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소멸되어 가는 순교 선조들의 유품(遺品)과 교회사 자료를 찾아 벌써 5년째 전국을 뒤지고 다니는 일단의 성직자들이 있어 화제.
정원진(루까ㆍ74) 오기선(요셉ㆍ67) 두 은퇴신부와 서울 절두산 순교자 박물관 관장 박희봉(이시도르ㆍ50) 신부로 구성된 이들 유품이나 자료가 있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 마다않고 뛰어다녀 그간 2백여 점의 각종 성물과 3백여 점의 문헌 사진 박해시 신자들의 생활을 엿보게 하는 생활도구 등을 수집했다.
평소 교회사에 관심을 갖고 제각기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유품과 사료들을 모아오던 이들 세 신부가 본격적인 수집작업을 벌인 것은 69년 9월 절두산 순교자 박물관이「순교자 유품 현상 모집」을 주최하면서부터였다. 이때 퇴장되어 각지에서 쏟아져 나온 것을 본 이들은 앉아서 없어져 가는 유품을 안타까와 할 것이 아니라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나서자고 한 것이 그 동기가 되어 세 신부가 지금껏 유품을 찾아 주파한 거리는 2천여 리에 달한다.
『해방 전만 해도 이 방면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근래 와선 제 생활이 바빠서인지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 귀중한 것들은 점점 소멸되어 가고…』
특히 이 방면에 전문가가 많은 개신교계 대학 박물관에 말만 들었던 진귀한 유품이 보존되어 있음을 보고『더 늦기 전에 은퇴한 노구를 이끌고 나섰다』고 오기선 신부가 말했다.
수집품 가운데는 박해시 신자들이 포졸들에게 쫓기면서 땅에 파묻었던 녹 슨 고상 묵주가 있는가 하면 135년 전 기해교난(己亥敎難1839) 때 신부들이 경기도 포천 땅에 숨어 지내며 제대로 사용했던 널판, 복자 금대건 신부 가계(家系)의 족보 박해시 교우촌에서 쓰던 항아리, 처형길에 순교자들이 쉬어 갔던 15톤 무게의 복자 바위 각종 필사본(筆寫本) 기도서와 교리서, 사진 등 고증과 유래를 밝히면 순교 선조들의 결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간 때로는 한 점의 성물을 얻기 위해 강원도 제천을 당일에 다녀오는 강행군을 하기도 하고 며칠을 수소문해 찾은 옛 교우촌에서 한국의 첫 신자 이승훈의 직계 후손을 만나는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고충도 많았다. 작년 4월 충남 아산군 읍봉면 동천리에서 복자바위를 옮겨 올 때 그 자리에 대신 돌의자를 만들어 주기로 주민들과 합의를 보았는데 막상 트럭을 들이대자 노인정을 지어 주지 않으면 못 가져 간다고 길을 막는 바람에 꼬박 이틀을 설득시켜야 했던 것. 필요한 경비는 그때그때 주머니를 털어 충당한다.
『보기에 따라선 별것 아닌 것 같은 유품 한 점이 우리 신앙에 주는 영향은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선조들의 숨결을 거기서 느끼고 죽음을 넘어선 신앙의 자세를 조금이나마 본받는 계기가 되는 한 우리는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발굴관에 진열된 수집품을 볼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박희봉 신부는 유품 수집에 신자들의 정보 제공, 기증 같은 협조가 아쉽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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