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생활참여
평신도의 교회 생활 참여는 개인적인 것과 단체에 의한 것이 있다.
평신도 각자는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그리고 모든 이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할 고유 임무를 떠맡고 있는「교회의 일원」임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평신도들의 생활환경은 매우 다양하므로 그 안에서 수행되는 개인 사도직은 복음을 더욱 광범위하게、지속적으로、실효있게 전파할 수 있게 된다.
근년에 와서 가히「집단적 노력의 새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할 만큼 평신도들이 다양한 단체、공동체운동을 조직하는 현상이 특별히 활기를 띠어왔다. 이러한 평신도 단체들은 외부조직、수련방법、활동 분야 등 여러 면에서 매우 다양하지만 모두가 교회의 복음 선포 사명에 책임성 있게 참여한다는 공통목적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다.
평신도들의 단체 결성은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그것을『그리스도 안에서의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나타내는표지(평신도 교령 18항)』로서 인정한 교회론을 근거로 볼 때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의 단체 결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 자유는 평신도들을 교회의 친교와 사명에 참여하도록 부르는 세례성사로부터 나오는 참되고 고유한 권리이다(평신도 교령15항、19항、교회헌장 37항、교회법 215조). 그러나 이 자유는 언제나 그리고 오로지 교회 권위와 합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회의 친교 안에서만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신도들의 결사권은 본질적으로 교회의 친교 생활및 사명과 관련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사의 자유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친교와 사명의 관점에서 평신도 단체들을 식별하고 인정하기 위한 분명하고 명확한 기준、이른바「교회성의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교황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기본적인 기준으로 제시한다.
①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화소명을 으뜸으로 삼음.
② 교도권에 순명하여 가톨릭신앙을 고백할 책임을 다함.
③ 교황과 지역 주교와의 관계에서 확고하고 진정한 친교를 증거함
④ 교회의 사도적 목표에 따르고 이에 참여함.
⑤ 인간사회에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른 현존을 위해 투신함.
이러한 기준들이 여러 단체에서 충실히 지켜지느냐 하는 점은 그 조직의 생활과 활동에서의 실제 성과에서 드러난다.
한편 사목자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통하여 지도하고 격려함으로써 그리고 또한 몇몇 새로운 단체나 운동을「공인」함으로써 평신도 단체들이 교회의 친교와 사명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봉사한다.
시노드 교부들은 교계제도와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톨릭액숀」의 다양한 운동과 단체들을 선정한 바 있다. 교황청 평신도 위원회는 교황청의 공인을 받은 단체들의 명단을 작성 중에 있고、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 위원회와 공동으로 가톨릭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초교파 단체의 공인 조건을 작성 중에 있다.
사목자와 평신도들은 모두 다양한 평신도 단체들 간의 더욱 확고한 유대와 상호 존경、협력이 촉진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은사와 은혜가 공동의 집을 짓는 데 효과적으로 이바지 할 수 있게 된다. 친교의 은혜를 깨달음에는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서 강한 책임감이 뒤따라야 하며、사도직에서의 이러한 책임감은 분열과 대립의 유혹을 극복함을 말한다. 교회 친교의 생활은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할 온 세상을 위한 표지요 강력한 힘이다. 그리하여 친교는 선교 사명에 이르고 선교 사명은 친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제3장 평신도의 공동책임
나는 당신들을 세상에 보내어 열매를 맺으라고 명했습니다(32~44항)
교황은 제3장에서 선교 사명으로서의 교회 안에서의 평신도의 공동책임을 다룬다. 교황은 여기서 친교의 교회로서 세상에 파견된 평신도들이 많은 열매를 맺도록 활동해야 할 여러 분야를 다룬다.
친교에의 사명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열매를 맺음은 교회 안에서의 생활의 본질적 요구이다. 예수와의 친교는 그리스도인 자신들 간의 친교를 낳는 것이거니와 열매 맺음의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친교는 가지들이 맺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열매이다.
이에 친교는 친교를 낳고 본질적으로 친교를 위한 사명에 비유된다. 친교와 사명은 서로 깊이 연결되며 서로가 서로를 뜻한다. 그리하여 친교는 사명의 원천이자 열매가 되는 것이다. 친교는 사명을 낳고 사명은 친교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회가 성령의 은혜로 받은 친교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다. 교회의 사명은『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표시하고 이루어 주는 표지요 도구(교회헌장 1항)』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명은 모든 이로 하여금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께서 세계사에 들여오신「새로운」친교를 알고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 사명의 맥락에서 볼 때 주께서는 책임의 커다란 몫을 교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친교를 이루고 있는 평신도들에게 맡기신다.
복음선포
평신도들은 교회의 일원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복음을 선포할 소명과 사명을 지니고 있다. 교회의 사명 전체가「복음화」로 집중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복음화를 통하여 교회는 신앙공동체、즉 성사로 봉헌되고 사랑으로 생활화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가운데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로 건설되는 것이다.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명령은 항상 절대적 가치와 긴박한 의무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물론 교회의 여러 곳의 현재 상황을 볼 때、그리스도의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즉각 아낌없이 따라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전에는 그리스도적 생활이 번성하여 살아있는 신앙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던 선진권 국가들이 이제는 어려운 시련에 부딪혀 있고 심지어 종교에 대한 무관심、세속주의 및 무신론의 영향으로 근본적인 변혁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그리스도교 신앙도 전통과 의식의 외형은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존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로부터 유리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아직도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보존되어 있는 곳은 세속화와 분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교황은 이들 지역이나 나라들에서는 오로지「새로운 복음화」만이 분명하고 깊은 신앙의 성장을 보증해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의 그리스도적 바탕을 고치는 일은 세계의 모든 곳에서 긴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이들 나라들에 존재하는 교회 공동체 자체의 그리스도적 바탕을 개조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에 평신도들의 책임은 복음과 생활을 일치시킴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오직 하나밖에 없는 가장 확실한 해답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고 그리하여 성숙한 교회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다. 평신도는 이러한 증거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아직도 신앙을 갖지 않은 그리고 세례 때에 받은 신앙을 더 이상 생활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선교 열의와 활동을 통해서도、그리고 체계적인 교리교육 활동을 통해서도 성숙한 교회 공동체의 형성에 이바지한다.
새로운 복음화가 긴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아직도 구세주 그리스도를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자신의 지속적인 사명을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선교지역에서 교회를 설립함으로써、그리고 또한 다양한 종교들과 대화함으로써 선교 역사의 새로운 단계를 향한 대약진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충분한 수의 선교사들이 필요하며 신자가정을 필두로 하여 모든 이는 기도와 활동을 통하여 평신도는 물론 성직자 수도자의 특히 선교지향적인 성소를 계발하여 성장시킬 책임을 느껴야 한다.
복음의 생활화
교회는 복음화 사명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들의 완전한 해방과 구원을 추구하며 그들에게 봉사하는「모든 이의 종」이 된다. 이에 교회는 인간의 존재 의의를 부여해주고 각자에게 개인과 그의 최종 운명에 대한 모든 진리를 드러내보여 줌으로써 인간에게 타인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 준다. 인간은 교회 사명의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길이다.
인간 가족에게 봉사하는 일은 교회 전체가 책임지고 있거니와 평신도들은 그들의「세속성」으로 말미암아 고유한 방법으로 현세질서에 그리스도교 정신을 불어넣어야 할 특수한 임무를 지닌다.
모든 인간의 신성한 존엄성을 재발견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재발견하도록 함은 교회가 평신도의 본질적 임무이다. 이 존엄성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특성이며 모든 사람들의 평등의 기초이며、모든 사람들의 참여와 연대성의 기초이다. 이 존엄성은 모든 인간의 유일성 및 일회성에 바탕을 둔 불멸의 특성이다.
이로부터 인권의 존중과 보호와 증진을 위한 요구가 나온다. 인간의 신성함은 일차적이고 근본적으로 신성함으로 나타난다. 가장 기본적 권리이자 그 밖의 다른 모든 권리의 조건인「생명권」이 확고부동하게 보호되지 않는 한 인권을 위한 외침은 거짓이요 환상이다. 인간은 수태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발달단계에서 그리고 성하거나 병들거나 모든 상태에서 생명권을 갖는다.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사명과 책임이 보든 사람에게 있지만 평신도들 특히 부모、교사、보건종사자 및 경제적、정치적으로 권력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 임무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생물학과 의학의 엄청난 발전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인간 생명을 그 발생 단계에서부터 그리고 발달의 초기단계에서부터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한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에 의학ㆍ과학ㆍ사회ㆍ입법ㆍ경제분야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평신도들은 생명윤리의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하는 도전을 과감히 받아들여 인간으로 하여금 과학과 기술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함은 개인의 종교적 차원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 자유의 권리에 대한 요구이며、이를 효과적으로 인정함은 인간과 사회의 선익을 보증하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장 중대한 의무이다.
인간은 자신을 타인과의「친교」에로 그리고 타인에게「내어줌」에로 부르는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사회적 차원의 기본적 표현은 부부와 가정이다. 사회에 대한 평신도의 의무는 우선 결혼과 가정에서 시작된다. 이 의무는 가정이 사회와 교회의 발전에 있어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야 비로소 적절하게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친교와 내어줌의 중심으로서 가정은 사회생활을 지향한다. 가정에서 인간은 사회와 시민으로서의 의무에 대하여 처음으로 배운다. 그러므로 가정 그 자체가 평신도의 사도직 활동의 고귀한 터전이며、이를 위하여 가정 그 자체가 사회생활에서의 진정한 성장과 참여를 위한 능동적이고 책임성 있는 터전이 되도록 부름을 받았다.
사회에 대한 봉사는 전통적 방법에서 새로운 형태에 이르기까지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여러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전 교회 그 자체가 사랑의 봉사에로 직접 불리운 것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은 평신도들의 고유한 의무인 현세질서에 그리스도교 정신을 불어 넣게 되는 가장 즉각적이며 일상적 방법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평신도는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한다. 사랑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그리고 자발적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는 연대성을 활성화시키고 지속시킨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정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신도는 경제ㆍ사회입법ㆍ행정ㆍ문화분야에서 공동선을 이룩하기 위한「공직 생활」에의 참여를 포기하면 안 된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참으로 도덕적으로 위험하다는 일반 견해가 있다고 해서、정부나 의회나 지배계층이나 정당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비난이 있다고 해서、그리스도인들이 공직생활에 회의적이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은 전혀 옳지 못하다.
정의 증진과 봉사정신은 정치활동의 근본 요소이다. 정치활동의 수단은 연대성이며 그 성과는 평화이다. 연대성은 평화에의 길이요 발전에의 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시노드 교부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형태의 폭력을 배격하고 대화와 평화의 자세를 장려하며 정의로운 국제질서 및 사회질서를 확립하는데 투신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평신도들에게 있어서 사회에 대한 봉사는 노동에 바탕을 두고 있는 사회ㆍ경제 생활에서 본질적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사유재산、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관련된 문제들이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ㆍ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게 하려는 평신도 의무의 핵심이 된다. 평신도들은 증가하고 있는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일、노동조직의 여러가지 불의를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일、직장을 사람들의 유일성과 참여권이 존중되는 공동체로 만드는 일、공동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새로운 연대성을 계발하는 일、새로운 형태의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는 일、상업、재정 및 기술교환의 체제를 다시 검토하는 일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평신도들은 자기들의 일을 전문적 능력과 인간적 정직성과 그리스도교 정신을 가지고 그리고 특히 자기성화의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 사회ㆍ경제문제와 관련하여 그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은 이른바「생태학적」문제이다. 창조물이 인간에게 맡겨진 것은 그것의 이용을 위해서이지 남용을 위해서가 아니다. 발전을 추구함에 있어서 인간가족은 도덕적 요구를 무시하면 안된다.
인간에게 봉사함은 모든 민족의 공동소유이며 그들의 존엄성과 자유와 창조성 및 역사의 표현인 문화를 창조하고 전달함을 또한 의미한다. 신앙은 문화를 통해 역사 속에 자리잡게 됨으로 문화가 생활화되고 표현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임은 사목적으로 긴박한 일이다.
문화의 창조와 전달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사회홍보수단이다. 이를 이용함에 있어서 평신도들은 진리를 위해 고유한 소명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한홍순 <교황청 평신도위원회위원ㆍ외국어대 상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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