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와 복음화
이조 봉건사회의 지도 이념인 주자학(朱子學)이 현실에서 완전히 유리되어 공리공론으로 실용에는 당하지 않는 부유(腐儒)들과 무위사상으로 구세의 실무에 소극적이었던 시대적 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가톨릭은 정권으로부터 소외되어 실의에 빠져 있던 남인들에게 받아져 그들의 실사구시(實史求是)의 학풍의 실학(實學)을 뒷받침하였다. 이 역사적 사실은 어느 의미에서는 복음이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의 문제를 염두에 두게 하는 사회 복음 형태로 수용(受容)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사적(社會史的)으로 볼때 가톨릭의 전래로 이 땅에 심어진 복음은 확실히 조선 사회 내부에 이미 성장해 가는 반봉건적 정신의 육서을 촉진하고 전통적인 봉건사회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정치적 결과로서는 당시 사회의 정치적인 명분을 결과적으로 깨뜨리게 됐고 또한 봉건사상을 근본적으로 동요케 하였다는 것은 思想史上 뚜렷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전래 초기의 한국에 있어서의 복음은 사회와의 관련에서 보지 않으면 올바르게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빈곤과 사회 정의가 중요시되는 오늘의 한국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교회로서 복음운동은 현실 사회에 직접 관련해 가면서 사회를 선취(先取)하고 예언자적 비젼을 현실적인 미래에의 비젼으로 제시하여야 하겠다.
①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지금까지의 보수적인 선교 신학은 복음화의 근거를「인간은 죄인이다」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비참한 상황에 둠으로써 복음화를 개인적 차원에서 하느님의 구속(救贖)의 은총으로 보고 죄 깊은 인간의 개인 구령에 치중케 하였다. 그리하여 복음을 그의 핵심에 있어 사사화하고 또 복음화를 개인의 실존적인 내재화로 이해하여 폐쇄적인 개인의 신심을 주로 강조하고 신앙의 실천을 인간의 현실 사회로부터 유리시킴으로써 개인의 구원에 주력케 했다. 그러나 복음화는 하느님의 사랑과 배려의 대상일 뿐 아니라 구원의 신비가 행해지는 무대인 인간 사회를 관심의 중심으로 하여야 하겠다. 인간 사회는 인간 자신이 이해하고 행동하며 살아가기 위해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생활 장소로서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실 사회는 하느님이 역사에 개입하시고 인류를 구원하시는 곳으로서 육화의 신비에 속하는 현실인 것이다. 왜냐하면『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요한 3~16ㆍ17)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구약에 있어 에집트 탈출 등에서 계시하신 것처럼 인간 사회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신비가 인간 해방과 사회 혁신을 위해 행동적으로 실현되는 인간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 인간 사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한 악한 자의 권력의 파괴로 해방되고 그리고 하느님의 계획대로 혁신돼 언젠가는 마침내 완성될 사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화는 사회적 차원에서 고려되어 복음을 인간의 생활 세계인 사회 구조 안에 깊숙히 심어 복음화 사회를 형성하는 데 힘쓰고 사회 조직 안에서 인간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구원되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러나 사회의 복음화를 성취하는 사회의 구원은 어디까지나 구원과의 관련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우주의 구원으로서의 복음화에도 깊이 배려하고 인간의 진보와 사회의 성화에 노력하여야 한다.
② 복음화의 정치적 차원
우리는 지금까지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을 믿고 하느님과의 관계만을 올바로 하는 데 중심을 두는 신심생활을 젖어 왔던 까닭에 정치문제에 관여하는 따위는 신자로서는 타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무리가 아니다. 더욱이 교회는 정치문제에 대한 발언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많은 신앙인들이 믿어 왔다. 이러한 의식 구조로 말미암아 한국 교회는 지난날 거족적인 三ㆍ一운동에도 가담하지 않았던 쓰라린 역사적 체험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사람으로서 대응하는 연실의 상황은 정치적 사회를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구ㆍ신약성서에 일관해서 흐르고 있는 것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강렬한 관심이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은혜로서 계시된 구원의지(救援意志)는 당연히 정치 공동체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낳게 한다. 예수가 선포한 구원도 사회적 정치적 세계에 관련되는 것이다. 그 구원은 사회적 정치적 세계 안에서 그리고 그 역사적 과정 안에서 비판적인 구원의 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성서에 나타난 자유 평등 정의 화해 등의 종말적 복음은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되어야 하겠다. 제1차 동부아시아 주교회의서도『동부아시아의 복음화는 말로서가 아니라 완전한 인간 개발과 제도에서 생기는 악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개선에 적극적으로 행동해야만 달성된다』고 성명하고 있다.그러므로 현대 사회의 복음화는 정치적 차원에서 배려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정치상의 문제를 최종적으로 인간의 문제로 파악하고 그리스도의 복음화에 따라 이것을 추구해 가는 것이 직접적인 복음화 운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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