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회 일각에서는 한국교회의 노동사목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호전됐으나 실제적으로 투신하는 사목자나 이해로써 맞이하는 평신도는 미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노동사목에 대한 배려에 있어 교회당국의 근본적인 지침과 전환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산업재해와 노사분규의 증가로 인해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과 교회의 노동운동이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내적으로 두 종류의 흐름이 있고 이것에 따라 교구별 노동사목 입장도 편차가 크다는 현실상황을 감안할 때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지적은 1백여 년 전에 반포됐던「노동헌장」등 노동에 관한 교황회칙들에 담겨진 정신이 한국교회에서는 제대로 수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로도 나타나고 있어 한국교회의 사목방향에 대한 불신으로 발전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 금년 근로자의 날을 맞아「교회와 노동문제」를 생각해 본다.
[가톨릭교회의 노동관]
인간존엄실현에 기초
공정한 분배ㆍ노사 자유계약 등 촉구
인간은 노동 통해 창조사업에 동참
회칙들
가톨릭교회가 노동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최초의 문헌은 1891년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발표된「노동헌장」(Rerum Novarum)이다.
비참한 노동자
이 회칙에서 레오 13세는 당시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에서 그 피해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지적하고 그 해결책에 대해 사회주의적 해결방법을 단죄하는 한편、교회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노조결성 등 노동자의 각종 권리를 주장했다.
이 회칙은 교회를 가난한이편으로 향하게 한 최초의 중요한 조처인 점에서 그리고 향후 여러 문헌들이 설수 있는 기초를 놓은 최초의 사회교리란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교회안팎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회칙 발표이후 지금까지 약1백년에 걸쳐 교회는 사회교리에 관해 많은 회칙을 발표했는데 그 대부분은 현세질서의 복음화 즉 사회구원의 원리에 입각하여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 등 각 방면의 질서가 하느님 모상대로 태어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하도록 일깨우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노동문제도 주요 테마로 등장하고 있다.
노동문제를 다룬 주요회칙은「노동헌장」외에 1931년 비오11세에 의한「40주년」(Quadragesimo Anno)、1961년 요한23세의「어머니와 교사」(Mㆍater et Magistra)、그리고 현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노동하는 인간」(Laㆍborem Exercens)등이 대표적이다.
이외 제2차 바티깐공의회 문헌「현대세계 사목헌장」과 1967년 바오로 6세에 의해 발표된「민족들의 발전」등도 부분적으로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존엄 옹호
이들 회칙들은 반포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사회주의의 득세에 쐐기를 박을 목적으로、또는 경제공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질서 모델용 등으로 기능을 한 것도 사실이나、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인간적 존엄성 옹호와 노동질서의 복음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한편 이 회칙들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와그너법」(Wagner Act : 1935)등 각국의 노동관계법과 사회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다음은 이 회칙들을 중심으로 가톨릭 교회의 노동관을 간추린다.
노동의 의미
노동은 일차적으로 인간과 인간성을 다른 동물과 구별짓는 특별한 표지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되었으며 땅을 다스리도록 부름을 받았다.
오직 인간만이 노동을 하며、이를 통해 지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노동하는 인간 서문). 또 노동은 하느님이 시작하신 창조사업을 완성에로 이끄는데 필요한 도구이다. 예술가 기술자 고용주 노동자 구별없이 인간은 창조활동인 노동을 통하여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은 이같은 성스러운 일에 신성한 것이며 동시에 노동의 주체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인 까닭에 노동은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노동하는 인간6).
또 노동은 배타적으로 개별 노동자의 이익만을 위하여 있을 수 없으며 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봉사를 사회에 제공하기 위하여、즉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한다. 요한23세는「어머니와 교사」에서『노동의 사회적 성격과 개인적 성격을 망각한다면 엄격한 정의에 의한 노동의 평가도、노동의 보수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형제들과 결합하고 봉사하며、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다』(현대세계 사목헌장67).
임금문제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자신의 모든 욕구충족과 자신의 완성을위하여 적절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노동은 개인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기 때문에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레오13세는「노동헌장」에서『생존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이며、이 의무에서 생계유지에 필요한 것을 제공받아야할 권리가 필연적으로 나오고 가난한 이는 자기능력의 임금을 통해서만 그것을 제공받는다』고 밝혔다.
정의의 법
또 레오 13세는 노사간의 자유계약에 관해『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위에 더 높고 오래된 정의의 법이 있다. 즉、임금은 노동자가 적합하고 품위있게 생존하는데 부족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임금은 가족분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교회는 천명하고 있다. 삐오 11세는「40주년」에서『노동자에게 노동자 자신과 그의 가족들에게 생계를 유지시켜줄 수 있는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목헌장도『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물질적ㆍ사회적ㆍ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정도의 것이라야 한다』고 선언했다.
노동조건
「어머니와 교사」는『정의는 재물의 분배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활동이 전개되는 기업체의 기구와도 관련되어야한다』며『만일 경제체제의 구조、기능、환경등이 작용할 때 인간의 존엄성을 위태롭게 하도록 되어 있다면 설사 그 체제로 인해 많은 부(富)가 생산되고 그것이 정의와 공평의 기준에 의해 분배되더라도 그것은 정의에 맞지않는다』라고 밝혔다 (어머니와 교사82ㆍ83)
또 레오13세는 노동헌장에서『어린이는 육체적 및 정신적ㆍ윤리적으로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는 공장에서 고용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며 노동자는 노동으로 소모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미성년자 노동금지와 휴식권을 강조했다 (노동헌장6).
노동조합
「노동헌장」외 여러 회칙들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인정하고 있다.
요한바오로 2세는『고용주에게 대항하는 최종수단으로 파업 또는 작업중지가 있다. 이 방법은 올바른 조건과 정당한 한도 내에서는 합법적이나、이는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수단이며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노동하는 인간20).
또한 요한바오로 2세는 노조의 역할과 그 활동의 한계성에 관해서도 언급、『노조활동은 직업으로 결합된 노동자들의 요구와 그 공헌에 상응하는 선(善)을 위한 정당한 노력이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대항하는 투쟁이어서는 안된다. 비록 노동의 필요성 때문에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결합했다 하더라도 노조는「사회질서와 결속」의 건설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이며 이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천명했다.
이밖에 회칙들은 노동자들이 경영에도 대폭 참여해야 되며、정치권력에도 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全基泰 기자>
[한국교회 노동사목의 현주소]
노동자사목에 대한 인수증가 추제
실질적인 관심ㆍ배려는 아직저조
본당차원의 노동사목 프로그램 개발ㆍ정착돼야
교회의 노동사목에 대한 관심은 사회노동운동의 활성화 속도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상당한 진전이 있어왔다.
과거 노동자와 관련된 단체가「가톨릭노동청년회」뿐이었으나、현재는 서울과 수원교구의「노동사목위원회」를 비롯「가톨릭노동청ㆍ장년회」「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노동문제 상담소」등과 프라도 남녀수도회 그리고 각 교구와 수도회 소속의 개별 노동사목 유관단체들이 있다.
또한 사목자 사이에서도 노동사목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작용、본당 내에「노동문제상담소」를 개설하고 근로자 교리반、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노동사목에 대한인식이 신장됐다.
아울러 미래의 사제인신학생들 사이에서도 노동사목에 대한 관심이 급증、지난 2월에 열렸던「신학생 노동사목연수회」에는 4개 가톨릭대 소속 신학생 70여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노동사목 관계자들은『노동사목에 대한 교회의 전반적인 흐름은 증가 추세에 있다』고 파악하면서『그러나 전체교회와 노동자의 수를 감안할 때 현재 교회의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극히 미미할 뿐만 아니라 교회가 진정 노동자와 함께 고민했는지 의문이 갈수 밖에 없다』고 한결 같이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인 김지근(미카엘ㆍ30세)씨도『근로자에 대한 관심은 소수의 성직자ㆍ수도자에게 국한돼 있다』고 평가하면서『최근 교회병원의 노사분규를 지켜 볼 때 과연 교회가 노동자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지적과 같이 외형적인 흐름을 벗어나 노동사목의 실질적인 현주소를 살펴보면 교회의 노동자에 대한 사목배려는 극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에 들어온 지 30년이 지난 가톨릭노동청년회가 10개 교구에만 편성돼 있고 서울대교구에도 20여개 본당에서만 노동청년회가 활동하고 있음은 그 좋은 실례로 제시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노동자들의 시간대에 따른 교리 및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본당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회의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대다수 신자노동자들은 교회의 노동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약하다는 점과 함께『노동사목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교회소속 단체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성직자와 수도자의 태도와 노동사목에 임하고 있는 사목자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인하기도 하며、노동사목자와 신자노동운동가 사이에 노동사목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지적일수도 있다.
교회 내에서 노동사목과 제일 먼저 연관되는 것은 가톨릭노동청년운동이며 이운동의 흐름이 곧 교회의노동사목 방향을 주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톨릭노동청년회의 활동은 얼마 전부터 두 계류로 나눠져 흐르고 있다. 한편은 노동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평신도 노동자사도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류이며、또다른 한편은사회의 노동운동과 연대해 이것을 지원한다는 쪽이다.
이러한 사상의 흐름이 국내에서는「가톨릭노동청년회」와「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현장에서의 투신입장은 서로 다를수 밖에 없고、제삼자가 이것을 목격할 때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도요한 신부는『교회의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노동운동이 아닌「사목」이기 때문에 지엽적인 노동문제를 포함하면서도 노동자 자신에 대한「전인적」인 관심이 중시돼야한다』며 노동사목의 올바른 의미를 강조했다.
노동사목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다는 이와같은 평가와 함께 관련자들은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대안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89년도 주교단 사목교서에 지적돼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상황에 대한인식을 같이하면서 가난한 자에 대한교회의 우선적인 선택이 이뤄질 수 있는 사고방식과 사목방향의 대전환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주교단 사목서는 한국교회는 날로 중산층화 돼가고 있으며 외형적인 것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노동사목은 특수사목이 아닌 일반 사목으로써 본당 내에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노동청년회 전국지도를 맡고 있는 황상근 신부도『가톨릭 노동운동의 기본은 노동자들이 각 본당을 중심으로 모이고、여기서 다시 노동현장으로 파견되는 것』이라면서『각본당의 사제들은 관할 구역내의 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고 노동자들이 이러한 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교회와관계자들이 노동에 관한 교황회칙을 연구、그 정신을 신학교ㆍ본당 등에서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과 본당의 사목위원 중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목위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許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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