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하자. 첫째 우리는 왜 사람을 죽였느냐 따져볼 것이고 죽은 사람은 무엇을 잘못했기에 죽었는가를 따질 것이다. 이러한 경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죽인 사람이 정신병자로 이성의 작용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죽인 사람의 책임이 전적으로 없을 것이고 장난을 하다가 죽였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만으로 돌릴 것이다.
윤리성을 말할 때「하고 싶어하는 의욕」의 여하를 따라 책임의 소재를 밝힐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린 아이처럼 지능 사용이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면 의욕도 없고 따라서 책임도 없다. 또 의욕이란 것도 어떤 과한 장애로 인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무식 욕정 겁 강박 등은 의욕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순서대로 설명하고저 한다.
무식(無識 Ignoranti)=우리가 말할 때 지식이 없는 사람을 보고 무식자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무식은 그런 것이 아니다. 본래 무식이라하면「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을 모르고 있을 때」를 말한다.
의사가 필요한 의학의 지식이 없을 때 몰랐다면 확실이 무식할 것이다.
무지(無知 Nescientia)라 함은 농부가 의학 지식을 몰랐을 때 하는 말이다.
윤리성과 인간적 행위를 말할 때는 무식만을 논하게 된다. 무식의 분류를 말하자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알아야 할 것만을 설명하겠다.
무식이 귀책성(歸責性)을 전적으로 면제하거나 멸소시킨다 하더라도 불가항력적으로 무식일 수 있다. 즉 어떤 방법으로든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어린 아이나 미친 사람은 물리적으로나 지능면으로 불가항력적인 무식이라 하겠다.
이런 경우는 귀책성에서 전혀 면제된다. 노력하면 무식을 이길 수 있는 가항력적 무식이 있다. 여기도 분류가 있으나 한 가지만 말하겠다.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을 노력을 안 했거나 덜했거나 할 때 또는 모르면 죄가 안 된다는 핑계를 하기 위해 고의에 의한 가항력적 무식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나름의 정도와 이유에 의한 귀책성을 면치 못한다.
위의 것을 종합한다면 ①불가항력적 무식은 의욕을 전적으로 제외하므로 거기서 나온 행동은 죄로 귀책되지 않는다. ②불가항력적 무식은 부주의나 잊어 버림에도 적용된다. ③가항력적 무식으로는 죄가 제외되지 않고 무식이 의욕적일수록 죄도 중하게 된다. ④자기 직책을 수행하기 위해 지식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그것을 보충하기를 등한히 한 사람은 자기가 어느 정도 예측했던 그 과실의 죄인이 된다. 왜냐하면 그 원인을 의욕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