 하느님、주님、성령이 한분이시고 같은 믿음과 같은 세례를 받았다.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며 성령도 하나이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백성으로 부르셔서 안겨주시는 희망도 하나이다. 주님도 한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고 세례도 하나이며、만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분이시다』(에페4、4~6).
4、이 백성은 진짜 이스라엘이다. 그리스도 이전의 이스라엘은 율법의 후견을 받으면서도 거듭 구원의 길에서 이탈하였지만、신약의 백성은 그리스도께서『단 한번 지성소에 들어가셔서 당신 자신의 피로써 우리에게 영원히 속죄 받을 길을 마련해 주셨기에』(히브9、12)『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로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유산을 이어받게 되었다』(히브9、15). 그러므로 신약의 백성은 구약의 이스라엘을 계승하면서 완성하는 진짜 이스라엘이므로 구약과 신약의 연계성이 뚜렷하고 하느님의 구원계획의 일관성이 증명된다(로마 11、29). 이렇게 바울로는 교회가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라는 주장으로 교회의 뿌리를 밝히고、다음에 고찰할 신비체 사상으로 신약의 백성의 참신하고 독보적인 특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하권
<몬시뇰ㆍ대구가톨릭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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