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회 이전부터 오랫동안 토론과 연구를 거듭해 오면서 그 필요성을 진실히 느껴오던 어린이 미사 지침서가 구랍 20일 발표됐다. 교회 내 어린이들에게는 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으며 이들의 신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성직자 부모 교리교사들에게도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침서가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어린이의 심리학적 교육학적 문제와 아울러 전례적이며 성서적인 문제가 복합돼 있어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차제에 본지는 어린이 미사의 여러 문제점들을 분석해 보고 여기에 따른 가능한 해결 방안을 최윤환(가톨릭대학 신학부 교수) 신부로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역사적으로 보아 로마 전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고유한 미사 양식은 없었다. 과연 이러한 미사 양식이 가능하며 필요한지 여러 세기를 두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고 의식조차 못하였다. 미사 전례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초세기에 활동적이며 생동적인 공동체적 전례 거행이 중세기에 접어들면서 언어의 장벽과 함께 일반 대중 하느님의 백성 즉 신자들의 무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성직자들, 수도단체를 위주로 한 황궁예식으로 변모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신자들은 미사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했고 국외자나 방관자 노릇을 했다. 일반 신자들을 위한 미사도 전 공동체를 위한 것이 못 되고 성직자 위주의 것이었다면 어찌 어린이를 위한 미사 양식을 생각해 보았겠는가?
16~17세기 계몽주의 시대로부터 인간의 자유와 품위 존엄성에 입각한 단체 정신의 발로로 인하여 공동체의식이 양양되고 그 당시 부터 차츰 싹트기 시작한 전례운동의 여파로 19세기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사 전례에도「공동미사」「벨씽 미사」니 하는 양식이 구라파 특별히 독일어 계통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풍을 타고 어린이를 위한 미사 양식도 생각하게 되었고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 생겨난 어린이 미사 양식이란 주례자의 미사 진행을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기도나 예식을 설명해 주고 간단한 기도를 어린이들에게 시킨다든지 노래를 부르게 하고 성서 봉독도 어린이들에게 맞도록 쉬운 말로 줄여서 읽고 해설하여 주는 데 불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은 공동체로서의 하느님께 드리는 공적인 미사성제의 본뜻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즉 공동체의 주관자인 주례자와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과의 직접적이며 인격적인 관계를 갖지 못하고 그날의 축제의 뜻을 충분히 표현치도 못하고 해설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한 데 불과하였다.
따라서 제단과 신자들의 좌석의 간격은 메꾸지 못한 것이고 경신예배라기보다는 주일학교에서 해야 할 예식 및 교리 설명밖에 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신예배인 미사성제는 주일학교의 모임은 아니며 이는 신앙의 단체가 모여서 주례자를 중심으로 생명의 진리인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찬미와 기도 감사의 제사로써 응답하는 인격적이며 능동적인 예배 행위가 되어야 하고 어린들을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교회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미사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느냐? 물론 본격적인 의미에서 어린이 미사에 관한 고유한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
하지만 전례헌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유효한 지침을 끌어낼 수 있는 근거는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헌장 34항에는 전례를 개혁하는 데 있어 예식은『기품 있는 단순성을 지니며 간결하고 일목요연하며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고 참여하는 신자들에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해서 일반적으로 많은 설명이 필요없이 해야 한다』또 38항에는 각 지방의 풍습을 따라 또 여러 단체 즉 연령의 차이를 고려하여 그들에게 알맞고 필요한 사정을 감안하여 적응할 수 있게끔 새로 만드는 전례서에 예식과 규정에 예시하도록 했다.
헌장 14항에는『모든 신자들이 제반 전례 예식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완전히 참여하는 것을 전례가 본질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전례 행위는 성교회의 몸 전체에 관계되고 …개개의 지체는 계급과 직책 및 실제 참여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으로 이에 관여한다』(헌장 26)
헌장 28항에는 전례 집전에 있어서 각각 자기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전례 규정을 따라 자기에게 관계되는 모든 부분, 그리고 오직 그것만을 해야 한다. 미사 성제에 관련시켜서 48항에서는『신자들이 이 신앙의 신비에 마치 국외자나 묵묵한 방관자인 양 참여치 않고…이 신비를 잘이해하도록…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여하튼 미사성제는 공동체의 공적인 경신예배이므로 공동체의 대표자인 주례자의 행위와 공동체의 행위를 분리해서는 안 되며 그들 상호간에 하는 기도나 전례거행 양식이 이질적이어서는 안 된다. 전례헌장이나 미사에 관한 지침서에 의하면 사제가 미사 때 기도를 할 때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기도문을 만들어 해도 안 된다. 또는 사제가(복음자가) 성서의 대목을 속으로 읽고 봉독자가 어린이들에게 맞도록 모든 대목을 다 읽지 않고서 몇 개의 대목만이 읽어서도 안 된다. 또 사제가 미사의 심장부인 성찬전례 양식을 속으로 기도하고 어린이들에게 맞는 기도를 만들어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어긴다면 교회가 극히 중대시하고 전례가 본질상 요구하는 미사의 공동체적 성격이 말살되고 주례자의 역할이 우스꽝스럽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미사양식 기도문들, 특히 성서의 대목들의 대분분이 어린이들에게는 이해될 수 없고 또 어린이들이라도 그 연령 차이와 서로 다른 그룹을 따라서 또 다른 것이다. 여기에 바로 우리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적합한 어떤 전례양식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를 못 갖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오늘날의 상황과 전례의 대혁신은 우리에게 과거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미개척지를 하나의 과제로 던져 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하에서 우리는 어린이 미사에 대하여 재고하면서 과연 그러한 어린이 미사라는 것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언제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하는 점을 고찰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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