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복음화와 공산주의자
현대 세계에 있어서 복음화를 거론하려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공산주의자에 대한 복음적 입장이다. 특히 한국 교회가 민족의 복음화를 시도하려면 북한의 공산주의자와 침묵의 교회와 그 백성을 배려치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한 공산주의를 분석평가하여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공산주의의 이론과 운동을 마음 아파하면서 단호히 배격하는 태도는 과거와 마찬가지지만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바로 건설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일은 물론 성실하고 현명한 대화(對話)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확언할 뿐 아니라 공사주의자들은 마음을 열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검토해 보도록 친절하게 총청하는 바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사목허장 21 참조)
① 공산주의자와의 대화
공산주의는 하느님을 부정하는 이데올로기로서 교회를 박해하는 경제ㆍ사회ㆍ정치적인 지배 형태의 전투적 무신론(戰鬪的無神論)이다. 때문에 공산주의는 단지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이에 대신하는 사회주의 나아가 공신주의의 사회를 실현하려는 것뿐 아니라 그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철학은 유물변증법(唯物辨證法)인데 이 입장에서 강력하게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하느님은 인간이 산출(産出)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공산주의는 유물론-무신론-반종교라는 일관된 하나의 체계인 것이다. 유물론은 자연과 인간 이외는 초자연적 신비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까닭에 당연히 무신론이며 무신론인 까닭에 반종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에서 볼 때 유물론이 반드시 무신론은 아니며 무신론이 반드시 종교 부정은 아닌 것이다. 다만 이곳에서는 철저한 무신론 곧 전투적 무신론이라는 공산주의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공의회에서 이러한 공산주의적 무신론에 대해서 교회는 단죄하면서도 그들과의 대화를 소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회의 이와 같은 공산주의적 무신론자와의 대화적 태도의 동기 혹은 기초는 우선「모든 사람의 구원」즉 인류의 보편적 구원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교회가 띠고 있다는 사실에 유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산주의자와 공산주의적 학설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며 공산주의적 학설은 교회와는 정면으로 대립되는 것이나 이러한 학설을 신봉하고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되어 구원에의 불리움을 받고 있는 한 공산주의자들도 교회의 품 안에 안기도록 따뜻한 손길이 미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랑을 가르치고 사랑에 사는 교회의 사명인 것이다. 공의회는 현대 세계 사목헌장 92조에서「진리에 대한 사랑만이 이루어 주는 대화의 소망은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하겠지만 아무도 대화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인간 정신의 고귀한 가치를 존중하지만 그 원천인 창조주를 인정치 않는 사람이나 또는 교회를 반대하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교회를 박해하는 사람들까지도 제외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의 근원이며 목적임으로 우리는 모두 형제가 되기 위해 불리었다. 따라서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폭력도 기만도 없이 참된 평화 속에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협력할 수 있고 또 협력해야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모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그리스도 자신이 창립하신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교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물론 한국 교회는 복음화운동을 전개하는 데에 있어 북한공산주의자와의 대화를 고려하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나 북한 공산집단의 김일성 유일체제로 인한 김일성의 신격화와 공산주의의 종교화로 많은 도전과 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사실 북한 공산주의자와의 대화는 현단계에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육화한 말씀의 신비는 이 세상에 충만하여 이름 없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칼 라너가 말하는 의미의 공산주의자에게 소리 없이 침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대화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한국 교회도 북한 공산주의자와의 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끊임없는 노력을 정치적 상황에 발 맞추어 경주한다면 복음의 씨를 북한 땅에 심을 수 있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② 침묵의 교회
북한 공산집단은 스탈린적 전제(專制)와 전체주의로 인간의 존엄이나 기본적인 인간적 제가치를 냉소적으로 무시하면서 북한 내의 교회를 말살하고 신앙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무신론을 강요하는 반종교 정책을 감행하여 세계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극적 상태를 조성하였다. 그러나 북한 땅에도 침묵의 교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제일차 동부아시아 지역 주교회의는 폐막에 앞서「중국과 북한과 월맹의 침묵의 교회에 마음을 쓰며 우리는 그들 주교 사제 신도들과 자유스러운 교류가 단절돼 있는데 깊은 슬픔을 느끼는 바이다. 재회와 교류의 자유가 주어지는 날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개인적 기도와 성체의 희생을 통해 침묵의 교회를 지원하고 있음을 표명한다」고 선언하면서 침묵의 교회를 도와줄 형태의 설치를 위한 검토를 소망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북음화에 적극 자세를 취하려면 남한 땅뿐 아니라 북한 땅에도 관심을 갖고 침묵의 교회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면서 북한 공산주의를 연구 검토하여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더 대책을 수립하는 연구기관을 설치할 것을 한국 교회에 요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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