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사제 모두 강론
이날 미사에서는 이례적으로 미사를 공동집전한 3명의 사제가 모두 차례로 강론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사제들은 한결같이 성직자 없이 교회 발전에 애쓰는 북한 신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더욱 노력하여 자기성화와 교회부흥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먼저 강론에 나선 박창득 신부는『지난 84년 중국 방문길에 백두산에 올라 이곳 북한땅을 바라보며 한없는 슬픔에 젖은 적이 있었다』고 회고하고『그때 나는 여기도 우리 땅인데 왜 서로가 오고가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고 말했다.
『그 당시 내가 느낀 슬픔은 비단 나만의 슬픔이 아니고 우리 민족 전체의 아픔이었을 것』이라고 말한 박 신부는『그러나 이제 그 모든 장벽들이 서서히 풀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서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고 술회했다.
『성직자가 없는 가운데서 교회 재건에 힘쓰고 있는 여러분들을 대할 때 사제의 양심으로 나도 이곳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힌 박 신부는『매주 남과 북이 바로 오늘처럼 서로 기도하는 가운데 만남이 지속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교회건설 매진 당부
이어 남해근 신부는『오늘날 미주 지역 교포교회도 초창기에는 바로 여러분들처럼 성직자 없이 공동체를 이룩、그 후 성직자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고 교포교회 성장과정을 소개하고『오늘날 여러분들도 비록 성직자가 없더라도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수계생활을 계속하여 교회건설에 미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영희 신부는『이 세상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고『이 모든 것이 변화하는 가운데 사회도 언젠가는 변화될 날이 올 것이고 따라서 통일의 날도 오고야말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바로 그날이 올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아나가자』고 강조했다.
감실 없는 장충성당
북한의 유일한 성당인 장충성당은 지난해 3월에 착공、7개월간의 공사 끝에 지난 9월말 완공됐다.
연건평 5백 평의 아담한 새 성당에는 2층에 성가대 자리가 마련돼 있고 사제관과 신자협회 사무실이 갖춰져 있다.
성당 안에는 감실이나 십자가 없이 정면 벽에 대형 예수성심상본이 걸려있을 뿐이고 좌우벽에는 14처가 마련돼 있다.
성당 뒤 입구 쪽에는 고백소가 설치돼 있고 목재 장괘틀로 신자석이 완비돼 있었다.
또한 성가반주용 일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현재 장충성당에는 성경 및 미사경본 각1권과 제의 3벌、한 벌씩의 장백의와 영대와 성작 1개가 구비돼 있었으나 제병과 포도주는 없었다.
89년 2월 현재 북한에는 8백여 명의 신자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직자가 없는 가운데서도 이들의 신앙을 키워줄 교리서적이 전혀 없는 것이 이번 관광단에 의해 밝혀져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매주 공소예절 실시
북한교회는 지난해 9월 장충성당이 완공된 후 매주일 성당에서 공소예절을 갖고 있는데 매주 약 1백여 명의 남녀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예절 시작 이후 신자 수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입교 희망자들이 있어도 이를 지도할 교리서가 없어 아직 예비자교육은 못한 채 기존 신자 발굴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존 신자들은 대부분 부모에 의한 유아 영세자들로 부모가 전해 준 공과책에 의해 신앙을 지켜온 것으로 밝혀졌다.
교리서 등 전무 상태
공과책을 중심으로 장기간 개별적 신앙생활을 계속해온 끝에 하나의 신앙공동체를 이룩했으나 이미 부모로부터 전수받은 공과책도 낡아 없어진 상태여서 오늘날 이들 북한신자들의 신앙을 키워줄 교리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고 마태오 신부와 함께 북미주 북한선교부 책임을 맡고 있는 박창득 신부는 2월 8일『범 교포교회 차원에서 북한교회 지원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신자 함께 미사
지난 2월 14일 LA를 출발、카나다 뱅쿠버를 거쳐 중국 상해 북경을 경유 17일 12시15분 평양에 도착한 북미주 가톨릭관광단(단장=조성세、지도=박창득 신부) 12명은 평양 시내 고려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도착 당일 오후 시내관광을 마친 일행은 18일 묘향산을 관광했다.
19일 오전10시 평양 장충성당에서 북한 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한 관광단은 이어 20일 진남포 갑문 관광길에 나섰다.
21일 인민대학당과 조선 혁명박물관을 마지막으로 둘러본 관광단은 22일 조선 민항편으로 출발、북경 상해 뱅쿠버를 거쳐 23일 LA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 관광단은 당초 금강산 관광도 가질 계획이었으나 도로 사정으로 이를 취소했다.
【평양=미주지사장 남해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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